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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든 '검수완박' 찬성?…일선 검사들 반발 부른 그의 침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검사의 선거범죄 수사권을 박탈하는 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에도 이정현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이 침묵을 지키면서 일선 검사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정현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 뉴시스

이정현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 뉴시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정현 공공수사부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드라이브 국면에서 ‘유이’하게 침묵을 지키고 있는 대검 간부다. 나머지 한 명은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다. ‘검수완박’ 법안이 가시화하면서 김오수 검찰총장,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를 비롯한 검사장급 대검 간부들이 기자실을 찾아 반대 기자회견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지난달 21일 대검 공공수사부·공판송무부·과학수사부는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합동 기자회견을 가졌는데, 이근수 공판송무부장과 최성필 과학수사부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은 것과 달리 공공수사부만 이영남 공안수사지원과장이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단독 처리한 지난달 27일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가 대검 입장을 밝히기 위해 기자실을 찾았을 땐 문홍성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김지용 대검 형사부장, 예세민 대검 기획조정부장, 이근수 부장 등이 배석한 반면 공공수사부에선 차범준 선거수사지원과장, 임길섭 노동수사지원과장이 대신 참석했다.

앞서 이정현 부장은 지난달 19일 대변인실을 통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 주무부장인 공공수사부장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하는 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한 검찰 간부는 “대검 선거수사지원과장의 주무는 선거범죄가 아닌 다른 범죄냐”고 말했다.

실제 선거범죄를 전담하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경근)는 전날(1일) 부장검사를 포함한 검사 일동 명의로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이들은 “부패한 정치인과 고위공무원의 선거개입에 면죄부를 주는 내용으로 과연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인지, 그동안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해 온 반부패정책에 부합하는 것인지 도저히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며 “정당, 후보자뿐 아니라 헌법기관인 선관위의 고발마저 형해화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검사는 “제도의 문제점을 얘기하는 건데 무슨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인지 이해가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e-PROS)’에는 검수완박에 대한 이정현 부장의 입장을 묻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은 2019년 "검찰이 지은 업보가 너무 많아서 검찰이 없어져도 할 말이 없다"고 밝힌 입장을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재차 밝혔다. 사진은 임 담당관이 지난해 9월 8일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연합뉴스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은 2019년 "검찰이 지은 업보가 너무 많아서 검찰이 없어져도 할 말이 없다"고 밝힌 입장을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재차 밝혔다. 사진은 임 담당관이 지난해 9월 8일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편, 검찰 안에서는 ‘검수완박’에 찬성하는 견해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진혜원 안산지청 부부장검사는 전날 페이스북에 “당연히 기소 기관이어야 하는 검사들이 어쩌다가 수사 권한을 위탁받은 것이 마치 천부인권이나 되는 듯 집단행동을 하는 모습, 그에 대해 미디어가 면책특권을 주면서 옹호하는 모습을 보니 대한민국의 인권과 법치주의가 그들의 본국의 메이지유신 이전으로 돌아가는 듯한 심정”이라고 썼다.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은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에 “2019년 행안위(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감(국정감사)에서 ‘검찰이 지은 업보가 너무 많아서, 검찰이 없어져도 할 말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검사로서의 염치의 문제라 차마 입을 떼지 못한다”며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는데, 요구가 많아 다시 한번 밝힌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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