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풀렸더니 "죽을맛"...더워도 창문 못여는 그들, 왜

중앙일보

입력 2022.05.20 05:00

업데이트 2022.05.20 07:43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인근 거리가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인근 거리가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에 거주 중인 직장인 전모(28)씨는 요즘 집에서 창문을 좀처럼 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가끔 초여름 더위에 문을 열고 싶다가도 집 근처 루프탑 파티룸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와 고성에 포기했다. 전씨는 “밤마다 소리 지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했다. 이 오피스텔의 저층부는 고층에 사는 전씨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전씨는 “지난주에는 (집 앞) 길바닥에 술 취해 누워있는 사람도 많이 봤다”고 했다. 최근엔 주차장 차단기가 한 취객의 발길질에 휘어졌다.

“하천 쪽 아파트, 주취 소란 더 심해”

공원이나 하천이 보이는 아파트와 주택은 지난 2년간 즐겼던 ‘밤의 낭만’을 위협받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기간 쾌적했던 주변 환경이 취객의 고성방가, 흡연, 싸움 등으로 점령당해서다. 서울 구로구청에는 최근 관내 공원에서 야간 음주와 흡연이 이뤄지고 있다는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 민원을 올린 주민 윤모씨는 “밤마다 집 앞 공원에서 음주와 고성방가가 심하다. 소리가 울려서 밤에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강력한 단속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의 30대 주민은 “주말에 집 앞 천변에서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며 “그런 점에서는 하천 쪽 아파트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고 했다.

SNS에는 ‘돌아온 취객’들의 횡포를 고발하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 밤에 술 먹고 아파트 단지 다 울리게 10분 넘게 소리 지르는 아저씨가 있다” “술 먹고 담배 피우며 소리 지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식이다. “차라리 거리두기 때가 좋았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돌아온 주취자, 코로나 이전만큼 늘어”

음주 소음 민원이 제기된 서울 구로구의 한 공원 모습. 음주소란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병준 기자

음주 소음 민원이 제기된 서울 구로구의 한 공원 모습. 음주소란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병준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한 달간 주요 유흥가와 대학가의 지구대와 파출소 경찰관들은 주취 사건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이전과 비슷한 수준 혹은 그 이상으로 출동이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신림지구대 관계자는 “거리두기 해제 직후 주취 사건이 대폭 늘었다. 요즘은 하루 10건 안팎으로 코로나 이전과 비슷하다. 신고 대상자는 대부분 20~30대”라고 말했다. 한 대학가 지구대 소속 경찰관도 “대면 수업으로 학생들이 많아지다 보니 주취도 예전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경범죄처벌법상 음주소란 및 인근 소란 행위는 3만~5만원의 범칙금에 처할 수 있다. 경찰서 등에서 소란을 피우면 60만원 이하의 벌금 및 구류·과료형을 받거나 공무집행방해(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로 처벌될 수 있다. 2017년 서울시는 ‘건전한 음주문화 조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공원과 천변 등에서 음주를 하며 심한 소음이나 악취를 발생시키면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하지만, 처벌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경찰 신고나 지자체 민원은 주의나 훈방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피해자인 주민들 입장에서는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광범위하고 심각한 확산 우려”

경찰청에 따르면 음주소란 건수는 2016년 2만1925건에서 2019년 1만1062건으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에는 8651건으로 크게 줄었다. 그러나 이 통계는 2년 전 수준으로 돌아갈 거라는 게 경찰의 전망이다.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혼술(혼자 마시는 술)이 늘면서 개인적 음주는 늘어난 측면이 있는 데다, 거리두기 해제로 ‘사회적 음주’인 회식이 돌아오면서 주취 관련 사건·사고가 광범위하고 심각하게 확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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