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장훈 칼럼

바이든 대통령의 서울 일기

중앙일보

입력 2022.05.20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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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장훈 중앙대 교수·본사 칼럼니스트

장훈 중앙대 교수·본사 칼럼니스트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일 만에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첫 번째 손님으로 2박 3일 한국을 방문한다. 한미 정상이 다뤄야할 정책의제 분석은 이미 넘쳐난다. 복잡다단한 정책논의를 반복하기보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가상 일기를 통해 그의 인식과 미국의 전략을 유추해보자. 이번의 2박 3일이 앞으로 3년을 좌우하게 된다.

#5월 20일.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윤석열 신임 대통령의 취임사를 한번 더 읽어보았다. 나는 부통령 재임 시절부터 네 분의 한국 대통령을 경험해 봤는데, 솔직하게 말하자면, 윤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가장 높다. 취임사 첫머리에 윤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자신의 연설이 “자유를 사랑하는 세계시민 여러분”에게도 발신하는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이 메시지는 1919년 한국의 3·1 독립 운동을 정서적으로 지원했던 우드로 윌슨 대통령의 “민주주의 세계의 평화” 관념과 공명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자유주의 적극 공감
한·미는 이제 4차산업 핵심 동맹
깊어지는 협력만큼 견제 늘 것
난관을 넘는 의지가 리더의 조건

자유주의 세계의 평화가 윌슨 대통령 이후 미국 외교의 중핵으로 자리 잡았으니, 윤 대통령의 글로벌 자유주의 지향과 미국 외교 교리는 궁합이 맞는 셈이다. 검찰총장 출신의 법률가 대통령이 국내 문제, 남북한 문제에만 매몰되지 않으리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코로나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경쟁의 심화를 거치면서, 세계는 자유주의 블록과 그에 대항하는 대안 블록으로 재편중이다. 자유무역의 원칙은 중요하지만 나는 반도체, 배터리, 태양광 패널, 석유, 가스 등 핵심 상품들의 공급망은 자유주의를 옹호하는 국가들을 중심으로 재구축중이다.

더 나아가 한국의 뛰어난 기술력은 한미 양국이 양자컴퓨팅, 우주개발, 친환경 기술 분야에서도 선도적인 동맹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다.

#5월 21일. 오늘은 공식 정상회담의 날이다. 용산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 앞서 백악관 참모들은 높은 기대 못지않게 리스크도 없지 않다는 점을 내게 상기시켜주었다. (대통령에게 정책 리스크를 끊임없이 일깨워 주는 게 그들의 할 일이다.)

윤 대통령과 나는 큰 틀에서 지향하는 바가 같지만, 한국의 상황을 면밀하게 주시해온 백악관 참모들에 따르면 한국 정치의 안팎으로 리스크 요인들도 적지 않다. 리스크는 두 가지다. ①첫째 한국의 여소야대 정부의 리스크 ②둘째 북한과 중국의 윤 대통령에 대한 역량 테스트.

먼저 여소야대 정부 리스크부터 생각해보자. 여야 정당이 극한 대립을 벌이는 것은 요즘 세계적 추세이긴 하지만, 한국 야당의 전투력은 각별하다고들 한다.

국회 170여석을 거느린 한국의 야당은 국내 정책뿐만 아니라 외교정책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정책 변화를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들었다. 한국의 거대 야당은 예전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한국군(비전투병) 이라크 파병 등을 거세게 반대한 바 있다.

실제로 이 정책을 추진한 대통령은 같은 당 소속의 노무현 대통령이었지만, 노 대통령은 이들과의 대립으로 인해 통치 에너지의 대부분을 소진하였다고 들었던 기억이 난다.

한국의 거대 야당은 윤 대통령과 내가 지나치게 밀착한다며, 아마도 핵심의제 중의 하나를 골라 윤 대통령을 집중적으로 비판하려 할 것이다. 그 대상이 한국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가입이 될지, 한미일 협력강화가 될지 혹은 AUKUS(미국-영국-호주 협력체)에 대한 한국의 합류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아마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한국의 여론을 주도하는 젊은 세대들이 윤 대통령의 새 외교전략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달려 있지 않을까?

참모들이 내게 상기시켜 준 윤 대통령 외교의 두 번째 리스크는 북한과 중국이 시도할 것이 확실한 윤 대통령의 의지와 결단력 테스트이다. 한미 관계가 안보동맹을 넘어 4차 산업혁명 동맹으로 진화하고 한국과 미국의 파트너십이 동남아시아, 인도양 지역으로 확장되어 갈 때, 북한, 중국으로서는 견제구를 하나쯤 꽂아 넣을 가능성이 높다. 구체적인 방식은 아직 예단하기 어렵지만, 분명히 북한과 중국은 윤 대통령의 ‘자유주의 연대’ ‘글로벌 중추국가’에 대한 의지를 시험하려 들 것이다.

이 때 윤 대통령은 예전 검찰총장 자리에서 보여주었던 인내심과 의지를 국제정치의 무대에서도 발휘할 것인가? 그 시험을 어떻게 통과하는지를 나는 관심있게 지켜볼 것이다. 아마 중국의 시진핑 주석도, 일본의 기시다 총리도 조용하지만 면밀히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5월 22일. 한국 방문 마지막 날. 한국에는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Well begun is half done.) 그동안 험난한 길을 걸어왔던 안보동맹, 경제동맹을 넘어 4차산업 과학기술 동맹으로 진화하는 한미 두 나라의 변화는 시작되었다. 이제 윤 대통령이나 나나 이러한 대외전략 변화를 뒷받침할 국내 기반을 어떻게 유지하는가가 관건이다.

극심한 인플레이션, 정치양극화라는 국내 정치의 격랑에서 살아남아야 윤 대통령도, 나도 서울 정상회담의 성과들을 기쁘게 돌아보는 날이 올 수 있다.

장훈 중앙대 교수·본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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