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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검수완박, 울산 선거개입 수사 못해…불법 첩보 생성”

중앙일보

입력

김태우 전 수사관이 지난 2019년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법원에 청와대 특감반 민간인 사찰 의혹 사건에 대한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김태우 전 수사관이 지난 2019년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법원에 청와대 특감반 민간인 사찰 의혹 사건에 대한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으로 일하며 감찰 무마 의혹 등을 폭로한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비리에 대해 민정수석실에서 불법적으로 첩보를 생성했다"고 증언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사건 재판에서다.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장용범·마성영·김정곤 부장판사)는 송철호 울산시장,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 등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공판을 열었다.

김 전 수사관은 특감반원으로 일했던 2018년도 봄에 사무실 복합기에서 우연히 이 사건 관련 문건을 발견한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이 문건에는 '조국 민정수석과 황운하 청장, 송철호 변호사가 연합해, 청와대에서 김기현 울산시장 관련 비리에 대해 경찰에 내려보내 말이 돌고 있고,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적혔다고 한다.

김 전 수사관은 "우리 높은 사람들이 불법적인 일을 했구나"하며 놀랐고, 해당 문건을 촬영했다고도 했다. 이어 "이인걸 당시 특감반장에게 '이게 뭐냐'고 물으니 이 전 반장이 놀라서 문건을 낚아채 갔다"고도 말했다. 또 문건을 찍은 사진은 문제가 될 것 같아 이내 지웠다고도 했다. 당시 문건은 특감반원 중 한 명이 작성한 동향보고 문건으로 추측된다고 덧붙였다.

김 전 수사관이 '불법적인 일'로 생각한 이유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은 선출직 공무원이라 특감반의 감찰 대상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특감반은 대통령이 임명한 행정부 소속 고위공직자,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공기관 단체의 장 및 임원에 대해 감찰에 나설 수 있다. 김 전 수사관은 "선거를 통해 공직에 임명되는 지자체장이나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감찰은 범죄이고 불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 "대통령도 선출직인데, 선출직이 선출직을 감찰하는 것은 법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라고도 했다.

그런데도 당시 민정수석실은 김기현 전 시장 관련 비리를 수집해 첩보를 만들었고, 마치 반부패비서관실에서 경찰청으로 보내는 것처럼 외관의 형식을 갖췄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김 전 수사관은 "불법적인 내용이니 합법적인 곳을 통해 내려보냈을 수 있고, 이첩 기관 자체가 반부패비서관실이니 형식만 취했을 수 있다"라고 추측했다. 또 "특감반에서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경우 민정수석의 승인을 거친다"고도 했다.

검찰은 이런 형식으로 민정수석실에서 내려보낸 첩보가 더 있다고 밝혔다. 자유총연맹 회장 개인 비리, 건설공제연맹 회장 개인 비리, 목포한국병원 사건 역시 민정수석실에서 첩보를 만들어 경찰로 하달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특감반원들의 첩보서 양식과 민정수석실의 첩보서 양식이 다른 점을 지적했다. 김 전 수사관 역시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비리 첩보서는 틀 자체가 다르고, 우리가 취급하는 감찰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다 보니 "수사에 착수하는 경찰들도 이 첩보가 청와대에서 내려왔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해당 첩보를 특감반에서 만든 것인지 민정수석실에서 만든 것인지 충분히 구별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한편 김 전 수사관은 이날 법정에 출석하며, '검수완박'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법안대로라면 이 사건 역시 수사를 하지 못하게 된다는 취지다. 그는 "세상에 어느 나라 정치인들이 자기들 수사 못 받게 하는 법을 만듭니까"라며 "이러면 조국 사건, 블랙리스트 사건,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같은 수사를 하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재선 도전에 나선 송철호 시장은 이날 재판부에 "지방선거 기간 약 2주간의 재판을 미뤄달라"고 건의했지만,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른 재판도 아니고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인 마당에 선거를 위해서 재판을 조정해달라는 취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6월 1일 지방선거 이틀 전에 열리는 5월 30일 기일을 뺄지 여부만 살펴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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