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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박범계에 "검수완박 재의 요청해달라"… '침묵' 권익위·선관위 비판도

중앙일보

입력

검찰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한 재의(再議·다시 논의) 요구 절차를 밟고, 이를 국무회의에도 제출해달라”고 2일 요청했다. 검수완박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가 목전에 온 상황에서 검찰이 할 수 있는 모든 법적 절차를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4.26 뉴스1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4.26 뉴스1

'검수완박' 저지위해…법적 절차 다 꺼내

대검찰청은 이날 “법제처장에게 재의 요구 심사를 의뢰하고, 재의 요구안을 국무회의에 제출할 것을 건의하는 공문을 법무부 장관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법제처장에 재의 요구 심사를 의뢰하는 것은 검수완박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에 대한 절차다. 지난달 30일, 민주당 주도로 ‘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고, 오는 3일 나머지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처리될 예정이다.

법령 개정에 관한 규정(법제업무 운영규정)에 따르면 “법령안의 주관기관 장(법무부 장관)은 국회가 의결해 정부로 이송한 법률안 중 재의 요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법제처장에게 심사를 의뢰해야 한다”고 돼 있다. 박 장관이 법제처장에게 ‘검수완박 법안을 다시 논의할 수 있는지 판단해 달라’는 심사를 의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박 장관에게 “재의요구안을 국무회의에도 제출해달라”고도 요청했다.

앞서 검찰은 법제처에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기 위한 ‘정부입법정책협의회’ 소집도 요청했다. 이 회의체는 극히 드물게 운영되고 있어 사실상 사문화된 절차인데, 현 상황을 인식하는 검찰의 절박함이 묻어난다고 분석한다.

"권익위·인권위·선관위 의견 내야… 입 닫는 건 직무유기"

검찰 내부에선 고발권이 있는 국가권익위원회·국가인권위원회·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이 검수완박에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박영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e-PROS)’에 “법 개정 이후 고발인은 이의신청이 박탈당하기 때문에 유관 기관들의 업무 수행에 심각한 지장이 초래되는데 아무런 의견을 안 내고 눈감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밝혔다.

박 부장검사는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배제하는 형소법과 전면 충돌하고, 재정신청권 행사 가능 여부도 매우 불분명하다”며 “권익위의 부패방지 기능 수행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므로 권익위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검수완박 법안이) 장애인, 아동 피해 사건에서 제3자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전면 박탈했는데, 그런데도 인권위가 이를 무시하며 침묵으로 일관한다”며 “국민의 인권보호에 심각한 공백이 발생하므로 인권위의 입장 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부장검사는 선관위를 향해서도 “이번 지방선거 사건부터 대부분 (고발인 자격인) 선관위의 이의 신청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선거부정행위 처벌 등에 영향을 미치는데 우려 표명조차 않는 것은 부정 선거를 방치하는 것”이라 비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의원들이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 강행 처리를 반대하고 있다. 2022.4.27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의원들이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 강행 처리를 반대하고 있다. 2022.4.27 연합뉴스

현직 판사 "중대범죄 공백을 개혁이라 불러"

현직 판사가 검수완박을 공개 비판한 첫 사례도 나왔다. 한윤옥 울산지법 부장판사는 이날 개재된 법률신문 기고문을 통해 “2021년부터 시행된 개정법(검·경 수사권 조정)은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유명무실화하고 말았다”며 “검찰이 보완 수사를 통해 그 공백을 메워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그 결과는 증거 기록의 부실화로 일선 재판 현장에 드러나고 있다”고 현재 형사 사법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한 부장판사는 “한 몸을 이루는 (검사의) 수사와 기소를 최근 한국처럼 완전히 분리하고자 하는 시도는 선진국들 중 어느 곳에서도 발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민주당을 겨냥해 “제약 없는 경찰 수사를 가능케 하는 것, 검찰이 책임져왔던 권력자들의 중대범죄에 대한 공백을 야기하는 것, 그들은 이것을 ‘개혁’이라 부른다”며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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