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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어떤 기업이 진짜 좋은 기업일까, ESG 보면 알 수 있죠

중앙일보

입력

언젠가부터 뉴스를 보다 보면 경제 관련 이야기에 자주 등장하는 영단어가 있습니다. ESG라는 건데요. ESG가 대체 뭐길래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국내와 국외를 가리지 않고 계속 언급되는 걸까요. 또 개별 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기관, 나아가 각국 정부까지 ESG에 신경 쓰는 이유는 뭘까요. 세계적인 트렌드를 따라 앞으로 우리에게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ESG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알파벳 첫 글자를 딴 말로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지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하면 재무적 가치인 이윤 추구를 목표로 삼았던 기업이 이제 얼마나 돈을 잘 버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돈을 벌고 쓰느냐에 따라 가치 평가를 받게 된 거죠. ESG를 강조하는 세계적인 흐름을 타고 많은 기업이 환경·사회·윤리적 가치가 있는 일에 투자하는 ESG 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 권으로 끝내는 ESG 수업』을 펴낸 신지현 웰로 CSO(Chief Sustainbility Officer·지속가능성책임자)는 책에서 “ESG 경영은 새로운 것이 아닌 기업이 이미 당연히 했어야 하는 것”이라며 “지금 ESG란 용어로 정의된 인류의 과제를 기업 경영 관점으로 제대로 풀어내지 않으면 또 새로운 용어로 끊임없이 우리 앞에 등장할 것”이라고 썼죠. 소중 학생기자단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ESG 경영을 하는 기업이 많아지는 이유”를 묻자 그는 왜 기업이 ESG 경영을 하는지 알아야 이해가 쉽다고 설명했습니다.

세계적인 기업 경영 트렌드인 ESG에 대해 살펴본 김제현·이준우 학생기자·이래나 학생모델(왼쪽부터).

세계적인 기업 경영 트렌드인 ESG에 대해 살펴본 김제현·이준우 학생기자·이래나 학생모델(왼쪽부터).

“크게 투자·거래·규제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살펴볼게요. 투자를 하려면 좋은 기업을 골라야겠죠. 이때 ESG를 살피는 겁니다. 예를 들어 세계 3대 연기금 운용사인 APG는 올해 초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대기업 10곳에 탄소배출 감축에 관한 5개 제안이 담긴 편지를 보냈어요. 기업에 의한 환경오염이 계속되면 미래 비용이 늘어나고, 소비자 인식도 나빠지는 등 위험성이 높아지니 ESG 경영을 촉구하는 거죠. ESG를 안 하면? 투자금을 빼거나, 갖고 있는 지분을 처분할 수 있죠. 실제로 APG는 한국전력의 석탄화력발전소 투자에 계속 문제를 제기하다 변화가 없자 보유지분을 모두 매각하기도 했어요.”

김제현 학생기자·이래나 학생모델·이준우 학생기자가 기업이 벌벌 떨 수밖에 없겠다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기업 간 거래에서도 마찬가지죠. 지난 대선 때도 이슈가 됐던 RE100이라는 게 있어요.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친환경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로 전환하자는 캠페인이죠. 애플은 이미 RE100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는데요. 그럼 애플과 거래하는 기업도 RE100을 하게 될 수밖에 없어요. 애플의 가이드에 맞지 않으면 거래가 끊길 수 있으니까요.”

소중 학생기자단이『한 권으로 끝내는 ESG 수업』을 펴낸 신지현(오른쪽 사진) 웰로 CSO를 화상 인터뷰하며 기업이 왜 ESG 경영을 하는지 알아봤다.

소중 학생기자단이『한 권으로 끝내는 ESG 수업』을 펴낸 신지현(오른쪽 사진) 웰로 CSO를 화상 인터뷰하며 기업이 왜 ESG 경영을 하는지 알아봤다.

