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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윤 대통령, 첫 회의 파격…모두발언 원고도 치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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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윤석열

윤석열(얼굴) 대통령이 주재하는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첫 회의가 11일 오전 용산 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윤 대통령은 자리에 앉으며 “저하고 같이 하는 회의는 프리스타일로, 오늘 하루만 이렇게 (언론사) 풀(pool)단에서 찍는 것으로 하고, 편하게 하십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각자 복장도 자유롭게 하고, 나도 회의를 하면서 논의할 현안을 몇 개 들고 오겠지만 (참석하는 수석비서관도) 시의 적절한 현안이 있다고 하면 주제도 던지고”라고 했다. ‘대통령 일방 지시-참모진 받아쓰기’와 거리를 둘 것임을 시사했다.

또한 “오늘은 (언론이) 찍는다니까, 다음부터는 이런 것 없어요”라며 “대통령이 참모들과 회의하는데 무슨 요식 절차에 따라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비효율적이고 어색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책상에 놓여진 A4 종이를 보고는 “여기 보니까 써 준 것에는 ‘첫 번째 수석비서관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라고 돼 있는데) 무슨 법정 개정하는 것도 아니고”라고 했다. 참석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여태 대통령이 정기적으로 주재하는 회의는 ‘수보회의’라 불리는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와 국무위원이 참석하는 국무회의가 대표적이었다. 형식은 비슷했다. ①우선, 대통령이 자리에 앉아 원고에 적힌 대로 모두발언을 한다. ②청와대 출입기자단 중 차례가 된 방송기자와 취재기자가 ‘풀단’이라는 이름으로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 내용을 영상 및 글로 담는다. ③대통령 모두발언 뒤 비공개 회의에 들어가면서 ‘풀단’은 회의장을 나온다. ④회의 결과는 필요에 따라 청와대 대변인실이 대면 혹은 서면 브리핑을 한다.

대통령 회의가 이 같은 형식을 띠면서 모두발언은 결국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가 됐고, 정부 및 여권을 향한 업무 지시나 가이드라인 역할을 했다. 회의 모두발언이 이른바 ‘대통령 정치’의 출발점이었다.

윤 대통령 “물가가 제일 문제, 구두 밑창 닳도록 일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용산 대통령집무실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물가가 제일 문제”라며 “물가 상승 억제 대책을 계속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정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용산 대통령집무실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물가가 제일 문제”라며 “물가 상승 억제 대책을 계속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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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통해 자신의 뜻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기에 불편한 질문이 있는 기자회견을 피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날 윤 대통령이 주재한 첫 회의 풍경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방식이 기존과 확연히 달라질 것임을 암시했다. 대통령 주재 회의도 ①원고로 준비된 모두발언은 가급적 하지 않고 ②보여주기식 언론 노출은 최소화하며 ③회의를 통해 도출된 결론은 적극적으로 브리핑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최고위 회의 석상에서도 ‘짜여진 시나리오대로 회의하려면 왜 회의하냐’라고 했다”며 “내실 있는 결과를 도출하려는 대통령의 의지가 회의 방식에도 그대로 묻어났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회의는 가급적 비공개로 하면서, 대국민 소통은 일방적인 발언 공개가 아닌 출퇴근길 일문일답이나 기자회견을 늘리는 방향이 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원고 없이 진행한 이날 첫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지금 경제가 굉장히 어렵다”며 “제일 문제가 물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 상황이라는 것이 정권이 교체된다고 해서 잠시 쉬어주는 것도 아니고, 국민은 늘 허리가 휘는 민생고에 허덕거리고 있다”며 “각종 지표를 면밀히 챙겨서 물가 상승의 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억제 대책을 고민해 달라”고 주문했다.

업무 효율성 증대를 위해 ‘부서 칸막이 제거’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무수석과 경제수석, 사회수석, 안보수석을 차례로 호명한 뒤 “(경제 문제 등은) 업무가 법적으로 나눠 있는 게 아니다. 다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한 이유로 “일을 구둣발 바닥이 닳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말 구두 밑창이 닳아야 한다. 그래야 일이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며 “우리 방에도 격의 없이 수시로 와 달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취임사에서 ‘자유’를 강조하면서도 ‘통합’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정치 과정 자체가 국민 통합의 과정”이라며 “공동의 가치를 가지고 갈 때 진정한 국민 통합이 되기에, 그 기본 가치로 ‘자유’를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출근길에는 기자들과 만나 “어제 취임사에 통합 이야기가 빠졌다고 지적하는 분들이 있는데 (통합은) 너무 당연하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경제·사회 영역에 대해 정부 판단이 우선한다는 생각을 절대 하지 말라. 필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그야말로 필요악으로 정부와 국가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 개입은) ‘국민적 동의가 있는 것’이라는 기준을 가지고 들어가야 한다”며 “권한이 있다고 밀고 들어가면 부작용이 크다”고 했다.

◆“오늘 박진·이상민 장관 임명”=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추경 편성을 위한 임시 국무회의를 개최한다”며 “민주당의 협조로 윤석열 정부 내각이 완비되면 윤석열 정부 첫 국무회의는 약속한 대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 계획”이라고 공지했다.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을 준비해야 하는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 코로나19 상황 등을 관리할 책임이 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는 12일 임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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