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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손실나 대출 못갚아"…20대 영끌족 저축은행 찾은 까닭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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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의 모습. 뉴스1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의 모습. 뉴스1

직장인 황모(28)씨는 2년 전 시중은행에서 신용대출 3000만원을 받아 주식과 암호 화폐에 투자했다. 지난해 2월 첫 만기 때는 은행에서 대출금을 전액 연장해줬다. 하지만 올해 2월엔 달랐다. 은행에선 “추가 연장을 하려면 대출액의 15%를 상환하라”고 요구했다. 황씨가 신용카드 납부액 연체 등으로 1년 사이 신용점수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빚내서 투자한 주식이나 암호화폐가 손실을 보고 있어 대출금을 갚기도 쉽지 않았다. 결국 그는 한 저축은행에서 8%의 금리로 450만원을 빌려서 대출액 일부(15%)를 상환한 뒤 대출을 연장했다.

상대적으로 자산이 적은 20대의 빚이 경제의 부실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자가 비싼 2금융권 대출과 3개 이상 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가 늘고 있어서다. 더욱이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로 접어들면서 청년층의 이자 부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8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20대의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95조665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보다 0.2%(1462억원) 소폭 줄었다. 하지만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 빌린 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1%(2729억원) 증가한 게 눈에 띈다. 같은 기간 2금융권에서 전체 연령대의 가계대출이 0.4% 늘어난 점과 비교하면 20대의 대출 증가 속도가 가파른 편이다.

진선미 의원실 측은 “지난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이후 소득수준과 신용도가 낮은 취약계층에게 시중은행 대출 문턱은 여전히 높다”며 “이들은 늘어나는 이자 부담이나 생활비 증가 등으로 2금융권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가운데 사회초년생인 20대의 비중이 높아 이자 부담 증가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취약 차주가 될 우려가 있는 20대 다중채무자도 늘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20대 다중채무자는 37만4000명으로 석 달 사이 5000명 늘었다. 이들의 대출 금액(23조2814억원)은 같은 기간 2289억원(1%) 증가했다. 반면 전 연령대의 다중채무자는 올해 3월까지 5000명 줄었고, 대출액은 2조5927억원(0.4%) 감소했다. 다중채무자는 대부업을 포함해 3개 이상 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차주를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자산이 적은 20대의 과도한 빚 부담이 부실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보유 자산이 적은 20대는 다른 세대보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취약 차주가 될 우려가 크다”며 “금융당국은 이들이 제2ㆍ3금융권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이들의) 미래 소득을 고려해 신용도를 재평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특히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대출이 늘어나면 금리 상승기에 경제의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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