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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효 소리' 뒤…집 1000채 집어삼키는 美괴물 충격 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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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미국 중부 캔자스주에서 발생한 강력한 토네이도로 건물이 1000채 이상 파괴되고 2만 가구 이상이 정전 피해를 보았다. 토네이도를 뒤쫓다 귀가하던 기상학과 대학생 3명은 빗길 교통사고로 숨졌다.

"일부 주택 통째로 날아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AP통신과 CNN, 뉴욕타임스(NYT) 등은 전날 대규모 토네이도가 캔자스주 위치토 일대를 강타하면서 이 도시 동부 앤도버에 큰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로라 켈리 캔자스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미국 국립기상청(NWS)의 예비 피해조사에 따르면 이번 토네이도는 EF(Enhanced Fujita scale, 개량 후지타) 3등급에 해당한다. EF-3급은 풍속 218~266㎞/h 사이로, 지붕과 간판이 뜯기고 나무가 뿌리째 뽑히는 것은 물론 조립식 벽이 무너지고 기초가 허술한 집은 아예 날아갈 정도의 위력이다.

지난달 29일 위치토 남동쪽에서 발생한 토네이도가 캔자스 중남부를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위치토 남동쪽에서 발생한 토네이도가 캔자스 중남부를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채드 러셀 앤도버 소방청장은 “앤도버에 있는 많은 건물이 큰 피해를 보았고, 일부 주택은 완전히 날아갔다”고 말했다. 당국은 당초 피해 건물이 50~100채일 것으로 추정했지만, 30일 응급요원들이 현장 조사에 나서면서 실제 피해 규모가 추정치의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앤도버 청장은 조사가 진행되면 피해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8분 전 경고 메시지…"신속 대피로 인명피해 막아"

토네이도로 인한 직접적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오클라호마대 기상학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 3명이 자동차를 타고 토네이도의 경로를 추격하고 돌아오는 길에 빗길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학생들이 몰던 차량이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차로를 이탈했고 반대 차선에서 오던 트럭이 이를 들이받아 현장에서 3명 모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사망하기 불과 몇 시간 전까지 자신들이 촬영한 토네이도 동영상을 트위터에 올렸다.

지난달 30일 캔자스주 앤도버 인근의 집이 토네이도로 파괴됐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캔자스주 앤도버 인근의 집이 토네이도로 파괴됐다. 연합뉴스

주민들은 토네이도가 덮치기 불과 8분 전에 NWS의 경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찬스 헤이즈 NWS 기상학자는 “주민들의 신속한 대피 덕분에 심각한 부상과 사망 등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면서 “주민들은 신속하게 집과 사업체에서 대피 가능한 모든 곳으로 몸을 숨겼다”고 말했다.

남편과 네 딸, 애완견을 데리고 지하실로 대피했던 린지 트리플릿은 “휴대전화로 응급 경보를 받고 몇 분 만에 집 지붕이 날아갔다”고 NYT에 말했다. 트리플릿은 토네이도 영향권에 들어갔을 때 “포효하는 파도 소리가 들렸고, 귀는 비행기가 이륙할 때처럼 먹먹해졌다”고 했다. 그는 “가족 중 다친 사람은 없지만, 폐허가 된 집과 부서진 차량뿐”이라며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데이비드 테일러는 온 가족이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있을 때 토네이도 경고 메시지를 받았다. 그는 “대피하는 데 5분이 채 안 걸렸다”며 “지하실로 막 숨어 들어갔는데 기차가 집 위로 지나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이후 토네이도로 집이 무너져 이웃 사람들이 지하실에 있는 테일러씨 가족을 꺼내줬다. 그는 “집과 차고가 완전히 무너졌고 우리 가족용 밴이 무너진 이웃집 거실에 날아가 있었다”며 “모두 살아있다는 게 기적”이라고 했다.

지난달 29일 캔자스주 위치타의 소방관이 토네이도 피해를 입은 집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캔자스주 위치타의 소방관이 토네이도 피해를 입은 집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토네이도로 인해 약 2만 가구가 정전 피해를 보았다. AP통신에 따르면 수도관과 가스관도 파손됐지만, 모두 차단돼 누출 사고는 없었다. 현재까지 인명 피해로 캔자스주 남동쪽의 세지윅 카운티에서 중상을 입은 여성 1명과 3명의 경상자 등이 집계됐다.

美 중부 토네이도 주의보…추가 피해 가능성 

브랜든 휘플 위치토 시장은 지난달 30일 앤도버의 교회에 대피소를 여는 등 비상 대응에 돌입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또 다른 토네이도가 닥칠 경우를 대비해 휴대전화 경고음에 주의를 기울이는 등 안전 대책에 따라달라”고 전했다. 앤도버에서는 지난 1991년 4월에도 강력한 토네이도가 발생해 17명이 목숨을 잃은 바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는 지난달 29일 캔자스와 네브래스카에서 14건의 토네이도가 발생했고, 이중 앤도버의 피해가 가장 심했다고 전했다. 네브라스카주 남부의 시골 마을인 홀브룩과 캔자스주의 엔터프라이즈 근처에는 직경이 최대 4인치(10㎝)에 달하는 우박이 내리는 등 이 일대에 70여 건의 강풍 피해와 50여 건의 우박 피해가 보고됐다.

NWS는 미국 중부와 중서부·남부 일부 지역에 토네이도 주의보를 내린 상태다. 주의보가 내려진 지역에는 750만 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어 추가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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