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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3불 정책, 이미 폐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국회의장단을 접견했다. 윤 대통령은 박병석 의장에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환영 만찬 당시 함께 찍은 사진 액자를 선물한 후 기념 촬영했다. 왼쪽부터 정진석 부의장, 박 의장, 윤 대통령, 김상희 부의장, 이춘석 사무총장.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국회의장단을 접견했다. 윤 대통령은 박병석 의장에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환영 만찬 당시 함께 찍은 사진 액자를 선물한 후 기념 촬영했다. 왼쪽부터 정진석 부의장, 박 의장, 윤 대통령, 김상희 부의장, 이춘석 사무총장.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24일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프로세스와 3불 정책 폐기를 공언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가 내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3불(不) 정책’은 문재인 정부가 끝나는 순간 소멸했다”며 “협정이나 협약이 아니므로 윤석열 정부가 준수해야 할 의무도 없다. 이미 폐기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노선이었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3불 정책(사드 추가배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지 않음)은 새 정부가 계승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3일 CNN 인터뷰에서 북한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해 북한의 도발을 저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 눈치 보는 굴종 외교는 실패했다는 게 지난 5년간 증명됐다”라고도 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전 정부처럼 북한 눈치를 봐가며 쇼하듯 남북 정상회담을 하진 않겠다는 게 윤 대통령의 확고한 생각”이라고 전했다.

미·중에 대한 외교 방향성도 문재인 정부와 정반대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 한국을 끌어당기려는 양쪽의 힘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 문재인 정부의 외교 기조였다면 윤석열 정부는 미국 쪽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하면서 전체적으로 ‘안미경세’(안보는 미국, 경제는 세계)로 노선 전환을 하는 모양새다. 지난 23일 미국 주도 경제 협의체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식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CNN 인터뷰에서 미국·일본·인도·호주가 참여하는 중국 견제 성격의 안보 협의체 ‘쿼드’ 가입 여부에 대해서도 “계속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의 반발을 어떻게 진정시키느냐는 윤 대통령의 숙제다. 대통령직인수위 공약집에서 중국을 ‘최대 무역 상대국이자 북핵 미사일 해결 등을 위한 주요 이해 관계국’으로 명시한 것에 비춰 보면, 윤석열 정부도 중국의 경제·안보적 가치를 소홀히 다루긴 어렵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일 IPEF 동참과 관련한 중국 반발에 “그렇게 제로섬으로 볼 필요는 없다. 중국과의 관계도 경제 관계를 잘 해나가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서면 브리핑을 내고 “북핵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윤 대통령에겐 유화적이고 굴종적으로 비쳤다니 그 인식이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깝다”며 “윤 대통령은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냐”고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박병석 국회의장 등 곧 임기가 끝나는 국회 의장단과 만찬 자리를 가졌다. 덕담만 오가진 않았다. 김상희 부의장은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건 젠더 갈등”이라며 “대선 국면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고 불필요한 갈등이 있었는데, 선거 때와 대선 이후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초대 내각 여성 인선 저조 등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윤 대통령은 “최근 공직 후보자들을 검토하는 데 그중 여성이 있었다”며 “그 후보자의 평가가 다른 후보자들보다 약간 뒤졌는데, 한 참모가 ‘여성이어서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게 누적돼 그럴 것’이라고 하더라.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직 인사에서 여성에게 과감한 기회를 부여하도록 노력하겠다. 제가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시야가 좁아 그랬던 것 같은데, 이제 더 크게 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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