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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째 요금동결→세금으로 적자보전…과제 남긴 서울버스 총파업 위기

중앙일보

입력

서울시버스노조와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이 26일 새벽 ‘5% 임금 인상’에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총파업이라는 파국은 막았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선 수년간 동결된 교통요금, 매년 수천억 원의 적자를 내고도 지자체 예산 지원으로 쌓여가는 이익잉여금 등 버스 업계의 구조적 문제가 재조명됐다.

7년째 동결된 요금에…서울버스 年 수천억 적자

오길성 공익위원이 25일 오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서울시버스노조와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의 서울지방노동위원회 3차 조정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오길성 공익위원이 25일 오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서울시버스노조와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의 서울지방노동위원회 3차 조정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올해 임금협상에서 사측이 사상 첫 ‘2년 연속 임금 동결’을 버스노조 측에 요구했던 건 수년간 반복된 운송수입 적자가 배경으로 꼽힌다. 26일 감사원의 ‘지방자치단체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실태(2021년 5월)’ 보고서를 보면 2011~2019년 서울시 시내버스회사는 연평균 2814억 원의 운송적자를 냈다. ‘마이너스 행진’하던 버스 회사들의 운송수입은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승객감소라는 악재까지 만났다. 서울시는 2020년과 2021년 버스 회사들의 운송적자를 연평균의 2배 이상인 6000억 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버스업계의 운송적자가 이처럼 심한 이유는 뭘까. 가장 직접적인 요인으로는 2015년 이후 7년째 요지부동인 대중교통 요금(전철 1250원·버스 1200원)이 꼽힌다. 서울시는 2021년 200~300원 수준의 대중교통 요금인상을 검토했지만, 올해 대선·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결국 무산됐다.

그 사이 생산자물가지수는 꾸준히 올라 운송적자를 심화시켰다. 3월 기준 생산자물가지수는 116.46을 기록, 2015년(100) 대비 16.5% 올랐다. 여기에 지하철에서 버스로 환승할 때 요금을 할인해주는 환승할인제도도 운송적자의 요인이 됐다.

세금으로 메운 적자…버스社 이익잉여금 4500억 

서울시 버스회사 전체의 미처분이익잉여금(누계) 현황.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서울시 버스회사 전체의 미처분이익잉여금(누계) 현황.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운송적자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사측의 요구를 반대한 데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노조 측은 수천억 원대의 미처분이익잉여금을 근거로 들었다. 미처분이익잉여금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 중 배당 등으로 처분되지 않고 남아있는 돈을 말한다. 노조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운송수입이 적자라고 해서 버스회사가 경영난에 시달리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버스회사가 적자를 내더라도 적자분을 서울시 예산으로 보조해주는 ‘준공영제’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그간 경영수지는 오히려 꾸준히 개선됐다는 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이 같은 내용은 감사원 보고서에도 나왔다. 감사원에 따르면 서울시는 2011~2019년 연평균 2921억 원의 예산을 버스회사들에 지원했다. 그 결과 버스 사들의 미처분이익잉여금은 2015년 2822억 원(누계)에서 2019년 4487억 원까지 늘었다.

노조 측은 “이익잉여금 중 480억가량은 차고지비, 정비비, 타이어비, 임금 등 명목으로 각 사주에 돌아간다”며 “운송부족분(적자보전) 외에도 매년 서울시가 버스 사들을 평가해 200억~300억 원 수준의 ‘성과 이윤 배분’도 하고 있다. 잉여금은 꾸준히 쌓이는데 묵묵히 버스 운전만 하는 기사들 임금은 적자라며 못 올려준다 했던 건 부당한 처사”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연도별 운송적자 현황.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서울시의 연도별 운송적자 현황.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버스노조, “적자 구조ㆍ기사 처우 개선하라”

“이익잉여금이 쌓이는 상황에서 버스기사들의 기본적인 처우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대표적인 게 ‘부실식단’ 논란이다. 노조 관계자는 ‘서울시 버스노동자연합밴드’에 올라온 식단 사진을 보여주며 “심지어 쌀 포대가 밥에서 나오기도 하고 아침·저녁 김치 깍두기, 숙주나물, 건더기 없는 맹탕 국 똑같은 메뉴가 나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가입 사의 한 끼 평균 식사 비용은 3200원 수준으로 서울시교육청에서 책정한 초등학생 1인당 한 끼 단가(5256원·2022년 기준)보다 낮다.

노조 관계자는 “대중교통 요금을 인상하고, 환승할인제도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등 운송수익이 날 수 있도록 근본적으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이용객을 늘리려는 사용자 측의 자구책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결국 운송적자가 임금인상의 발목을 잡고, 적자를 메우기 위해 세금만 계속 투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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