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도 제쳐버렸다…방송 한번 안 나오고 1등, 미친 5초

중앙일보

입력 2022.05.09 22:02

업데이트 2022.05.1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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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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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아이브는 데뷔 반년 만에 글로벌 차트에 오르는 인기를 얻었다. 이들의 인기 비결 중 하나로 무대에서 연출하는 다양한 표정 연기가 꼽힌다. [사진 스타쉽엔터테인먼트]

걸그룹 아이브는 데뷔 반년 만에 글로벌 차트에 오르는 인기를 얻었다. 이들의 인기 비결 중 하나로 무대에서 연출하는 다양한 표정 연기가 꼽힌다. [사진 스타쉽엔터테인먼트]

“틱톡을 찍어 검사를 맡아요. 그러면 (강사가) 표정을 어떻게 해보라고 피드백을 주세요. 반짝이 효과 같은 편집도 스스로 해요.”

 데뷔 반년 만에 스포티파이·유튜브 뮤직·애플뮤직 등 각종 글로벌 차트를 휩쓴 걸그룹 아이브의 멤버 레이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연습생 시절 ‘틱톡 레슨’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이돌에겐 노래·춤 연습은 기본이고, 이제 짧은 동영상쯤은 스스로 만들어 글로벌 숏폼(1분 이하 동영상) 플랫폼에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음원 차트 움직이는 틱톡  

틱톡 영상이 음원 차트를 움직이기 시작한 건 지코(왼쪽)의 '아무노래' 챌린지에서 시작됐다. 화사가 참여한 '아무노래' 챌린지 영상. [사진 틱톡 캡처]

틱톡 영상이 음원 차트를 움직이기 시작한 건 지코(왼쪽)의 '아무노래' 챌린지에서 시작됐다. 화사가 참여한 '아무노래' 챌린지 영상. [사진 틱톡 캡처]

틱톡이 K팝 트렌드 바로미터로 급부상하고 있다. 틱톡에서 바이럴(입소문) 된 ‘챌린지 영상’은 글로벌 음원차트 인기로 직결된다. 여기서 챌린지는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열린 콘텐트를 의미한다. 가수 지코가 2020년 ‘아무노래’로 이효리, 화사 등 여러 스타를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해 연간 가온 디지털·다운로드·스트리밍 차트에서 모두 1위를 거머쥔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지코는 방송 출연과 같은 전통적인 홍보 활동은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지난달 새 앨범을 낸 제시의 ‘줌’ 챌린지 열풍도 거세다. 제시의 안무팀 라치카(스트리트 우먼 파이터 출신)를 시작으로 싸이, 유재석, 우주소녀 등 연예인뿐만 아니라 팬과 일반인도 안무 영상을 올리고 있다. 제시의 ‘줌’ 영상은 20일 만에 틱톡 누적 조회 수 34억건을 기록했다. 제시의 팔로워는 챌린지 덕에 1주 만에 78만명이 늘었다.

멜론·뮤직뱅크, 틱톡 점수 반영  

지난달 나온 제시의 신곡 '줌'은 틱톡에서 댄스 챌린지 영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 피네이션]

지난달 나온 제시의 신곡 '줌'은 틱톡에서 댄스 챌린지 영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 피네이션]

이 같은 영향력에 음원·방송업계도 차트 순위에 틱톡 데이터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팬들이 음원을 실제로 어떻게 즐기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인정한 것이다. 멜론은 지난달 ‘틱톡 주간 차트 30’을 신설했다. 이 차트는 매주 주말마다 틱톡 내 음원 사용량 톱 30을 기준으로 업데이트된다. 멜론이 외부 파트너에게 고정 트렌드 차트를 내준 것은 처음이다. KBS 뮤직뱅크는 지난 2월부터 ‘K차트’ 순위에 틱톡 점수가 반영된 가온차트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틱톡은 글로벌 팬덤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독일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틱톡 사용자는 미국이 1억3096만명(지난 1월 기준)으로 가장 많고, 인도네시아(9207만명), 브라질(7407만명), 러시아(5494만명) 순이다. 실제로 틱톡 내 K팝 관련 영상의 92.8%는 해외에서 만든 것이다. 인도네시아(16.4%), 필리핀(13.5%), 미국(8.7%)이 지역 상위권을 차지했다.

