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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5일만에 이변 일으켰다…'일본차 뒷마당'서 일낸 현대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도네시아국제모터쇼(IIMS)에서 첫 공개한 현대차 아이오닉5. [사진 현대차]

인도네시아국제모터쇼(IIMS)에서 첫 공개한 현대차 아이오닉5. [사진 현대차]

현대차가 전기차를 앞세워 동남아시아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일본 완성차 브랜드의 ‘텃밭’으로 불리는 이곳에서 시장 판도를 바꿔보겠다는 게 목표다. 현지의 풍부한 광물자원을 기반으로 소재 사업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뉴스분석] 동남아서 ‘한·일전’ 선포한 현대차 #지난해 전기차 시장 87% 차지하면서 출사표 #

1일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지난달 22~27일 인도네시아에서 전기차 아이오닉5 사전 계약 대수가 1587대를 기록했다. 불과 5영업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의 친환경차 판매 대수가 693대였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상당한 수치다. 현대차는 지난 3월 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IIMS 모터쇼’에서 아이오닉5를 현지에 첫 공개한 바 있다.

아이오닉5는 현대차가 인도네시아 브카시델타마스 공단에 설립한 생산공장에서 지난 3월 양산을 시작했다. 공식 판매 가격은 7억1800만~8억2900만 루피아(약 6300만~7300만원)다.

그래픽 김영옥 기자

그래픽 김영옥 기자

아이오닉5, 인도네시아서 돌풍 조짐

이번 아이오닉5 히트 조짐은 일본 차 브랜드가 시장의 7할 이상을 점유한 동남아 시장에서 ‘이변’으로 받아들여진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태국·말레이시아·필리핀·베트남·싱가포르 등 아세안 주요 6개국에서 일본 차의 시장 점유율은 74.3%(2019년 기준)에 이른다.

아세안 국가 중 최대 자동차 시장인 인도네시아는 일본 차 독점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인도네시아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도요타·미쓰비시·스즈키·혼다·이스즈 등 5개 일본 차 브랜드의 자국 시장 점유율은 93.5%였다.

이처럼 일본 차의 인기가 절대적으로 높은 동남아에서 현대차가 전기차를 앞세워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금까지 시작은 순조롭다. 현대차가 현지 판매를 결정한 아이오닉·코나 등 전기차 2종은 지난해 605대가 팔렸다.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의 87%를 차지한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전기차 판대 대수는 전체 자동차 판매 대수(82만여 대)의 0.08%에 불과하다. 다만 현대차는 일본 브랜드 중심의 시장 판도를 향후 바꿀 수 있는 의미 있는 변화라고 해석한다. 친환경차 시장을 선도하면서 내연기관 차량 판매량도 덩달아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변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 2월 판매를 시작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레타는 3월 한 달 동안 1440대가 팔렸다. 동급 판매 1위였던 혼다 HR-V를 넘어섰다. 일단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면 아세안 시장으로 확장도 가능하다.

그래픽 김영옥 기자

그래픽 김영옥 기자

현대차, 인니 전기차 시장 점유율 87%

현지화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는 15억5000만달러(약 1조8200억원)를 투자해 지난달 인도네시아 현지공장을 준공했다. 향후 연산 25만 대 규모로 몸집을 키울 예정이다. 현지에서 부품을 40% 이상 조달하면 현대차 같은 비(非)아세안 기업도 아세안 국가에 자동차를 수출할 때 무(無)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대차가 아세안 지역에 완성차 공장을 설립한 건 인도네시아가 처음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인도네시아는 주요 완성차 생산공장 20여 개가 몰려있는 아세안의 자동차 생산 거점”이라며 “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용하면 성장 잠재력이 높은 다른 아세안 국가로 판매가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주요 광물이 풍부해 자동차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에도 유리하다. 인도네시아에는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의 주요 원료인 니켈·코발트 등이 상당량 매장돼 있다. 전 세계 니켈 매장량(9400만t)의 22%인 2100만t이 인도네시아에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9월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해 인도네시아 카라왕지역에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착공한 배경이다.

인도네시아국제모터쇼(IIMS)에서 첫 공개한 현대차의 아이오닉5. [사진 현대차]

인도네시아국제모터쇼(IIMS)에서 첫 공개한 현대차의 아이오닉5. [사진 현대차]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대차그룹이 스텔란티스·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세계 4대 완성차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아직 아세안 국가에서는 판매량이 미미했다”며 “인도네시아를 교두보 삼아 연간 300만~400만 대 수준의 동남아 시장에서 일본 차를 따라잡는다면 지위가 더 확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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