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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반려에도 재차 사표낸 부산고검장… "사직만이 국민 대한 예의"

중앙일보

입력

조재연(59·사법연수원 25기) 부산고등검찰청장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에 반발해 재차 사의를 표명했다. 여야의 검수완박 국회의장 중재안 수용에 처음 사표를 낸 지 17일 만이자, 문재인 대통령이 이 첫 사표를 반려한 지 3일 만이다. 조 고검장은 "오직 사직하는 것만이 국민과 검찰 구성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밝혔다.

조재연 부산고검장이 지난달 21일 경기 과천 법무부청사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조 고검장은 9일 사표를 제출했다. 뉴스1

조재연 부산고검장이 지난달 21일 경기 과천 법무부청사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조 고검장은 9일 사표를 제출했다. 뉴스1

조 고검장은 9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e-pros)에 '사직의 글'을 올린 뒤 "대선 이후 신정부 출범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급박하게 졸속 추진돼 검찰 가족, 시민단체, 법조계, 학계 등 많은 국민들께서 그토록 반대했던 '검수완박법'이 국회를 통과해 오늘(9일) 관보 게시로 정실 공표가 됨으로써 소위 검수완박법 파동은 표면적으로는 이렇게 마무리가 됐다"며 "이 모든 책임은 검찰 조직을 이끌어오면서 지혜롭고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한 저를 포함한 검찰 선배들의 몫"이라며 사의를 표했다.

조 고검장의 사표 제출은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지금의 검수완박 법안의 기초가 된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안에 여야가 합의했던 지난달 22일 김오수 전 검찰총장, 박성진 대검찰청 차장검사, 전국 5곳 고등검찰청 검사장들과 함께 사의를 표했다. 지난 6일 문재인 대통령은 이 중 김 전 총장의 사표만 수용하고, 조 고검장을 포함한 나머지 간부들의 사표는 반려했다.

조 고검장은 이날 올린 글에서 "오늘 출근해 다시 법무부에 확고한 사직 의사를 전달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이 법을 막고자 했던 이유는 이 법이 시행될 경우 엄청난 혼란과 국민 불편을 초래하고, 범죄자만 이득을 보며, 그 피해는 오로지 선량한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라며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며 사법 역사에 있어서 치욕스러운 일로 기억될 것"이라고 썼다.

그는 이어 "이제는 검찰을 떠나야 할 자는 떠남으로써 책임을 다하고, 남아야 할 자는 남아 조직을 추스름으로써 그 책임을 다해야 할 때"라며 "검찰 선배의 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오직 사직하는 것만이 국민과 검찰 구성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법안이 9일 전자관보를 통해 공포됐다. 1차 법안인 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 날인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의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검찰청법 개정안 통과 뒤 검찰은 유감의 뜻을 밝히며 문재인 대통령과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합리적 결정을 요청했고, 서울중앙지검은 ″의회민주주의 역사상 큰 오점″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2022.5.1   hkmpooh@yna.co.kr/2022-05-01 14:13:03/ 〈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법안이 9일 전자관보를 통해 공포됐다. 1차 법안인 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 날인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의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검찰청법 개정안 통과 뒤 검찰은 유감의 뜻을 밝히며 문재인 대통령과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합리적 결정을 요청했고, 서울중앙지검은 ″의회민주주의 역사상 큰 오점″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2022.5.1 hkmpooh@yna.co.kr/2022-05-01 14:13:03/ 〈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또  "우리의 관심이 '검수완박법' 통과에 대한 분노에만 그친다면 언제든지 지금과 같은 사태는 또다시 반복될 것"이라며 "정치 세력과 검찰은 필연적으로 긴장 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썼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사태가 오게 된 근본적 원인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날 전자관보를 통해 검수완박 법안으로 불리는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과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을 공포했다. 국회 과반 의석의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서 검찰청법 개정안(지난달 30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지난 3일)을 각각 통과시킨 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으로 예정됐던 국무회의를 오후로 옮겨 두 법률 공포안을 의결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은 공포 4개월이 경과한 오는 9월부터 본격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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