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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정가 “태풍”… 민사당 재산 도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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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억마르크 소련인 구좌로 해외 불법 유출/기지당수 사임 촉구ㆍ당 자발적 해체등 요구
구동독 공산당 후신인 민사당이 최근 막대한 당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사실이 폭로되면서 독일정가에 태풍이 불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 19일밤 베를린의 검찰과 경찰이 민사당사를 급습,수색작전을 벌이면서 공개되기 시작했다.
이날 검경은 민사당이 약 1억마르크(약 4백50억원)를 해외로 불법 유출했다는 범죄수사국의 첩보에 따라 법원의 수색영장없이 경찰 1백50명 등 모두 1백70명을 동원,6시간에 걸쳐 기지당수의 사무실을 포함,당사를 샅샅이 수색했다.
범죄수사국의 첩보는 「민사당 구좌로부터 3천만마르크가 한 네덜란드 은행에,7천만마르크가 한 노르웨이 은행에 불법 송금됐으며 구좌소유인은 소련인」이란 것.
그러나 이날 수색에서 수사당국은 아무런 물증을 찾아내지 못해 사건은 민사당에 대한 정치적 탄압으로 방향이 잡혀지는 듯 했다.
수색직후 기지당수는 『의회의 면책특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고 격렬히 항의했고 다른 정당들도 수사당국을 비난하고 나서면서 수색을 총지휘했던 베를린시 정부의 펜졸트 내무장관에 대한 사임요구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수사당국이 27일 민사당 회계담당인 볼프강 폴의원과 재정담당인 볼프랑 랑니취케의원으로부터 혐의 사실을 시인받고 이들을 체포,구속하면서 사태는 반전됐다.
이들이 모두 1억7백만마르크를 푸트닉이라는 한 소련 무역회사로 불법 송금했다고 자백한 것이다.
또 같은날 ADN통신(구동독 관영통신)은 모스크바에서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로 알려진 카우프만이란 사람을 인터뷰,구체적인 불법송금 과정을 폭로했다.
카우프만이 밝힌바에 따르면 민사당의 재산 해외도피 동기는 당재산이 국가에 몰수될 것이라는 불안이라는 것.
사태가 이처럼 확대되자 기지당수는 27일 『이번 사건을 전혀 몰랐다. 그러나 당수로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가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반려됐다.
민사당은 이어 28일 당 재산장부의 공개 및 「정치활동에 필요하지 않은」 당재산을 분류,국가에 헌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민사당의 이런 수습노력이 사건의 파장을 가라앉히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기민당의 자매정당인 기사당은 28일 민사당의 「자발적인」해체를,사민당과 자민당은 민사당 재산의 즉각적인 공개와 국가에의 반납을 요구하고 나섰으며 녹색당도 기지당수의 유임에 유감을 표명했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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