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 세리머니'에 발칵...굴욕의 바르셀로나, 그 장면만 쏙 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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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매특허 골 세리머니를 펼치는 호날두. 바르셀로나 유스 선수가 따라했다. [AP=연합뉴스]

전매특허 골 세리머니를 펼치는 호날두. 바르셀로나 유스 선수가 따라했다. [AP=연합뉴스]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명문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는 유럽 축구에서도 유명한 라이벌이다. 두 팀의 라이벌전인 엘 클라시코(스페인어로 '전통의 경기')는 '축구 전쟁'을 방불케 한다. 치열한 자존심 대결은 전 세계적으로 7억여 명이 시청한다. 특히 바르셀로나 연고지 카탈루냐 사람들에겐 바르셀로나 구단은 단순한 축구 팀이 아닌 민족적 자부심을 상징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 연고지를 뒀다.

최근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 때문에 바르셀로나 구단이 발칵 뒤집히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 경기에서다. 후베닐A(19세 이하) 공격수 페르민 로페스(18)이 코넬라를 상대로 환상적인 오버헤드 킥 골을 터뜨렸다. 문제의 장면은 그다음이다. 흥분한 페르민은 공중으로 뛰어오른 뒤, 180도 돌아 두 팔로 알파벳 'A'자를 만들며 착지하는 골 세리머니를 펼쳤다. 레알 마드리드 레전드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매특허 골 세리머니다.

호날두는 최근까지 레알 마드리드를 이끈 골잡이다. 2009~10시즌부터 9시즌간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가 이끄는 바르셀로나와 라이벌전을 펼쳤다. 이 기간 34차례 엘클라시코에 출전해 20골이나 터뜨렸다. 호날두와 메시는 최근까지 세계 축구를 양분했다. 바르셀로나 구단과 팬에게 메시는 수퍼스타이자 영웅, 호날두는 눈에 가시 같은 존재다.

바르셀로나는 유소년 선수의 호날두 골 세리머니 장면을 삭제 편집해 구단 SNS에 게재했다. 사진은 '삭제 버전'. [사진 바르셀로나 인스타그램]

바르셀로나는 유소년 선수의 호날두 골 세리머니 장면을 삭제 편집해 구단 SNS에 게재했다. 사진은 '삭제 버전'. [사진 바르셀로나 인스타그램]

그런데 하필 바르셀로나 차세대 에이스가 호날두의 세리머니를 흉내 낸 것이다. 라이벌 구단의 레전드를 향한 존경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실제로 레알 마드리드 신예 선수들 중에선 구단 선배 호날두의 세리머니를 따라한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다. 바르셀로나 구단으로선 굴욕적인 사건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바르셀로나는 '문제의 장면'을 삭제 편집해 구단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현재 바르셀로나 인스타그램에 게재된 페르민 골 영상에선 오버헤드 킥 직후 영상이 잠시 끊긴다. 이후 페르민이 동료들의 축하를 받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중간에 호날두를 따라한 세리머니 장면은 영상 편집 과정에서 지웠다. 페르민은 징계를 받진 않을 전망이다.

바르셀로나의 레전드 리오넬 메시다. 최근까지 호날두와 유럽 축구를 양분했다. [AFP=연합뉴스]

바르셀로나의 레전드 리오넬 메시다. 최근까지 호날두와 유럽 축구를 양분했다. [AFP=연합뉴스]

바르셀로나 골 세리머니 삭제 사건은 스페인 현지 언론을 중심으로 확산했다. 팬 의견도 갈렸다. 일부에선 "유소년 선수의 골 세리머니까지 검열해야 하나. 옹졸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메시를 두고 굳이 호날두를 따라했어야 했나. 구단의 전통과 자존심을 무시한 일"이라며 구단 결정을 옹호했다. 페르민의 골 세리머니가 포함된 골 장면 원본을 공개한 영국 데일리 메일은 "바르셀로나 구단은 유소년 선수의 '호날두 세리머니'가 불편했던 게 분명하다"며 이번 사건을 집중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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