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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시간 줄어도 근무 30분 늘었다…어린이집 '코로나 구인난'

중앙일보

입력

코로나19로 0~5세 어린이들의 어린이집 이용 시간은 줄었지만, 보육 교사들의 근로 시간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로 인해 방역 업무 등은 늘어났지만, 추가 돌봄을 맡는 연장 교사나 보조·대체교사를 찾기는 어려운 구인난 상황이 맞물리면서다. 3년 전에 비해서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자녀를 돌보기 위해 육아휴직하는 비율이 늘어났지만, 일과 육아를 양립할 수 있는 환경이라기엔 여전히 개선 과제가 남아있다.

지난해 12월 대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교사들이 교실 구석구석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 대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교사들이 교실 구석구석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보건복지부는 27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1년 보육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 조사는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영유아(만 0~5세) 자녀가 있는 2500가구와 어린이집 3300곳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2004년부터시행해 온 보육실태조사는 '영유아 보육법' 제9조에 근거해 보육 정책 수립을 위해 3년 마다 진행하는 법정 조사다.

"코로나 방역 업무 증가"…이용 시간 12분↓·교사 근무 30분↑  

조사 결과에 따르면, 0~5세 어린이의 절반 이상이 어린이집(50.3%)을, 4명 중 1명이 유치원(26.5%)을 이용하고 있다. 대체로 0~1세의 경우 가정 양육을 선호하지만, 아이가 성장할수록 부모들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어린이집의 경우, 일평균 이용 시간은 7시간 12분으로 나타나 지난 2018년 실태조사 대비 12분 줄어들었다. 하지만 보육 교사의 일평균 근로 시간은 8시간 52분으로, 지난 조사 대비 30분이 늘어났다. 어린이집 조사를 진행한 육아정책연구소의 양미선 박사는 “코로나 때문에 체온 측정, 소독, 교육 등 방역 지침으로 인한 업무량이 늘어났고, 또 확진자가 발생하면 부모에게 안내하고 격리하는 등 일이 더 늘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관계자들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근에서 보육교사 처우개선 및 임금차별 철폐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관계자들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근에서 보육교사 처우개선 및 임금차별 철폐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연장 보육을 맡을 연장교사나 업무를 보조·대체할 보조·대체교사의 구인난도 거들었다. 어린이집에서는 오후 4시까지 아이를 돌보는 기본 보육이 끝나고도 추가 돌봄이 필요하면, 연장 보육반 교사가 저녁 7시 30분까지 연장 보육을 제공한다. 이번 조사에서 30% 가까이가 연장 보육을 이용했고, 약 3%는 야간연장·24시간·휴일보육을 이용했다.

하지만 업무 강도 대비 낮은 처우 등으로 교사를 구하기 쉽지 않다. 어린이집 원장이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 꼽은 요소는 '교직원 인력 추가 배치(28.9%)'로 나타났다. 부모 역시 어린이집 개선 사항으로 '보육 교직원 인력 증원(23.6%)'을 꼽았는데, 인력 문제가 보육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양 박사는 "처우도 개선돼야 하지만, 아동 학대 등으로 보육 교사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도 나빠지고 있어 지방 및 수도권 보육 학과가 문을 닫는 등 인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남편 혼자 육아 휴직, 91% 증가했지만…여전히 갈 길 멀어

육아 휴직을 내는 비율은 늘었다. 이번 실태 조사에서 육아 휴직을 이용한 경험을 물어보니, 아내 혼자 사용한 비율은 32.6%, 남편 혼자 사용한 비율은 2.1%, 부부 모두 사용한 비율은 2.4%로 집계됐다. 3년 전 조사와 비교하면 남편이 혼자 육아 휴직을 사용한 비율은 91%, 부부 모두 사용한 비율은 167% 증가했다. 복지부는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등에 따른 육아 휴직 제도의 확대 효과 때문"이라고 자평했다.

지난해 1월, 광주 북구청 여성가족과 보육지원팀 직원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광주지역 어린이집과 유치원 2주간 긴급 휴원 조치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월, 광주 북구청 여성가족과 보육지원팀 직원들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광주지역 어린이집과 유치원 2주간 긴급 휴원 조치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여전히 일과 육아의 병행은 쉽지 않은 환경이다. 이러한 부담은 특히 여성에게 집중되고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출산·양육에 따른 경력 단절이 있었다고 답한 비율은 아내 48.8%, 남편 0.8%로 큰 차이를 보였다. 경력이 단절된 이유 역시 남녀 간 차이를 보였다. 남편의 경우, 46.3%가 '일보다 육아를 전담하는 가치' 때문에 휴직을 결심하지만, 아내의 경우 37.4%가 이러한 가치를 휴직 이유로 꼽았다. 대신 적지 않은 비율(29.5%)의 여성들이 '(아이를) 믿고 맡길 곳 부재'와 같은 현실적인 이유로 휴직한다고 답했다. 실제 0~5세 어린이의 아버지는 93.5%가 회사에 다니는 반면, 회사에 다니는 어머니는 절반인 41% 수준이다.

일과 육아를 병행했을 때의 애로사항으로는 '이른 출근 및 늦은 퇴근 시의 양육' '갑작스러운 긴급 상황 발생' 등이 언급됐다. 희망하는 육아 정책으로는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이 22.0%로 2018년에 이어 1위를 차지했다. 복지부는 "일·가정 양립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이르거나 늦은 시간대, 또는 긴급보육이 필요한 때의 보육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국공립어린이집을 꾸준히 확충해 현재 34.3% 수준인 공공보육 이용률을 2025년까지 50%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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