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영화 장면인 줄”…화제의 中 자율주행 택시, 직접 타보니

[사진 IC 포토]

지난 4월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니에이아이(Pony.AI)가 중국에서 택시 면허를 취득했다. 이는 중국에서 자율주행 기술 기업이 택시 면허를 따낸 첫 사례다. 2016년 말 설립된 포니에이아이는 미국과 중국에 기반을 둔 회사로, 일본 완성차 업체 도요타·중국제일자동차그룹(FAW·디이 자동차)·광저우자동차그룹(GAC) 등 제조사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포니에이아이(Pony.ai)는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 난샤(南沙·남사)구에서 자율주행차 100대를 택시로 운영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또 지난 5월 1일 베이징 정부로부터 무인 택시 운영 허가증을 받았다. 베이징시는 자율주행 택시(로보택시)에 대해 조수석에만 사람이 탄 상태에서 시범 운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첫 허가를 냈다.

자율주행 택시, 이른바 로보택시 산업이 중국에서 격렬히 확장하는 추세다. 텐센트와 광저우자동차 등이 합작해 세운 루치추싱(如祺出行)은 지난해 광저우 모토쇼에서 무인운전 자율주행차인 로보택시(Robotaxi)를 공개했고, 지난달엔 10억 위안 이상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

베이징 이좡(亦莊)시에서 바이두는 이미 10개의 자율주행 택시를 운영 중이며 앞으로 30개를 더 추가할 계획이다. 바이두는 2020년 10월부터 자율주행 택시 '아폴로 고(Apollo Go)'의 무료 시범 운행을 해 왔다. 지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당시 베이징 서우강 산업단지 내 3㎢ 구역에서 무인 택시는 8곳의 주요 거점을 오가며 선수와 관광객을 숙소와 경기장으로 실어 나르기도 했다.

[사진 바이두]

자율주행차 기업이 상용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전 로보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특정 ODD(운행설계영역)구역에서 시운전을 하는 것으로, 도로의 특성, 시간 및 기타 운행 조건이 사전에 설정되어 있어 차량이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 이는 실제 도로 상황과 큰 차이가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두 번째는 택시 혹은 온라인 차량 호출 플랫폼과 협력해 일부 허가 지역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중국에서 허용된 로보택시는 위 두 방식을 차용해 모두 특별 관리와 제재를 받고 있다.

바이두, 텐센트를 비롯한 인터넷 기업과 자동차 거물이 수년간 연구와 시범 운행 단계를 끝내고 본격적인 상업화로 넘어가는 추세다. 이제 중국에서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 택시를 탈 수 있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 실제 자율주행 택시는 어떤 모습일까?

화제의 자율주행 택시, 직접 타보니…

포니에이아이가 출시한 자율주행 택시는 광저우 난샤구 약 800㎢ 범위에서 운행을 시작하고 광저우시 다른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갈 계획이다. 또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 내에 60㎢ 상당의 일부 지역에서 무인택시를 시범 운영한다. 현재는 안전상의 이유로 차량 내에 안전 요원(기사)을 투입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완전 무인 차량을 운행하겠다 밝혔다.

*하단의 자율주행 택시 체험기는 중국 매체 션투(深途)에서 취재 보도한 내용 중 일부를 번역함.

[사진 Pony.ai]

베이징의 IT 업계 종사자 자오덩(趙登)씨의 탑승 후기:
“일반 택시와 비슷하지만, 탑승지는 자유롭지 않아”

저녁 퇴근길, 도로가 조금 막힌 상황에서 포니 파일럿 플러스(PonyPilot+)란 앱을 통해 예약했다. 개인 정보를 등록·제출하고 가장 가까운 승차홈을 찾아 목적지를 입력한 후 무인 자동차가 예약을 확인할 때까지 기다린다. 택시 운행 과정은 디디추싱과 유사하지만, 로보택시의 경우 버스 정류장처럼 탑승지와 목적지가 고정되어 있다. 로보택시는 사전에 등록된 정거장 사이에서만 운행이 가능하다.

[사진 Pony.ai]

예약 확인까지는 10분가량이 소요됐고, 승낙 후 3~5분 안에 자율주행 택시가 도착했다. 차량 루프에는 도로 상황을 식별하는 레이더가 장착되어 있다. 운전석에는 안전 요원이 있었지만 운전대는 잡지 않았으며, 이동 도중 여러 번 신호등과 교차로를 지나고 회전과 차선 변경이 있었지만 안전 요원은 전 과정을 지켜보기만 했다. 핸들이 스스로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었고 도로 상황에 따라 핸들의 회전 범위가 달랐으며, 교차로에서 회전할 때 핸들이 더 빨리 회전했다.

