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헉, 인구가 줄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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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낮은 출산율 때문에 이탈리아의 인구가 줄고 있다고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가 주말판에서 보도했다. 르 피가로는 2005년 '순수한 이탈리아 인구'가 전년 대비 1만여 명 이상 줄었다고 보도했다. 다만 30만2618명의 이민자가 귀화하는 바람에 전체적으로는 29만 명 증가한 5875만1711명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르 피가로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현재 노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가운데 결혼과 출산이 급격히 감소해 이 같은 '순수 인구 감소 현상'을 겪고 있다. 이탈리아 통계청은 인구 감소와 함께 본격적인 파피 붐(할아버지 세대 붐)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이탈리아에는 현재 20세 이상 65세 이하의 경제활동 인구 100명 대비 65세가 넘는 은퇴 인구 비율이 44명에 이른다. 현재의 출산율과 사망률이 유지된다면 2050년에는 인구가 지금보다 700만 명가량 적은 5200만 명으로 줄고, 65세 이상 노령인구의 비율이 33%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르 피가로는 유럽에서 러시아를 제외하곤 가장 인구가 많은 독일에서도 인구 감소와 노령화가 '가차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독일연방통계청의 자료를 인용, 2050년이 되면 독일 인구가 현재의 8240만 명에서 6900만~7400만 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인구가 줄어드는 데도 기대수명은 2050년에 지금보다 7년이 늘어, 국민의 평균 나이가 현재의 42세에서 50세로 훌쩍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또 지금은 신생아 수와 비슷한 60세 노인의 수가 2050년에는 신생아 수를 두 배 이상 앞지를 것으로 전망됐다. 경제활동 인구 100명 대비 65세가 넘는 은퇴 인구 비율은 현재의 32명에서 2050년에는 두 배인 64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인구 감소와 노령인구 비율의 증가는 당장 이들 나라의 연금 재정에 심각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임 총리가 재임 시절 은퇴 연금수령이 가능한 최소 연령을 57세에서 60세로 미루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 이 개혁 시도는 좌파인 로마노 프로디 현 총리가 집권하면서 없던 일로 돼 버렸지만, 이탈리아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라고 르 피가로는 지적했다.

독일도 불어나는 은퇴연금 지출을 감당하지 못해 내년에 근로자와 고용주가 내는 연금 납입금을 현재의 19.5%에서 19.9%로 올릴 예정이다. 정부에서는 은퇴 연령도 65세에서 67세로 늦추는 법령을 최근 통과시켰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회원국들의 노령화로 현재 2.2%인 잠재성장률이 2031~2050년에는 1.3%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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