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소통령’ 교육감 대해부]“후보·공약 모르고 투표” 21%, 교육 아닌 사회 이슈가 좌우

중앙선데이

입력 2022.05.07 00:20

업데이트 2022.05.07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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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7호 10면

SPECIAL REPORT 

“부산발 교육혁명을 완성하라는 뜻으로 알고 신명을 바쳐 일하겠습니다.”

2007년 2월 15일 전국 최초 주민 직접선거로 선출된 전 설동근 부산시 교육감의 당선 소감이다. 하지만 이날 투표에는 전체 유권자 284만명 중 15%인 43만명이 참여하는데 그쳤다. 전년도에 치러진 5·31 지방선거에서 부산지역 투표율이 48.5%인 것을 생각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주민이 직접 교육감을 선출하는 첫 선거에서부터 무관심·깜깜이 투표 조짐이 나타난 셈이다. 교육감 직선제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2007년에 처음 시행됐다. 기존 교육감의 임기 만료에 맞춰 부산과 경기 등에서 개별 선거가 진행된 후 2010년부터는 지방선거와 함께 진행했다.

1952년에 첫 교육감을 선임한 이래로 1990년까지 교육감은 관선으로 임명되는 것이 원칙이었다. 이후 지방자치제도의 도입과 함께 1991년부터 교육위원과 학부모 대표가 체육관에서 뽑는 간접선거제도를 채택했다. 그러나 소수의 인원이 교육감을 뽑다 보니 교육감 선출과정에서 밀실합의, 금품비리 등 각종 폐단이 발생했다. 또한 교육감 선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지역주민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못한다는 비판이 강해졌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나온 직선제가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하지만 ‘지역주민의 교육주권 행사’라는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후보가 누구인지, 어떤 공약을 내놨는지 모른 채 투표용지에 기표하는 ‘깜깜이 선거’라는 우려가 가장 컸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교육감 선거는 후보자의 정책이나 자질보다는 당시 사회 이슈나 각 진영 후보 단일화 여부 등 변수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경향이 높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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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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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첫번째 교육감 선거는 무상 급식 이슈가 지배했다. 2009년 당시 민선 1기로 경기도 교육감에 당선된 김상곤 전 교육감은 무상급식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고, 선거는 무상급식 대 반무상급식의 구도로 짜였다. 결과적으로 무상급식이 대세로 흘러가면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16곳 지자체 중 6곳에서 승리했다. 2014년 교육감 선거 역시 후보자들의 정책보다는 그해 4월에 일어났던 세월호 참사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300여 명의 학생이 사망한 비극 속에서 현재 교육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더해 진보 성향 후보들이 단일화에 성공한 반면 보수 성향 후보들은 난립했다. 결과적으로 13석을 진보 성향 후보가 차지했다. 시·도 광역단체장에 당선된 진보 성향 후보(9명)보다 많았다.

2018년 교육감 선거 또한 교육 철학과 공약 대신 ‘단일화 무산은 곧 필패’라는 논리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당시 보수 후보를 표방한 박선영 후보와 중도 성향의 조영달 후보가 단일화에 실패하면서 표가 갈린 가운데 현직인 조희연 후보는 직선제 교육감으로는 최초로 서울시 교육감 재선에 성공했다. 개표 결과 조 교육감은 최종 득표율 46.6%를 기록했고 2위인 박선영 후보는 36.2%, 조영달 후보는 17.3%를 득표했다. 선거 이후에도 단일화를 통한 선거 공학에 대한 논의만 존재할 뿐 정책이나 후보 자질에 대한 성찰은 양쪽 진영 모두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실제로 2018년 여론조사기관 케이스탯이 지방선거 직후 유권자들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교육감 후보의 이름도 공약도 모르고 찍었다는 사람은 21.2%에 달했다. 선거구가 같은 광역단체장의 경우 이 비율이 7.5%에 불과했다. 교육감 후보의 이름과 공약을 알고 투표했다는 사람은 절반이 안되는 41.3%에 그쳤다.

