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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이해 키워드 30] <중간재 교역> 한중 무역에 대한 3가지 우려, 모두 기우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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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한중 무역을 두고 3가지 우려가 거론됐다. 첫 번째, 과도한 대중 수출의존도, 두 번째, 중간재 중심의 대중 수출구조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나친 대중 무역흑자다.

결론부터 밝히자면 한중 수교 30년을 맞은 지금, 이 세 가지는 모두 쓸데없는 걱정거리였다.

한중무역[사진 셔터스톡]

한중무역[사진 셔터스톡]

팩트체크 1. 과도한 대중 수출 의존도?

한국의 많은 전문가와 언론이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너무 높아 중국발 리스크에 취약하다고 지적해 왔다. 특히 2017년 사드 사태를 거치면서 중국발 위기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졌고 이는 우리나라가 무역 다변화를 추진해야 할 이유로 이용돼 왔다.

1992년 수교 당시 우리의 대중 수출의존도는 3.5%에 불과했다. 그러나 10여 년 후인 2003년 중국이 우리의 최대 수출 상대국으로 떠올랐고, 2010년에는 그 비중이 25%를 넘어섰다. 홍콩을 합산하면 대중 수출의존도는 2010년에 이미 30%대(30.5%)를 넘어섰다. 그러나 대중 수출의존도가 25%를 넘어선(홍콩 합산 시 30%) 이후 작년까지 10년 넘게 대중 수출 의존도가 더는 높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이상 그래프 선에 큰 변화가 없다면 이것은 새로운 추세로 보아도 무리가 없다.

중국처럼 거대하고 역동적인 ‘세계의 공장’과 이웃하면서도 25~30%의 비교적 낮은 수출의존도를 유지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와 비슷한 무역구조를 보이는 대만의 대중 수출 의존도는 27.7%(홍콩 합산 시 41.5%)(’21년), 일본의 대중 수출 의존도는 21.0%(홍콩 합산 시 25.6%)에 이른다. 특히 지난해, 중국과 갈등을 빚었던 호주의 대중 수출의존도는 40.7%(홍콩 합산 시 42.3%)에 이른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시사점 2가지를 알 수 있다. 하나는 규모와 거리를 고려할 때 우리의 대중 수출 의존도가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대중 수출 의존도가 높다고 해서 굳이 중국에 ‘순종적’일 필요는 없다는 거다. 우리보다 월등히 높은 대중 수출 의존도를 보이고 있는 대만과 호주는 중국과 갈등하면서도 무역 관계를 별 탈 없이 유지하고 있다. 다시 말해, 높은 수출 의존도가 필연적으로 정치 외교적 유대 강화를 초래한다는 생각은 선입견일 수 있다.

한국의 주요국별 수출의존도(%) [필자제공]

한국의 주요국별 수출의존도(%) [필자제공]

팩트체크 2. 중간재 중심의 대중 수출 구조?

꽤 오래전부터 한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현지 생산에 필요한 원부자재(중간재)를 중국으로 수출하다 보니 우리의 대중 수출이 수치상으로는 엄청나게 많으면서도 실속이 없다고 지적해 왔다. 최종 제품, 특히 소비재 수출이 미미하므로 수출품에 포함된 부가가치가 적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중국의 중간재 분야 제조 능력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면서 우리 기업이 중국 기업의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는 생각도 퍼져있다.

예전에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린 얘기고, 같은 중간재라도 다시 보면 달라진다.  

중국 대한국 수입의 가공 단계별 구성(대분류, %) [자료 GTA 통계를 UN BEC 기준에 따라 계산]

중국 대한국 수입의 가공 단계별 구성(대분류, %) [자료 GTA 통계를 UN BEC 기준에 따라 계산]

중국 대한국 수입의 가공 단계별 구성(세분류, %) [자료 GTA 통계를 UN BEC 기준에 따라 계산]

중국 대한국 수입의 가공 단계별 구성(세분류, %) [자료 GTA 통계를 UN BEC 기준에 따라 계산]

일단 중국의 대(對) 한국 수입에서 중간재 비중이 매우 높고 더욱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중간재의 비중은 2010년 73.7%로 이미 높았는데 2021년에는 80.6%로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이 중간재가 어떤 제품인지를 따져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중간재 내에서 부품의 비중이 2010년 34.4%에서 2021년 52.2%로 급속하게 늘어나고, 반제품의 비중은 같은 기간 39.3%에서 28.4%로 줄었다.

이게 무슨 뜻일까? 부품(parts)이란 원래 모습을 갖춘 채 다른 제품의 생산에 투입되는 제품으로 대부분 고기술 제품이며 근래에 많이 회자되는 글로벌 밸류 체인(GVC)에서 핵심적으로 중요한 분야다. 대표적인 품목은 전자부품(반도체, 디스플레이 포함), 자동차 부품, 기계 부품 등이다. 반제품(processed materials)은 중간재지만 다른 제품에 투입돼 가공되는 과정에서 원래의 모양과 기능이 대폭 변경되는 분야로, 중저기술 제품도 상당 부분 포함하며 GVC에서 지니는 의미도 크지 않은 분야다. 대표적인 품목은 석유화학, 철강, 비철금속, 섬유 등이다.

