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껏 걸려라 농담도"…'그들만의 위드코로나' 미확진자 자조

중앙일보

입력 2022.04.25 17:51

업데이트 2022.04.25 17:57

정부가 최근 방역지침 완화책을 잇따라 내놓자 아직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은 시민들의 ‘감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에 이어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까지 가시권에 놓였다. 본격적인 일상 회복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감염을 걱정하는 미확진자들의 속앓이가 이어지고 있다.

25일 서울역 부산행 KTX에서 직원이 특실 승객들에게 제공할 간식을 옮기고 있다. 뉴스1

25일 서울역 부산행 KTX에서 직원이 특실 승객들에게 제공할 간식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실내 취식 재개에 ‘턱스크’도 부활할까

정부는 25일부터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금지해왔던 실내 취식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영화관·대중교통 등 실내 다중이용시설에서 음식을 먹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음식물을 입에 넣으려면 마스크를 내려야 하므로 방역지침상 미착용으로 분류되는 ‘턱스크’(마스크를 턱에 걸치는 행위)도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서울시는 밀집도가 높은 시내버스와 지하철 내에선 각각 취식을 ‘금지’하거나 ‘금지 권고’한 상태다.

아직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은 일부 시민들은 실내 취식 허용이 재유행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염려했다. 실내 공간에서 마스크를 바르게 쓰지 않은 사람이 늘어나면서 감염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확진자인 직장인 강모(28)씨는 “이미 빽빽한 지하철 안에서 마스크를 턱까지 내리고 있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여기에 음식을 먹으면서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게 되면 많이 불쾌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 지침이 나온 이상 미확진자들의 걱정을 해결할 뾰족한 수가 없다. 옆에서 마스크 벗고 빵을 먹든 물을 마시든 뭐라 할 사람이 없는데, 이제 불편한 사람이 피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지난 24일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점원이 팝콘을 용기에 담고 있다. 뉴시스

지난 24일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점원이 팝콘을 용기에 담고 있다. 뉴시스

완치자 위한 ‘그들만의 위드코로나’?

미확진자에 대한 배려 없이 방역 빗장을 푸는 당국의 조치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높다. 25일 0시 기준 국내 누적 확진자는 약 1693만명으로, 전체 인구(5161만명)의 32.8% 수준이다. 아직 절반 넘는 국민이 감염 위험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급속하게 방역지침을 완화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엄 교수도 “오미크론 유행 초기 일일 확진자 3만 명이 나올 땐 마스크 착용이 의무였는데 확진자 수가 비슷한 지금 와서 지침이 달라질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거리두기가 해제된 첫 주말 도심 곳곳이 인파로 붐볐지만, 감염이 걱정되는 시민들은 선뜻 일상 회복 대열에 합류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일부 미확진자들 사이에선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이 적은 완치자들을 위한 ‘그들만의 위드코로나’라는 자조 섞인 반응도 나온다고 한다. 직장인 성모(43)씨는 “거리두기가 풀린 뒤로 어딜 가도 사람이 많아 외출 자체를 꺼리게 됐다. 이미 완치된 사람들끼리만 모임을 잡는 경우도 있어 ‘눈치껏 알아서 걸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도 듣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첫날인 2020년 10월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역에서 지하철 보안관들이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에게 마스크 착용 계도에 나서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첫날인 2020년 10월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역에서 지하철 보안관들이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에게 마스크 착용 계도에 나서고 있다. 뉴스1

고위험군은 생활 방역 준수해야

정부의 방역지침과는 별개로 마스크 착용 등 개인 방역을 더 철저하게 지키겠다는 시민도 적지 않다. 서울 강남구 주민 오모(53)씨는 “건강 문제로 백신을 못 맞아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풀려도 당분간 계속 쓰고 다니려 한다. 최근 KF94 마스크도 100개를 재구매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령층과 어린이,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은 거리두기가 해제돼도 일상 속 방역지침을 계속 지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코로나19 확진 후 열흘간은 모임을 자제하고, KF80 이상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 하루 3회 10분 이상 실내 공기를 환기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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