6월 1일 지방선거가 한달이 채 남지 않은 현재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서울시 교육감 자리를 둘러싼 선거전은 과열 양상이다. 보수진영은 박선영 전 의원, 조영달 전 서울대 교수, 조전혁 전 의원 등을 상대로 ‘중도·보수후보 단일화’를 추진했지만, 각종 비방 끝에 결국 소송전으로 비화했다. 중도·보수 진영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박 전 의원은 “지난 8년 동안 학생들의 실력이 추락했다”며 자사고 폐지 등 조희연 교육감의 조치가 법정에서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는 점을 비판했다. 그는 유치원 무상교육 실시와 코딩교육 시행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놓았다. 진보진영에서는 조 교육감이 3선 도전 의사를 밝힌 가운데, 최보선 새로운대한민국교육포럼 대표, 강신만 교장제도혁신모임대표가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특목고 폐지’와 ‘정시 확대 반대’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두 아들은 외고를 보내놓고 특목고 폐지에 나서는 것은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이재정 교육감이 불출마를 선언한 경기도 교육감 선거도 혼전 양상이다. 보수진영은 임태희 전 한경대 총장으로 단일화가 이뤄진 반면 진보진영에선 5명의 후보가 난립하고 있다. 임 전 총장은 “경기도 진보 교육감 13년을 진단한 결과 실력, 청렴도 모두 바닥”이라고 비판했다. 임 전 총장은 ‘혁신학교’를 진보 교육감 13년의 최대 실책으로 꼽았다.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일반 학교와 차별을 만들고, 결과적으로 일반 학교 학생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임 전 총장은 인공지능(AI) 하이테크 맞춤형 공교육 도입, 방과후 프로그램 다양화, 디지털 역량 강화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하며 진보·보수 진영을 통틀어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진보진영에서는 김거성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여론조사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김 전 수석은 초등 3~6학년 방과후 영어 무상교육과 온라인 강의 활성화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한복 한국폴리텍대학 학장은 이재정 교육감의 ‘정통 후계자’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 교육감의 성과를 계승해 미래 교육을 실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수도권 지역을 기치로 후보자들간의 날선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부산·경남 등은 단일화 후보들끼리 진보·보수 2파전이 펼쳐질 예정이다. 다만 대구의 경우 양상이 다르다. 6일 현재까지 시교육감 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사람이 없어 강은희 현 교육감의 독주가 예상된다. 무투표로 당선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시민들의 무관심 속에서 그들만의 싸움으로 당락이 좌우되다보니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 적합성보다는 단일화 여부, 이슈로 인한 진영논리가 우선된다. 제대로 된 검증이 이루어지지 못하다보니 당선된 교육감 후보에 대한 자격 문제도 끊이질 않는다. 이번에 출마하는 후보들도 예외는 아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예비후보 명부에 따르면 5월 1일 기준 78명의 교육감 선거 예비후보자 중 17명(21.8%)이 전과자였다. 서울시 교육감의 경우 2009년 공정택, 2012년 곽노현 전 교육감이 선거법 위반으로 중도 퇴진했고 이번 선거에서 3선을 노리는 조희연 교육감 역시 특별채용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1호 사건’이라는 오명을 썼다. 조 교육감의 재판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계속되는 교육감 후보들의 자질 논란과 고소, 고발 연루는 유권자들의 피로도를 높이고 선거에 대한 관심을 더욱 떨어트린다고 지적한다. 이번 교육감 선거 역시 각 후보의 역량이나 교육 정책 등 본질적 문제보다 단일화 이슈나 네거티브에 싸움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선거권 연령 만 16세로 낮추고, 교사 선거 관여 허용” 주장도 나와
교육감 직선제와 맞물려 교사와 학생의 참정권을 확대하는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난해 강민정 열린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 여야 의원 14명은 ‘청소년 참정권 확대 3법’이라는 이름의 정당법·공직선거법 일부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청소년의 교육감 선거권 연령을 만 18세에서 16세로 낮추자는 것이다. 교육 정책의 당사자인 학생이 교육감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는 이유다. 교사의 정치 참여를 제한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계속 나온다. 전교조 등 교원 단체는 공무원·교원의 정치·노동 기본권 보장 법안을 개정하라는 운동을 지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교사의 정당 가입과 교육감 선거 관여가 가능해질 경우 전반적인 교육권이 높아지고, 교육감 선거에 대한 무관심 문제와 교육 예산 반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러한 학생과 교사의 정치 참여 강화가 ‘교실 정치화’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교사로 근무 중인 김정민(41)씨는 “어린 학생들의 경우 교사의 말 한마디에 생각보다 큰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교사들이 직접 정치적 발언을 하기보다 선거관리위원회 등 중립적인 기관에서 적합한 전문가를 통해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선거철 학생들의 환심을 사려는 인기영합주의 정책이 우후죽순 생겨날 가능성도 우려했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청소년의 참정권 확대는 시대적 요구사항이며 시민교육의 한 기점이 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명확한 기준과 심도 깊은 논의 없이 연령을 하향하여 학생들에게 투표권을 주면 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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