5초 안에 다양한 표정 보여줘야  

신인 그룹 빌리의 멤버 츠키(오른쪽 맨 위)는 다채로운 표정으로 역주행에 성공했다. [사진 미스틱]

신인 그룹 빌리의 멤버 츠키(오른쪽 맨 위)는 다채로운 표정으로 역주행에 성공했다. [사진 미스틱]

상황이 이렇다 보니 K팝 아이돌이 글로벌 무대에 진출하기 위해 틱톡을 하는 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틱톡 영상의 핵심은 5초 안에 시선을 사로잡는 강렬한 음악과 안무, 다채로운 표정 연기다. 특히 초 단위로 바뀌는 과장된 표정 연기는 연출의 부차적 요소에서 핵심 포인트가 됐다. 아이브의 두 번째 앨범 ‘러브 다이브’에서는 멤버 장원영이 “나르시시스틱”이라는 가사를 부르며, 나르시시즘에 빠진듯한 표정으로 눈썹을 치켜 올리는 장면은 무대의 ‘킬링 파트’(강렬한 인상을 주는 부분)로 꼽힌다. 5초 남짓한 시간에 미소 짓다가, 정색하는 등 재빠른 표정 변화에 팬들은 잠시도 한눈팔 겨를이 없다. 걸그룹 레드벨벳의 멤버 조이는 ‘필 마이 리듬’에서 “꽃가루를 날려”라고 노래하며 해사한 미소를 지어 사랑스럽다는 평가를 받았다.

표정 연기 덕분에 역주행(뒤늦은 흥행)에 성공한 케이스도 있다. 신인 그룹 빌리의 멤버 츠키는 음악방송 직캠(팬이 직접 촬영한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노래 ‘긴가민가요’까지 덩달아 인기를 얻었다. 직캠 속 츠키는 어려운 안무를 소화하면서도 초 단위로 표정을 바꿔 화제가 됐다. 미스틱 관계자는 “직캠 속 다채롭게 변하는 츠키와 멤버들의 표정이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 같다”며 “컴백 준비 시 곡이 가진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음악과 퍼포먼스뿐 아니라 무대 위 표정 연기 또한 함께 모니터링하며 디테일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유튜브 위협하는 ‘숏폼 강자’ 틱톡  

외신은 지난달 구글의 광고 매출이 줄어든 이유로 틱톡의 무서운 성장세를 꼽았다. 연합뉴스

외신은 지난달 구글의 광고 매출이 줄어든 이유로 틱톡의 무서운 성장세를 꼽았다. 연합뉴스

틱톡은 빠른 속도로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를 따라잡고 있다. 미국 경제 매체 CNBC는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지난달 공시한 1분기 실적이 기대 이하”였다며 “틱톡이 글로벌 영상 시장을 장악하며 유튜브의 광고 매출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모바일 데이터 회사인 센서타워에 따르면 틱톡은 지난 1분기(1~3월) 글로벌 앱 다운로드 수(1억 7500만건) 1위에 오르며 구글의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를 크게 앞섰다.

전문가들은 숏폼의 인기가 단기적인 유행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플랫폼이 다양해지고, 콘텐트 홍수의 시대에 살기 때문에 현대인은 오랜 시간 한 가지에 몰두할 여유가 없는 ‘시간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며 “어린 세대일수록 스마트폰으로 즐길 거리가 더 다양하기 때문에 이들의 시선을 붙잡기 위해 짧고, 강렬한 콘텐트를 만드는 마케팅 전략은 앞으로 오래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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