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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1세대 산증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 별세…향년 92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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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학 아워홈 회장. 연합뉴스

구자학 아워홈 회장. 연합뉴스

구자학 아워홈 회장이 12일 오전 5시 20분쯤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2세. 구 회장은 1960년대부터 식품·화학·전자·건설 분야 기업에서 경영인으로 활약한 ‘산업화 1세대’의 산증인이다. LG 계열사의 음식서비스 사업부를 독립시켜 매출 1조7000억원 규모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구 회장은 1930년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6·25 전쟁에 참전했다. 군복무 시절 충무무공훈장·화랑무공훈장·호국영웅기장 등을 받았다. 이후 소령으로 예편했다. 57년 고 이병철 삼성 창업자의 셋째 딸인 이숙희씨와 결혼했다. 이후 구 회장은 10여년간 제일제당 이사와 호텔신라 사장 등을 지내며 삼성그룹에서 일했다. 그러다 1969년 삼성이 전자산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LG(당시 금성)와 경쟁 구도가 형성되자 LG그룹으로 돌아왔다.

럭키금성그룹·LG반도체·LG엔지니어링·LG건설 등 맡아 

구 회장은 이후 럭키 대표이사와 금성사 사장, 럭키금성그룹 부회장과 LG 반도체 회장, LG 엔지니어링 회장과 LG건설 회장 등을 역임했다. 럭키는 1981년 ‘국민치약’이라 불리는 ‘페리오’를 개발했고, 1983년 국내 최초로 플라스틱 폴리부틸렌테레프탈레이트(PBT) 소재를 만들었다. 1985년에는 ‘드봉’으로 국내 생활용품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해외에 수출했다. 86년 수출의 날 기념식에서 금탑 산업 훈장을 받았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1995년 LG엔지니어링에서는 국내 업계 최초로 일본 플랜트 사업을 수주했다. 2000년에는 LG유통의 식품서비스(FS) 사업 부문과 함께 그룹에서 독립해 아워홈을 설립했다. 아워홈은 단체급식업계 최초로 2000년 식품연구원을 설립했다. 아워홈 식품연구원은 현재까지 레시피 1만5000여개를 개발했고 연구원 100여명이 매년 신규 메뉴 약 300가지를 선보이고 있다. 매출은 2000년 2125억원에서 지난해 1조7408억원으로 8배 이상 커졌다. 단체급식사업과 식재유통사업 외에도 기내식과 호텔운영업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2000년에 LG그룹서 독립해 종합식품기업으로 

2016년에는 장남인 구본성 당시 부회장이 대표이사에 선임되며 후계 구도가 갖춰졌다. LG가에서는 경영권 갈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그룹 회장은 장자가 맡고, 다른 가족 일원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거나 계열 분리로 독립하는 원칙이 있다. 하지만 구 부회장은 지난해 보복 운전으로 상대 차량을 파손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고 결국 회사에서도 해임됐다. 당시 여동생 구미현·명진·지은이 합심해 구 부회장의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현재 아워홈은 구 전 부회장이 지분 38.6%, 미현·명진·지은 세 자매가 합산 지분 59.6%를 보유하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해 6월 아워홈 이사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되지 못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유족으로는 아내 이숙희씨와 아들 본성(아워홈 전 부회장), 딸 미현·명진·지은(아워홈 부회장)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이고, 발인은 15일 오전 8시다. 장지는 경기도 광주공원묘원.

범LG가 아워홈 지분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범LG가 아워홈 지분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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