RE100은 글로벌 기업들의 자발적 협약이라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협력업체에도 RE100 동참을 요구하면서 실질적인 무역규제로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미국의 경우 탄소국경세 도입을 추진하는 등 규제를 늘리고 있어요. 우리나라 기업이 그 나라들에 수출하려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등 이를 잘 지켜야 하는 겁니다. 세계적으로 ESG 관련 규제가 2010년 대비 5배 정도 늘었어요.”

우리나라 역시 ESG 관련 법규를 강화하고 있죠. 또 ESG 우수기업의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우대, 세금 감면 등의 정책도 마련합니다. ESG 경영이 필수가 된 상황, 소중 학생기자단은 “기업이 ESG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궁금해했죠. “기업이 어떤 제품을 만들 때 먼저 재료를 구하고, 제작한 다음 유통망을 통해 판매하죠. 그 물건을 소비자가 사서 쓰고 폐기합니다. ESG 경영은 이러한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 전체를 보게 돼요. 재료가 유기농인지, 제작할 때 오염은 얼마나 일어나는지, 노동자들은 제대로 대우받는지, 제품 용기가 친환경인지 등 하나하나 따지죠. 쉽게 말해 오래된 공장 기계를 교체해 탄소 배출을 줄이고 친환경 제품을 만들며(E), 제작 과정에서 관련 법규를 잘 지키고 공정 거래하며(G), 노동 착취가 일어나는 것을 막고 좋은 인재를 데려오는(S) 기업이 늘어나면 노동자·지역사회·소비자 모두 행복해지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겁니다.”

신지현 웰로 CSO는 “사실 기업이 시설을 정비하고 친환경으로 교체하려면 비용이 이전보다 많이 든다”며 “그럼에도 환경·사회를 고려해 의사결정하는 것이 ESG”라고 덧붙였죠. “어린이·청소년 소중 독자 여러분에게는 어려운 개념이고 알아서 무슨 도움이 될까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ESG는 이익 극대화가 아니라 지속가능경영을 통해 우리 미래세대를 위한 것입니다. 15세 나이로 기후위기 시위에 나서 환경운동가가 된 그레타 툰베리의 예가 있죠. 이처럼 여러분도 환경·사회를 고려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요. 할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실천해 보세요.”

국내 ESG 우수 기업을 찾아서, 풀무원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시되고,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에 영향을 주면서 ESG 경영에 대한 평가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2011년부터 ESG 우수기업 평가를 해왔죠. 950개 국내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2021년 ESG 평가에서는 풀무원이 대상을 받았어요. 풀무원은 식품기업 중 유일하게 5년 연속 통합 A+ 등급을 획득했죠. 소년중앙이 풀무원의 ESG, 바른마음경영을 담당하는 오경석 상무를 서면으로 만난 이유입니다.

강화도 우리마을 콩나물 사업장은 발달장애인 50여 명을 고용해 무농약 콩나물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풀무원

강화도 우리마을 콩나물 사업장은 발달장애인 50여 명을 고용해 무농약 콩나물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풀무원

소중 학생기자단은 식품기업 풀무원이 앞서서 ESG 경영을 하게 된 계기를 궁금해했죠. 오 담당은 “풀무원은 브랜드 시작부터 요즘 말하는 ESG의 DNA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어요. “풀무원은 한국 유기농의 아버지 원경선 원장이 만든 풀무원농장에서 시작했어요. 그의 ‘이웃사랑과 생명존중’ 정신을 이어받아 ‘사람과 자연을 함께 사랑하는 LOHAS(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로하스) 기업’ 미션을 세우고 사업 시작부터 사람의 건강과 지구 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해왔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ESG를 하게 된 거예요.”

이어 KCGS의 ESG 평가에서 5년 연속 A+등급을 받은 이유에 대해 질문했죠. “로하스에 담긴 건강과 지속가능성 확산은 ESG의 ES와 일맥상통하죠. G의 경우 KCGS에서 가장 중시하는 부분이기도 한데요. 풀무원은 사회적·환경적 가치 창출이 기업 미션에 담겨있고, 이를 실제로 해나가기 위해 임원진의 성별 다양성 및 경영 전문성을 확보하는 등 다양한 개선작업을 진행한 결과 탄탄한 운영체계와 실질적 성과로 나타났죠. 건전하고 투명한 지배구조하에서 사회적·환경적 가치 창출을 열심히 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어느 한 부서에서 별도로 ESG를 하는 게 아니라 전사적으로 경계 없이 하는 일 자체가 ESG와 연결돼 있죠. 이에 대한 직원들의 자부심도 강하고요. 그런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습니다.”

