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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정우성 맹수같은 육탄전…칸 7분 기립박수 터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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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트'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레드카펫에서 (왼쪽부터) 주연 정우성, 주연 겸 감독 이정재와 투자배급사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홍정인 대표가 뤼미에르 대극장에 들어가기 직전 포즈를 취했다. [AFP=연합뉴스]

'헌트'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레드카펫에서 (왼쪽부터) 주연 정우성, 주연 겸 감독 이정재와 투자배급사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홍정인 대표가 뤼미에르 대극장에 들어가기 직전 포즈를 취했다. [AFP=연합뉴스]

19일 자정(프랑스 현지시간)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서 연출 데뷔작 '헌트'를 선보인 주연 겸 감독 이정재와 공동 주연 정우성이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했다. [AFP=연합]

19일 자정(프랑스 현지시간)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서 연출 데뷔작 '헌트'를 선보인 주연 겸 감독 이정재와 공동 주연 정우성이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했다. [AFP=연합]

안기부 요원이 된 이정재(50)‧정우성(49)이 뜨겁게 몸으로 부딪히는 첩보 액션이 돋보였다.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가 19일 자정(프랑스 현지 시간) 사흘째를 맞은 제75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으로 첫 베일을 벗었다. ‘오징어 게임’ 스타 이정재 덕일까. 이날 ‘헌트’가 상영된 뤼미에르 대극장은 2000석 영화티켓이 일찌감치 동났다. 영화 관계자들뿐 아니라 일반 관객도 많이 보였다. 이정재와 공동 주연 정우성이 오후 11시 45분께 레드카펫에 등장한 모습이 상영관 내 스크린에 비치자마자 몇몇 여성 관객이 “멋있다”며 환호하기도 했다. 투자‧배급사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홍정인 대표, 이정세 영화사업본부 본부장, 제작사 사나이픽처스 한재덕 대표 등도 레드카펫에 함께 섰다.

영화가 끝난 뒤 기립 박수는 3분 남짓 이어졌다. 장내가 밝아지기 전 조금씩 이어진 박수까지 하면 7분 가까이다.이정재는 “영화를 즐기셨길 바란다. 무척 감사드린다(I hope you enjoy this film. Thank you so much)”고 영어로 말한 뒤 불어로 “메르시 보쿠(Merci beaucoup)”라고 감사인사를 덧붙였다.

이정재·정우성 맹수같은 육탄전

‘헌트’는 대의명분을 위해 거짓 정보로 첩보전을 벌여온 인물들이 엄혹한 시대의 미로에 스스로 갇히게 되는 여정을 그린다. 이정재‧정우성이 으르렁대는 맹수처럼 팽팽히 맞선 대결 구도로 시작해 새하얀 백지 같은 하늘을 비추며 끝난다. 필요하다면 무고한 사람도 고문‧학대해 간첩으로 조작해온 안기부 요원 김정도(정우성)와 박평호(이정재)는 조직에 ‘동림’이란 이름의 북한간첩이 침투해 북한 고위인사 탈북 작전을 좌절시키자 서로의 팀을 심문해 첩자를 색출하란 명령을 받는다. 첩자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자기 자신이 의심받게 될 긴박한 상황에서, 대한민국 대통령 암살 음모의 실마리까지 드러난다. 공동 각본까지 맡은 이정재는 “이 영화는 자신들의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영화사와 사전 인터뷰에서 밝혔다.

'헌트'는 안기부 내 침투한 북한간첩을 색출하게 된 두 안기부 요원이 서로의 팀을 의심하며 대립하는 여정을 그린다. [사진 칸국제영화제,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헌트'는 안기부 내 침투한 북한간첩을 색출하게 된 두 안기부 요원이 서로의 팀을 의심하며 대립하는 여정을 그린다. [사진 칸국제영화제,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그간 배우로서 이정재의 대표작 스타일도 묻어난다. 두드러지는 건 절제미와 비장미다. 같은 제작사가 만들었던 영화 ‘신세계’(2013)와 닮은 부분이다. 거침없이 현란한 액션은 그가 비정한 암살자가 됐던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20)의 영향이 보인다. 두 영화 모두에서 상대역을 했던 배우 황정민을 비롯해 주지훈‧박성웅 등 카메오 출연도 화려하다. 30여년 연기 경력 이정재의 출연작들이 고스란히 연출 데뷔작에 자양분이 됐다.

액션 좋지만 전두환 독재정권·남북미 정세 복잡

19일 낮 칸영화제가 열리는 프랑스 칸 팔레드페스티벌에서 '헌트' 주연 정우성과 주연 겸 감독 이정재(오른쪽)이 취재진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AFP=연합]

19일 낮 칸영화제가 열리는 프랑스 칸 팔레드페스티벌에서 '헌트' 주연 정우성과 주연 겸 감독 이정재(오른쪽)이 취재진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AFP=연합]

19일 칸영화제 '헌트'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상영장에선 이정재, 정우성의 등장만으로 외국 관객들 사이에 환호가 나오기도 했다. [AFP=연합]

19일 칸영화제 '헌트'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상영장에선 이정재, 정우성의 등장만으로 외국 관객들 사이에 환호가 나오기도 했다. [AFP=연합]

이날 상영에선 영화 첫머리부터 총격‧인질극‧수류탄‧육탄전 등 액션 물량 공세를 속도감 있게 펼쳐낸 부분이 호응 높았다. “오늘 본 다섯번째 영화”라는 프랑스 영화학도는 “기술적으로 액션이 좋고 인상적이었지만 후반부는 긴장감과 감정이 과도하게(too much) 느껴졌다”고 했다. ‘오징어 게임’을 보기 전부터 여러 한국영화에서 이정재를 보고 좋아해 왔다는 한 프랑스 관객은 “액션과 촬영이 좋았지만 한국 역사에 관해 잘 몰라서 따라가기 힘들었다”고 했다.
1980년대 전두환 독재정권 시대를 무대로 한반도를 비롯한 미국‧일본 정세가 얽혀있다 보니 외국 관객에겐 다소 어려웠던 모양이다. 시대 배경을 압축적으로 설명한 첫 장면 영문 자막부터 너무 빨리 지나가 놓쳤다는 이가 적지 않았다. 영화는 또 전두환 대통령 워싱턴 방문 당시 현지 교민들이 독재 타도 시위를 했던 풍경부터 광주 민주화 운동, 박정희 전 대통령 저격사건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기점을 촘촘하게 짚어나간다. 이날 상영에 참석한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재밌게 봤지만, 과다 정보 때문에 대중이 따라가기엔 복잡한 것 같다”고 말했다.

美매체 "두 스타 3차원적 역할 훌륭" 

상영 전 이정재는 취재진에 배포한 영화자료를 통해 스포일러 방지를 당부했다. 반전을 거듭하는 극 중 인물 관계 때문이다. 인물들의 감정 표출도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과감해진다. 겹겹이 꼬인 인물들의 관계를 충분히 좇아가지 못할 경우, 급변하는 상황과 감정의 폭에 공감하지 못하고 몰입이 깨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반면 인물에 깊이 몰입하면 극중 긴장감을 더 크게 즐길 수 있다. 미국 매체 ‘데드라인’은 상영 후 ‘헌트’ 리뷰 기사에서 “두 스타(이정재‧정우성)는 모두 훌륭하게 3차원적인 역할을 해내면서, 이정재 감독이 서스펜스, 중요하게는 인간성과 감정을 짜내는 클라이맥스에 이르는 이야기에 멋진 전환점이 돼준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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