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쏘고도 잠잠한 北 꿍꿍이? "위성보니 '그날'과 유사"

중앙일보

입력 2022.05.05 13:29

업데이트 2022.05.05 15:03

북한이 4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도 관련 보도를 자제하고 있어 의도가 주목된다. 통상 이튿날 발사 사실과 제원 등을 밝히는데, 5일 현재 대내용 매체인 노동신문과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 매체에선 일절 언급이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경축 열병식(4월 25일)에 참가했던 각급 부대·단위 지휘관, 병사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며 노동신문이 지난달 29일 보도한 사진.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경축 열병식(4월 25일)에 참가했던 각급 부대·단위 지휘관, 병사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며 노동신문이 지난달 29일 보도한 사진. 뉴스1.

"北 미사일, 정상적으로 떨어져"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4일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1단을 다 연소한 뒤 정상적으로 동해에 떨어졌다. 도중 폭파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미국은 탄도미사일의 궤적을 추적하는 특수 정찰기인 RC-135S를 동해에 보내 북한 미사일 발사 과정을 지켜봤다.

이런 정황 때문에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를 가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같은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은 지난 3월 20일 방사포를 발사하는 훈련을 벌이고도 보도를 안 한 적 있다”며 “ICBM인 화성-15형은 2017년 1번 발사에 성공한 뒤 3월 24일 화성-17형으로 속여 발사한 게 전부다. 미사일을 좀 더 쏴 신뢰성을 높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사일 또 쏘나

이 경우 북한이 곧바로 추가 시험 발사를 실시하고 나중에 묶어서 보도할 가능성도 있다. 후속 도발이 이어지기 때문에 굳이 미사일 발사의 성격, 의미, 평가를 담아 국내외에 알리는 '완료형 보도'를 할 필요가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은 현재 오는 10일 윤석열 당선인의 취임식, 21일 한ㆍ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사일 발사 등 각종 도발을 일종의 '패키지'로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며 "조만간 후속 도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매체 보도 동향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1월 25일에도 순항미사일 2발을 쏜 뒤 이튿날엔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지만, 이어 같은 달 27일 이뤄진 지대지 전술유도탄을 시험 발사 사실과 함께 28일에 한꺼번에 보도했다. 정부도 당장 며칠 내에 관련 보도가 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목표 미달해 보도 자제 가능성

북한 당국이 당초 설정했던 목표에 미달해 굳이 보도를 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지난 3월 16일 평양 순안공항에서도 화성-17형을 쐈지만, 낮은 고도에서 공중 폭발해 실패로 돌아가자 전혀 보도를 하지 않았던 적이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지난달 ICBM 발사를 한 차례 실패한 후 성능 보정 필요성 등 아직 개발 과정에서 중간 단계에 있다. 굳이 대내외에 '위성이다, ICBM이다' 명확하게 밝혀서 일종의 평가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술적 완성도가 떨어지는데 제원 등을 발표해 의구심을 사기보단 전략적으로 모호성을 택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정찰위성이라고 발표를 하려고 해도 추진체를 쏘아올린 고도는 500㎞ 이상이지만(최고 고도 780㎞), 최고 속도가 마하 11에 그치는 등 내부적으로 성공이라 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을 수 있다"며 "관련해서 후속 시험을 실시한 뒤 추후에 김정은 위원장의 업적으로 보다 잘 포장해서 메시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순안공항에 차량 집결 주목

한편 북한이 4일 탄도미사일을 쏘아올린 평양 순안공항 일대에 최근 며칠간 수십 대의 차량이 모여든 정황이 포착됐다고 미국의소리(VOA)가 5일 보도했다. 북한은 이날 오후 12시 3분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이보다 약 1시간 30분 전인 오전 10시 32분 민간위성업체 플래닛랩스가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공항 활주로 쪽에 차량 행렬이 보인다.

VOA는 "차량이 처음 순안공항에 등장한 시기는 지난달 27일로 추정된다"며 "미사일 발사를 며칠 앞두고 집결한 배경은 알 수 없지만, 지난 3월 16일 ICBM 발사 실패 당시와 유사한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3일(위 사진)과 4일(아래 사진) 평양 순안공항 활주로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 빨간색 사각형 안에 차량이 모여있는 모습이 보인다. 플래닛 랩스. 미국의소리(VOA) 캡처.

지난 3일(위 사진)과 4일(아래 사진) 평양 순안공항 활주로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 빨간색 사각형 안에 차량이 모여있는 모습이 보인다. 플래닛 랩스. 미국의소리(VO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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