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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기대와 우려 교차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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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동훈 신임 법무부 장관이 17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방명록에 "호국 영령들의 용기와 헌신을 이어가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뉴시스

한동훈 신임 법무부 장관이 17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방명록에 "호국 영령들의 용기와 헌신을 이어가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뉴시스

민정수석 폐지, 검찰총장 공석으로 힘 쏠려  

능력·공정 등 기준 삼되 보복 인사는 금물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임명을 재가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하자 임명을 강행했다. 법 절차상 문제는 없지만 국회 시정연설에서 의회 존중과 협치를 강조한 다음 날의 일이라 공교롭다. 야당에 “말뿐인 의회주의”라고 공격할 빌미를 준 셈이다.

이날 공식 임기를 시작한 한 장관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당장 시급한 건 검찰 인사다. 통상 인사는 법무부와 대검찰청 간 협의 절차를 거쳐 이뤄진다. 문제는 이번엔 검찰총장이 공석이라 한 장관이 주도할 수밖에 없는데, 청와대 민정수석실마저 폐지돼 힘이 한 곳에 쏠린다는 점이다. 한 장관은 문재인 정부 초기 이른바 ‘적폐수사’를 수행하면서 각광을 받았으나 조국 일가 비리 수사 이후 정권의 눈 밖에 나 네 차례나 한직을 옮겨 다녔다. 보복 인사의 직접 피해자다. 익명의 제보자와 MBC 기자들이 합작해 제기한 소위 ‘검언유착’ 사건과 관련해서는 피의자로 수사까지 받았다. 이 사건 수사팀이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하겠다”며 12차례나 올린 보고를 친여 성향의 서울중앙지검 간부들이 모조리 묵살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준 게 불과 얼마 전이다.

보복 인사의 최대 피해자가 법무부 장관이 돼 주도하는 첫 인사이다 보니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추미애·박범계 전 장관 등의 수사 훼방, 갈라치기 인사에 대한 전면적 보복 인사가 걱정된다” “대검 공안부장 자리까지 특수부 검사를 앉힌 2019년 7월 윤석열 사단 싹쓸이 인사가 재연될까 우려스럽다” 등이다. ‘산 권력’을 수사하다가 한직으로 좌천된 검사들을 합당한 자리에 보임하는 것은 명예 회복과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쳐서는 안 된다. 내 편만 챙기는 인사에는 아무도 승복하지 않는다. 똑 같은 보복성 인사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된다면 국가와 국민 모두에게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인사의 기준과 원칙을 제대로 세워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 장관은 지난 9일 국회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검사의 능력과 실력, 공정에 대한 의지만을 기준으로 형평에 맞는 인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지역 안배와 여성 배려, 무엇보다 실천 의지가 중요하다.

한 장관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불리는 개정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시행(9월 10일) 전에 전 정부가 없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재건 등 조직을 재정비해 권력형 비리 수사에 공백이 없도록 해야 한다. “수사하는 것이 법에 맞다면 정권의 유불리랑 관계없이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거나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청문회 약속도 지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