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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마크 달고도 말 잇지 못한 심석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8일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을 마친 뒤 인터뷰에 나선 심석희. 그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뉴시스

8일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을 마친 뒤 인터뷰에 나선 심석희. 그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뉴시스

힘겹게 국가대표 자격을 따낸 심석희(25·서울시청)는 환하게 웃지 못했다. '험담 파문'의 여파는 여전히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심석희는 7·8일 서울 태릉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22~23시즌 KB금융그룹 종합선수권 겸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 3위에 올랐다. 500m 금메달, 1000m 은메달을 따낸 심석희는 3000m 수퍼파이널에선 3위를 차지했다. 종합포인트 73점을 획득한 심석희는 김길리(109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번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1·2차 대회 종합 점수를 합쳐 남녀 각각 7명씩 총 14명을 선발한다. 합계 97점(1차 48점, 2차 49점)을 얻은 심석희는 김길리(99점)와 김건희(98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4위 이내 입상자는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출전 자격을 얻는다. 개인전에는 최대 3명까지 출전 가능하다. 2022 세계선수권 종합우승으로 태극마크를 예약한 최민정(성남시청)과 김길리, 김건희가 개인전에 나서고, 심석희는 계주에 출전한다.

심석희는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2018 평창 올림픽 당시 국가대표 코치였던 A씨와 함께 동료 선수 최민정과 김아랑 등을 욕한 사적 메시지가 지난해 10월 공개됐기 때문이었다. 대한빙상연맹은 국가대표 자격 정지 2개월 징계를 내렸다.

출발 준비하는 심석희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8일 태릉 빙상장에서 열린 KB금융그룹 제37회 전국남녀 종합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 겸 국가대표 2차 선발전 여자부 1000m 준준결승에서 심석희가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2022.5.8   xyz@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출발 준비하는 심석희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8일 태릉 빙상장에서 열린 KB금융그룹 제37회 전국남녀 종합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 겸 국가대표 2차 선발전 여자부 1000m 준준결승에서 심석희가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2022.5.8 xyz@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심석희는 올림픽이 끝난 뒤 열린 세계선수권 출전을 위해 다시 대표팀에 합류했다. 심석희는 사과의 뜻을 전달했지만, 최민정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심석희와 접촉을 피해달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결국 세계선수권에 함께 출전해 금메달을 따냈지만, 두 사람 사이는 냉랭했다.  2번과 4번으로 순서를 떨어뜨려 터치도 하지 않았다. 다른 선수들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던 순간에도 땅만 바라봤다. 서휘민이 메달을 목에 걸어주고 나서야 미소를 띄었다.

심석희가 선발전을 통과하면서 둘의 불편한 동행은 1년 더 이어지게 됐다. 경기 뒤 인터뷰에 나선 심석희의 표정은 차분했다. 다른 선수들과 달리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빙상연맹 관계자는 "심석희가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석희는 한참 머뭇거리다 "어…"라고 입을 뗐다. 그는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셨다. 소속팀(서울시청) 멤버들과 같이 훈련했고, 도와주신 덕분에 경기를 잘 치를 수 있었던 거 같다. 선후배 선수들과 경기를 즐겁게 해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선수권이 끝난 뒤)시간이 촉박하긴 했지만, 최대한 경기 당일 컨디션을 최선으로 끌어올리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2022 세계선수권 여자 계주 시상식이 끝난 뒤 함께 사진을 찍은 선수들. 심석희는 환하게 웃지 못했다. [EPA=연합뉴스]

2022 세계선수권 여자 계주 시상식이 끝난 뒤 함께 사진을 찍은 선수들. 심석희는 환하게 웃지 못했다. [EPA=연합뉴스]

심석희는 인터뷰 도중 양해를 구하고 잠시 일어섰다. 험담 사건이 공개된 이후 취재진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한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심석희는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그는 '다시 경기장에 서게 된 이유'에 대해 "아무래도 가족이나 저를 믿고 응원해주시는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다. 저 혼자가 아니란 걸 알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으로 잘 해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석희는 짧은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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