약 2km의 이동 시간은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앞, 뒷좌석에는 도로 상황과 차량 이동 경로, 전방 코너링 여부, 주변 차량과 보행자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놓여있어 승객이 도로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또 포니에이아이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도로 진행 상황을 볼 수 있다.

[사진 Pony.ai]

차량의 출발과 가속, 브레이크는 비교적 안정적인 편으로 베테랑 운전자 느낌과 비슷해 기계가 제어하는 차라고 느끼기 어려웠다. 비교적 속도가 느리고 전 구간이 약 시속 40㎞에 달해 택시보다 더 안정적이라고 느꼈다.

선전시 광고업계 종사자 찬즈(蟬仔)씨의 탑승 후기:
“베테랑 운전자만큼은 아니지만 초보 운전자보다는 나아”

약 1~2km의 도로를 무인 택시로 달렸다. 예약 후 개조된 링컨 차량이 왔는데, 택시가 이렇게 호화롭게 나올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다. 탑승한 뒤 안전요원은 출발할 때만 스티어링 휠을 조작했을 뿐 주행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 도로에 차량이 비교적 많고, 횡단보도 유턴 외에 1분 이상 줄을 서야 하는 주요 간선도로와 조금 복잡한 사거리마저 순조롭게 운행됐다.

다만 전반적인 무인택시의 주행은 노련한 수준은 아니었고, 특히 차선 변경이나 회전 시 반응이 다소 서툰 느낌을 받았다. 주행은 비교적 순조로웠고, 도로 위 다른 차와 보행자를 잘 피해 갔지만 급정거의 속도는 빠르지 않았다. 또 녹색불에 좌회전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반대편 차량이 3~5초가량 시동을 걸지 않았고 출발하지 않아 내가 탄 자율주행차 역시 교차로에서 대기하고 있어 시간이 꽤 소요됐다. 그러나 갓 길을 나선 초보 운전자보다는 훨씬 나은 수준이다.

[사진 Pony.ai]

베이징의 인터넷 기업 매니저 이즈(易資)씨의 탑승 후기:
“SF 영화 속에 있는 느낌, 그러나 불편함도 존재해”

워낙 테크놀로지 제품을 좋아하다 보니 언제 한번 경험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량이 고정된 지점에서 탑승, 정차해야 한다는 것 외에는 일반적인 인터넷 예약 차량과 비슷했다. 차에 올라 휴대전화 끝 번호를 입력하면 차량이 알아서 움직인다. 한 가지 특이점은 뒷좌석 안전벨트 착용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사진 Pony.ai]

하차 시 요금은 포니에이아이 앱을 이용해 지불할 수 있는데 전체 운행 거리가 3km가 넘어 요금이 30위안 이상이라고 명시돼 있었지만, 하차 시 자동으로 할인하고 무료로 탑승할 수 있었다. 함께 탑승한 안전요원은 자전거 역주행이나 다른 차의 차선 위반, 추월 등은 차량 정지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나중에 안전요원이 없어지고 완전 무인으로 변경되면 기업은 클라우드와 5세대 통신기술(5G)을 통해 원격으로 차량 운행을 제어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체적으로 신선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지만 로보택시 산업의 발전에 대해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게 됐다. 아직 자율 주행 기술은 미성숙할뿐더러 일반 택시나 대중교통보다 가격 경쟁력이 없다. 또 고정된 위치와 경로에서만 운전할 수 있어 이동 거리가 제한적이라는 큰 단점이 있다.

일반 택시와 로보택시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당연히 일반 택시를 이용하고 싶다. 가령 로보택시 승차 후 교통사고가 나면 안전요원, 기업, 반대 차량, 연구원 중 누가 보상을 해 줄지도 의문이다. 역시 자율주행은 초반에 공상과학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이다.

완벽한 모습이 갖춰지지 않아 현재 소비자들의 반응은 비교적 냉담하지만, 전체적인 시장 환경과 상황이 매우 양호한 상태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자율주행 상용화를 이룬다는 목표에 따라 관련 기술 발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각 지방정부가 적극적으로 이를 지원하면서 자본과 실력을 갖춘 다양한 기업들 자동차 기업들이 도로 실증 테스트에 참여하며 자율주행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앤컴퍼니의 통계에 따르면 10년 이내에 중국 대도시에서 전체 승객의 5분의 1에서 4분의 1이 로보택시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중국 전역에서 로보택시는 같은 시기에 차량공유사업의 약 5%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차이나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