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위해 희생하는 특수견, 은퇴 뒤엔 '근육퇴화' 고통

중앙일보

입력 2022.05.14 05:00

업데이트 2022.05.14 20:49

“늑대같다, 무섭다고 손가락질 받았죠. 붙잡고 인명구조견이라고 얘기할 수도 없고...”
은퇴한 특수견을 위한 복지단체를 운영 중인 권영율(44)씨의 얘기다. 대형견 입마개가 보편화하지 않았을 때 40kg이 넘는 크기의 인명 구조견과 거리를 나설 때면 늘 행인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욕설까지 들었다고 한다. 그는 “특수견들은 사람을 위해 평생을 바쳤는데 너무하지 않나”라며 아쉬워했다.

‘특수목적견’으로도 불리는 특수견은 인명구조, 탐지 등을 수행하기 위해 특수 훈련을 받은 개다. 특수견은 현재 경찰청, 소방청, 국방부, 관세청 등 정부 부처와 민간 등에 소속돼 활동하고 있다. 실종자를 찾는 인명 구조견, 시각 장애인을 돕는 안내견, 불법 물품 반입을 방지하는 검역·마약 탐지견, 목조 건물의 훼손을 막는 흰개미탐지견 등이 있다.

후각 뛰어난 특수견들, 평생 일한다

특수견은 평생 사람을 위해 일한다. 붕괴 현장 등 위험한 장소에 투입돼 실종자를 수색하거나, 각종 탐지를 하며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특수견은 후각과 청각이 사람보다 수십만배 이상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광주 붕괴 사고 현장에도 119 구조견이 투입되면서 사고 발생 이틀 만에 실종자를 찾았다.

은퇴한 특수견을 위한 복지단체 '아워비전'을 설립한 권영율(44) 대표. 함민정 기자

은퇴한 특수견을 위한 복지단체 '아워비전'을 설립한 권영율(44) 대표. 함민정 기자

“사납게 생겼다” 시선에 근육 퇴화까지 ‘이중고’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특수견이지만, 이들의 삶은 절대 녹록지 않다. 현장 투입을 위해 계속해서 고된 훈련을 받는다. 일부 차이는 있지만 특수견은 태어난 지 8~9년 정도가 되면 은퇴를 한다. 사람으로 치면 노년기라 은퇴 후 입양되더라도 반려견으로 살아갈 남은 삶이 길지 않다. 하지만 입양을 보내기조차 쉽지 않다고 한다. 사납게 생긴데다가 나이도 많고 크기까지 커서다.

직업병도 겪는다. 특수견은 현역 때 근육을 많이 사용해 은퇴 후 관리를 해주지 않으면 급격히 근육이 퇴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운동선수와 비슷하다”는 게 권씨의 설명이다. 그는 "특수견은 반복적인 훈련에 익숙해져 이를 벗어나도록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며 "이를테면 인명 구조견은 사람의 체취가 남아있으면 반사적으로 짖는다. 은퇴 후엔 이제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해주고 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수목적견의 처우 개선에 힘쓰고 있는 비영리단체 '아워비전'의 권영율(44) 대표의 모습. 과거 경북소방본부 119특수구조단 소속으로 재난 현장에 121회 출동해 13명의 인명을 구조했던 특수견 비전이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아워비전 제공

특수목적견의 처우 개선에 힘쓰고 있는 비영리단체 '아워비전'의 권영율(44) 대표의 모습. 과거 경북소방본부 119특수구조단 소속으로 재난 현장에 121회 출동해 13명의 인명을 구조했던 특수견 비전이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아워비전 제공

평생 희생한 특수견…‘관심’ 갖는 움직임

은퇴한 특수견에 대한 관심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월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은 “공익을 위해 일한 특수견들이 은퇴할 경우 사회나 국가 차원에서 치료비 등을 지원해 건강하게 생을 마치도록 해야 한다”며 “당선 이후 안내견이나 특수목적견이 은퇴한 경우 맡아서 키우겠다”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13일 오전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특수견. 강민지 인턴

13일 오전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특수견. 강민지 인턴

특수견 종합 관리 시스템 없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체 특수견 현황을 종합적으로 집계한다거나, 은퇴한 특수견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는 없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1년 기준 7개 정부 부처에 특수견은 1409마리가 등록됐다. 정부 각 부처와 민간에 자료를 따로 요청해야 하며, 정부에 소속된 특수견 현황에 대한 정확한 수치는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다만 특수견 수는 과거보다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년간 특수견 훈련 등을 해온 권씨는 “해외에서는 특수견이 은퇴하면 동상을 세워주는 등 노고를 인정해주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아직 부족한 게 많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은퇴한 특수견을 위한 센터 설립 등 사후관리가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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