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에 미국 축하사절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인 더글러스 엠호프와 마티 월쉬 노동부 장관이 참석한다. 소설 『파친코』를 쓴 이민진 작가도 취임식에 참석키로 했다.
3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윤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고,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부각하기 위해 이처럼 축하사절단을 구성했다.
엠호프는 미국 최초의 ‘세컨드 젠틀맨’으로, 유대계 변호사이기도 하다. 미국 부통령의 부인은 ‘세컨드 레이디’로 부르는데,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 첫 여성 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세컨드 젠틀맨도 처음 탄생했다.
국내에서는 직함 자체가 생소하지만, 미국에서 엠호프는 해리스 부통령 못지않은 유명 인사다. 58세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해리스 부통령이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이던 2013년 친구 소개로 만났고, 이듬해 결혼했다. 이들은 엠호프와 전 부인 사이에 둔 두 자녀와 함께 가정을 꾸렸다.
엠호프는 유명 로펌 ‘DLA 파이퍼’의 파트너 변호사로 일하다 2020년 해리스의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 휴직하는 등 알뜰한 외조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세컨드 젠틀맨으로서 취약 계층의 사법정의 접근권 보장을 위해 애쓰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역대 세컨드 레이디들이 그랬듯, 그 역시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공식 행사에 자주 참여한다.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 방미 당시 열린 한국전쟁 영웅 랠프 퍼켓 예비역 대령에 대한 명예훈장 수여식에도 참석해 문 대통령과 악수하기도 했다.
월쉬 노동부 장관은 보스턴시장을 지낸 정치인 출신 각료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당시 전국적으로 불법 이민자 단속을 벌이는 중에도 이에 반대하며 이민자를 보호하는 등 반(反)트럼프 노선을 뚜렷하게 표출한 인물이기도 하다. 한국과의 직접적인 연계성은 작지만, 현직 각료라는 무게감이 크다.
사실 미국 측이 축하 사절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윤 대통령 취임 직후에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점이 까다롭게 작용했다고 한다. 당초 전직 미 대통령 등이 참석하는 방안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됐으나, 현직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곧 방한하는 만큼 며칠 간격으로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이 한국을 찾는 것은 의전상으로도 자연스럽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 한‧미 관계에 직접 관여하는 주요 각료의 경우에도 윤 대통령의 취임식 직후 바이든 대통령을 수행해 방한하는 데다 특히 국무부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계속 비상 상황이라는 점 등이 고려됐다고 한다.
이에 한때 ‘메인 이벤트’인 한‧미 정상회담 준비를 내실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지, 취임식에 굳이 미국에서 고위급 축하 사절을 보낼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윤 대통령 취임 첫날부터 한‧미동맹이 공고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차원에서 양측은 고민을 거듭했고, 결국 현직 각료를 보내 격을 갖추면서 세컨드 젠틀맨 참석으로 상징적 의미까지 더하는 묘수를 낸 셈이다.
한편 4대에 걸친 재일 조선인 가족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 『파친코』의 이민진 작가도 취임식에 외빈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재미 교포이기도 한 이 작가의 참석은 윤 정부 출범에 대한 교포 사회의 기대를 반영하는 게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