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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경제, 열쇠는 ‘시장중심’…부동산·원전·일자리 정책 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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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은 민간에 있다. 기업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구조가 차기 정부의 지향점이다. 부동산 정책에선 시장의 기능을 강조하고 탈원전 정책은 폐기한다. 규제 완화와 전략산업 육성을 통해 공공부문이 아닌 시장이 일자리를 만들도록 하는 게 목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3일 발표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보면 전반에 걸쳐 경제정책 전환의 의지가 담겨 있다. 우선 부동산 정책을 6대 국정목표 중 첫째인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에 배치했다. 우선 250만 호 이상의 주택 공급 계획을 추진하고, 1기 신도시의 경우 특별법을 만들어 10만 호 이상 공급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임대차법과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 등은 재검토한다.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에게 인수위가 준비한 국정과제를 전달받았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20대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에게 인수위가 준비한 국정과제를 전달받았다. 인수위사진기자단

특히 인수위는 ‘부동산 세제 정상화’를 강조했다.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공시가격·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조정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재산세와 통합을 검토한다. 양도소득세의 경우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를 일단 한시적으로 유예하고, 부동산세제 종합 개편을 통해 중과세 정책 자체를 다시 들여다볼 예정이다.

文 ‘정부 주도’서 尹 ‘민간 주도’로

부동산 대출 규제도 완화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의 틀을 유지하며 담보인정비율(LTV)을 완화하는 게 골자다. 생애최초 주택 구입 이외의 경우에는 LTV를 70%로 단일화하고, 다주택자 LTV를 규제지역 0%에서 30~40%로 완화하는 방안을 예시로 들었다. 청년층이 DSR 규제로 불이익을 당하는 걸 막기 위해 DSR 산정 때 미래 소득을 충분히 반영하기로 했다. 생애최초 주택 구입 이외의 경우에는 주택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대출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폐기한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은 재개하고 수명이 다하는 원자력발전소의 계속운전을 추진해 원전 비중을 올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원전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고, 원전 수출 사업도 확대한다.

인수위는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 목표를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로 잡았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이날 “관치경제와 규제를 혁파해 기업이 자율성을 확보하고 창의력과 도전정신을 발휘하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기업의 자율성을 해치는 규제를 풀어서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는 게 기본 방향이다. 차기 정부에서는 대통령이 주재하는 규제혁신전략회의와 민·관·연 합동 규제혁신추진단을 통해 개혁이 필요한 규제를 발굴한다. 신산업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규제샌드박스 플러스’와 ‘네거티브 규제(법으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규제 방식)’을 도입한다.

국가의 경제안보와 직결되는 전략산업에서는 ‘초격차’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반도체·인공지능(AI)·배터리 등의 산업이 대표적이다. 반도체 기업의 설비투자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전략산업 연구개발(R&D)과 인재 양성도 지원한다. 고용시장의 ‘허리’인 제조업은 디지털 혁신과 친환경 전환을 지원해 안정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한다.

반대로 정부 주도의 일자리 사업은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일자리 사업 성과에 따라 예산을 배분하고 고용장려금 사업도 재편할 예정이다.

주식 양도세 폐지, 가상자산 과세 연기

금융정책에 대한 변화도 예고했다. 자본시장에서는 개인투자자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폐지한다. 주식 양도세는 내년부터 주식·채권·펀드 등 연간 5000만원 이상의 양도차익을 거둔 모든 투자자로 과세 대상이 확대될 예정인데, 지난 2일 인사청문회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이를 2년 유예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개인이 공매도에 참여할 기회도 넓힌다. 이를 위해 주식을 빌릴 때 적용되는 담보비율(현재 140%) 인하한다.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으로 논란이 됐던 물적 분할 상장의 경우 모회사의 소액주주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기로 했다.

가상자산과 관련해서는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만들기로 했다. 해당 법안에는 투자자 보호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국내에서 금지됐던 암호화폐공개(ICO)를 허용하기 위해 투자자 보호 장치 등의 규율 체계를 먼저 만들고, 내년으로 예정됐던 암호화폐 투자수익 과세도 투자자 보호를 법제화한 이후로 미룬다.

국정과제 다 하려면 1년에 40조원 이상 더 필요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했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차기 정부는 재정은 민간 주도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정도로만 사용하겠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도입이 지지부진한 재정준칙을 제도화해 예산 편성 과정에서 재정건전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인수위는 이날 발표한 110개의 국정과제 실천을 위해 5년 임기 동안 총 209조원의 재원이 더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1년에 약 40조원 이상의 예산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다. 올해 예산(607조7000억원)의 약 15%에 해당하는 돈이다. 안철수 위원장은 “예산에서 약 200조원 정도가 용도를 변경해 지출할 수 있는 부분이고, 이 중에서 10%를 구조조정하면 20조원 정도를 쓸 수 있다”며 “경제 발전에 따른 세수 증가를 통해 1년에 20조원은 추가 조달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에 5년간 실현 가능한 계획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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