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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시민 죽을맛...검은 옷 입고 새벽5시부터 17시간 대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7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경축 열병식이 성대히 거행된 소식은 지금 온 나라 인민의 가슴가슴을 크나큰 격정으로 세차게 높뛰게 하고 있다"며 열병식을 접한 주민들의 반향을 전했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7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경축 열병식이 성대히 거행된 소식은 지금 온 나라 인민의 가슴가슴을 크나큰 격정으로 세차게 높뛰게 하고 있다"며 열병식을 접한 주민들의 반향을 전했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지난 25일 개최한 인민혁명군창설 90돌 기념 열병식에 참가한 평양 시민 10만여 명이 새벽 5시부터 17시간가량 대기하는 등 혹사를 당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위성에 포착되지 않게 검정색 옷 입으라고 지시도”

현지 시각으로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평양시 간부 소식통을 인용해 “행사 시작 직전까지도 개최 시간을 알려주지 않아 당일 새벽부터 온종일 김일성광장에서 대기하던 행사 동원 시민들은 피곤함에 지쳐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며 이처럼 밝혔다.

이 소식통은 “열병식 참가자는 각 인민반 별로 할당해 강제동원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행사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위성에 포착되지 않도록 검은색 옷을 입으라’고 지시하기도 했디”고 증언했다.

이어 “행사에 동원된 평양시민들은 2개월간의 열병식 연습 기간에 장사를 못 해 생계에 지장이 많다고 호소하고 있다”면서 “차라리 두 달간의 열병식 연습 기간 동안 한 달에 1인당 30달러의 돈을 바치고서라도 연습에서 빠지고 장마당에 나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국에서는 풍선조에 선발된 초급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2달간의 훈련을 강행했는데 이 기간에 아이들의 성적이 떨어지게 마련”이라면서 “결국 초급중학교 아이들을 포함한 평양시민 10만여 명이 야간 열병식을 치르기 위해 강제로 동원되어 겪은 고통은 말로 다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주장했다.

평양시의 주민 소식통은 “야간 열병식에 대한 불만은 참가한 군인들 속에서도 나타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과거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는 열병식에 참가한 군인들에게 표창과 보름 동안의 휴가, 텔레비전 선물 등 상당한 혜택이 주어졌으나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열병식에 참가한 군인에게 아무런 보상도 없이 즉시 자대로 귀대(복귀)시켰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열병식에 참가하지 않는 주민들의 이동도 통제했다.

소식통은 “행사 당일에는 열병식 참가대상이 아닌 일반시민들은 1호 행사과에서 나온 성원들이 거주지별로 명단을 대조 확인했다”며 “행사에서 제외된 노인, 어린이 등 일반시민들은 열병식이 끝날 때까지 거주지 별로 일정 장소에 집결해 한 명도 이탈하지 못하도록 이동이 통제되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광장 주변의 아파트 옥상에는 수도보위 사업을 이유로 보위성원들과 무기들이 배치되어 행사가 끝날 때까지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라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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