중간재 내 부품과 반제품의 차이를 고려했을 때, 한국의 대중 수출에서 부품 비중이 확대된다는 것은 기술 수준이 높고 부가가치가 높으며, GVC에서도 더욱 중요한 부품을 중심으로 한중 무역이 재편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달리 말하면 우리의 대중 수출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핸드폰 부품 등 고기술 부품을 중심으로 고도화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 큰 비중을 차지하던 원단, 플라스틱 제품 등 저부가가치 반제품 분야의 수출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또, 2017년까지 2.3%에 불과하던 소비재의 수출 비중이 작지만 꾸준히 증가해 2021년에 3.7%까지 늘어났다. 우리의 대중 수출에서 최대 소비품인 승용차(완성차)의 대중 수출이 전혀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대중 수출에서 소비재 비중이 3.7%라는 것은 상당한 수준이다. ‘K-뷰티’, ‘K-푸드’, ‘K-헬스’, 더 나아가 예상치 못한 효자 수출품으로 떠오른 K-팝 음반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문화 경쟁력을 배경으로 한 한국산 소비재의 저력이 눈에 띈다.

2019년 5월 1일 미국 라스베가스의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2019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 방탄소년단이 참가했다 [사진 셔터스톡]

2019년 5월 1일 미국 라스베가스의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2019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 방탄소년단이 참가했다 [사진 셔터스톡]

팩트체크 3. 지나친 대중 무역 흑자?

이 역시 예전에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렸다. 대한민국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대중 무역 흑자가 꾸준히 늘어나 2013년 628억 달러로 정점을 찍었고 그 뒤로 감소를 거듭해 2021년에는 243억 달러까지 줄어들었다. 중국 측 통계를 살펴보면 그 경향성은 한국 측 통계와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한국의 대중 무역 흑자는 아직도 상당한 규모지만 심각하고 구조적인 문제는 아니다.

한국의 대중국 무역흑자(중국의 대한국 무역적자)(억달러) [자료 한국측 통계는 관세청, 중국측 통계는 상무부. GTA 통계 이용]

한국의 대중국 무역흑자(중국의 대한국 무역적자)(억달러) [자료 한국측 통계는 관세청, 중국측 통계는 상무부. GTA 통계 이용]

대중 무역흑자가 감소하는 이유는 뭘까? 한국의 대중 수출보다 수입이 더 빨리 증가하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2013년 이후 대부분의 해에(2017년과 2018년을 제외하고) 우리의 대중 수입 증가율이 수출 증가율보다 높은 기록을 보여 왔다. 이에 따라 중국의 한국 수입 점유율도 빠른 속도로 높아져 2007년 15.7%로 최대 수입점유국으로 부상한 뒤 ’21년에는 22.5%를 기록하고 있다. 한중 무역이 일방향에서 쌍방향으로 전환된 것이다.

주요국의 한국 수입 점유율(%) [자료 한국무역협회]

주요국의 한국 수입 점유율(%) [자료 한국무역협회]

그런데 대중 수입 증가가 이야기의 끝이 아니다. 대중 수입이 왜 늘어나는가를 알기 위해 대중 수입품을 용도별(가공단계별)로 분류해 보면 뜻밖의 사실이 드러난다.

고부가가치·고기술 및 GVC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부품'이 대중 수입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부품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6년만 해도 2.9%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작년에는 무려 39.7%로 늘어났다.

한중 간 쌍방향 부품 무역이 주도하는 쌍방향 국제 분업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중국산 부품 없이 제조나 연구 개발을 시도하는 업체는 거의 없다. 이제 대중국 수출을 어떻게 잘할 것인가를 넘어 이제는 '어떻게 하면 중국산 부품을 잘 활용해 좀 더 나은 제품을 개발하고 만들 것인가'가 우리 기업의 중요한 과제가 됐다. 상당수 한국 기업은 꽤 오래전부터 이 과제를 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한중 무역에서 자주 거론되는 3가지 이슈(무역의존도, 무역구조, 무역 불균형)를 몇 가지 최신 지표를 이용해 검토해 본 결과 걱정거리가 되었던 문제들은 대부분 오해였거나 새로운 추세에 의해 의미가 바뀌어 버린 것으로 밝혀졌다.

한중 경제관계는 수교 후 30년을 지나면서 규모(무역의존도) 면에서 안정적 성장세에 접어들고, 구조면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GVC가 활성화되며, 쌍방향 분업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제, 고부가가치 제품의 활성화된 쌍방향 국제분업에 적합한 대중 수출과 중국산 부품과 소재의 활용 전략을 고민할 때다.

글 정환우 코트라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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