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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입주에 공관 사라지는 외교장관…이참에 나온 '근본 의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 전경.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후 새 관저로 이곳을 사용키로 확정했다. [뉴시스]

서울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 전경.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후 새 관저로 이곳을 사용키로 확정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하고, 지금의 서울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을 대통령 관저로 사용하기로 하면서 신임 외교부 장관은 새 공관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 참에 공관에 들어가는 국민 혈세를 적절히 사용할 수 있도록 보다 효율적 운영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새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삼청동에 있는 현 청와대 비서실장 공관 및 대통령 안가를 검토하고 있다. 청와대 비서실장 공관을 외교부 장관의 주거동으로 활용하고, 이와 붙어있는 대통령 안가를 리모델링해 외교 행사를 수행할 수 있는 장소로 쓰는 방안이다.

하지만 대연회장과 접견실·라운지·응접실 등을 갖춘 지금의 공관 기능을 그대로 수행하기 위해선 사실상 새로 짓는 수준의 리모델링이 필요하다고 한다. 현 외교부 장관 공관은 업무동과 주거동 등 2개동 등 부지 규모만 4400여평에 이른다.

'주거+행사' 호화 공관, 꼭 필요한가 

일본 정부가 각종 외교 행사와 리셉션 등을 개최하는데 사용하는 아카사카 이궁 영빈관.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각종 외교 행사와 리셉션 등을 개최하는데 사용하는 아카사카 이궁 영빈관. [연합뉴스]

이처럼 기존과 같은 까다로운 '공관의 조건'을 모두 갖춘 대체 부지를 찾기 어려운 가운데 아예 이번 기회에 격을 갖춘 외빈 맞이와 외교적 만남 등 공관의 핵심 기능에 집중하는 쪽으로 발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그래서 나온다. 외교부 장관 공관을 기능적으로 분리하자는 취지다. 각종 외교 행사를 위한 공간은 어떤 방식으로든 유지하되, 장관은 공관이 아닌 자택에서 출·퇴근하는 식이다.

실제 미 국무장관의 경우 공관이 없다. 장관 임명 후에도 자신의 거처는 스스로 마련하고, 외빈 접대나 오·만찬을 비롯한 각종 외교 행사는 국무부 청사 내에 위치한 ‘외교 리셉션 룸’에서 열린다.이는 고위 공직자에게 공관을 제공하는 데 인색한 미국의 문화가 작용한 탓이지만, 장관의 주거와 외교 의전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호화스러운 장소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인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은 과거 일왕이 거주하던 공간을 리모델링해 각종 행사를 주최하는 ‘영빈관’과 국빈 숙소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외교부 청사 내엔 18층에 외교 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리셉션 홀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행사를 외교부 장관 공관에서 진행해 온 탓에 시설 노후화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외교부 청사 18층 리셉션홀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 공동 기자회견. [사진공동취재단]

현재 외교부 청사 내엔 18층에 외교 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리셉션 홀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행사를 외교부 장관 공관에서 진행해 온 탓에 시설 노후화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외교부 청사 18층 리셉션홀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 공동 기자회견.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에서도 이런 형태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 의전 업무를 잘 아는 외교부 고위급 출신의 한 소식통은 “장관의 거주지와 각종 외교 행사를 개최하는 장소가 반드시 지금처럼 ‘공관’이라는 형태로 붙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장관이 거주할 수 있는 별도의 주거지를 마련하고, 이외에 현재 공관에서 수행하는 각종 외교 행사의 경우 외교부 청사 등을 활용하는 방법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그러면서 “현재 외교부 청사 18층에 있는 리셉션 홀을 일부 리모델링 하고, 외빈과의 오·만찬이나 소규모 행사 등을 진행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을 만든다면 외교적 의전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렴동 외교부 청사 18층 리셉션 홀은 임명장 수여식이나 퇴임식 등 외교부 내부 행사에 주로 활용하고 있다.

다만 현 한남동 공관처럼 접대 공간으로서 여유 있는 규모는 아니라 이를 활용하더라도 리모델링 등을 위한 특정 규모의 예산 투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업무적 공간의 연장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지금처럼 외교부 장관이 집에 손님을 초대하는 것과 같은 형식의 보다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는 부족함이 있을 수 있다.  

보안·위치·시설·규모…까다로운 '공관의 조건' 

이런 방안이 구체적으로 추진되기 전에는 현 한남동 공관과 비슷한 조건의 공간을 찾아야 하는 외교부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단순히 규모가 문제가 아니다. 외빈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보안과 경호가 확실히 이뤄져야 하고, 주한 외교 사절과의 잦은 교류 등을 고려하면 서울 중심부에 위치하는 게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다. 

애초에 외교부가 한남동 공관 같은 부지를 확보할 수 있었던 건 1967년 해병대 통신대대였던 부지에 공관을 짓는 초기 단계부터 외교 의전에 최적화된 장소로 설계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비슷한 부지를 또 찾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윤한홍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 팀장은 새로운 외교부 장관 공관 후보로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과 대통령 안가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25일 청와대 개방 행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는 윤 팀장. [연합뉴스]

윤한홍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 팀장은 새로운 외교부 장관 공관 후보로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과 대통령 안가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25일 청와대 개방 행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는 윤 팀장. [연합뉴스]

인수위 관계자는 “사실 관저 후보를 찾는 초기 단계부터 참모들은 외교부 장관 공관을 1순위로 꼽아왔다”며 “그럼에도 윤 당선인이 육참 공관을 관저 후보로 고려한 것은 외교부 장관 공관을 사용하게 될 경우 연쇄 이동을 위해 또 다른 부지를 찾아야 하는 등 일이 복잡해지고, 외교부 역시 난감해한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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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장관 공관이 대통령의 새 관저로 확정됨에 따라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마치고 임기가 시작된다 해도 새 공관이 마련될 때까지 서울 강남구의 자택에서 출퇴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박 후보자는 26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외교부 장관 공관은) 인수위에서 외교 행사에 지장이 없도록 좋은 방안을 지금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외교부와 인수위가 긴밀히 소통하며 협의하고 있기 때문에 그 결과를 보고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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