풀무원의 사회공헌활동 중 하나인 바른먹거리 교육은 올바른 식습관 형성을 위해 2010년 시작됐다. 풀무원

풀무원의 사회공헌활동 중 하나인 바른먹거리 교육은 올바른 식습관 형성을 위해 2010년 시작됐다. 풀무원

기업이 사회를 위한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죠. 그중 소비자 입장에서 바로 와닿는 건 기부·봉사 등인데요. 1989년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KFHI)’ 설립 지원을 시작으로 풀무원은 지구환경 보호, 소외 이웃 돕기, 바른먹거리 캠페인과 교육 등을 하고 있습니다. 오 담당은 “사회공헌 외에 기업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건 아무래도 제품·서비스 분야”라고 덧붙였죠. “바른먹거리에서 비롯한 지속가능 식품이라는 큰 틀에서 핵심사업을 크게 2가지로 설명할 수 있는데요. 식물성지향 식품과 동물복지 식품이죠. 지속가능 식품은 현재 전사 매출 비중이 44% 정도고, 2024년까지 51%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지속가능 식품 중 식물성지향 식품은 말 그대로 동물성 원료 사용을 줄이고 식물성 원료를 최대 100% 사용하는 식품입니다. 동물의 생명 존엄성을 인식·배려하는 동물복지 식품은 지속성 수산물을 포함해요. 동물복지 및 ASC·MSC(친환경·지속가능성에 관한 수산물 인증) 인증을 받은 원료를 사용한 식품이죠.

동물복지와 저탄소배출 식자재를 활용해 지구환경과 건강을 생각하게 돕는 바른먹거리 캠페인 모습. 풀무원

동물복지와 저탄소배출 식자재를 활용해 지구환경과 건강을 생각하게 돕는 바른먹거리 캠페인 모습. 풀무원

“서구식 식습관으로 인해 당뇨·고혈압 등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죠. 우리가 육류를 값싸게 언제든 먹을 수 있게 된 건 공장식 축산의 영향인데요. 이는 건강뿐 아니라 환경에도 부정적 영향이 커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축산업이 16% 이상 차지하는데, 공장식 축산 규모만 줄여도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거죠. 육류 대신 식물성 원료를 사용한 식물성지향 식품으로 사람과 지구의 건강 회복을 꾀하는 겁니다. 이는 질병의 예방·치료로 인한 재정 악화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돼요. 2007년 동물복지 개념을 처음 도입해 계란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양계장에 관련 기술 전수 및 어민들의 ASC·MSC 인증 취득을 지원하죠. 소중 학생기자단 여러분처럼 지속가능 식품을 찾는 어린이·청소년이 늘어나는 걸 보면 소비자 인식도 좋아지고 있고, 따라서 사업 전망도 계속 좋아질 거라 봅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좋아하는 주스·두부텐더 등을 예로 들며 이와 같은 식품 개발과 친환경 포장 아이디어는 누가 내는지, 초등학교 급식에도 활용되는지 궁금해했어요. 오 담당은 두부텐더·식물성미트볼 등 여러 식물성지향 식품이 초등학교 급식에 납품된다고 답했죠. “어릴 때 형성된 식품 기호는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육류 대체 식품을 다양하게 접하고 올바른 식습관 형성을 위해 2010년부터 바른먹거리 교육을 하고 있어요. 건강과 환경에 좋다고 해도 맛없으면 안 먹겠죠. 그래서 맛도 고려해 제품을 개발하고요. 기본적으로 해당 부서 담당자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내부 소통 플랫폼으로 제안도 받고 찬반 의견도 듣죠.”

풀무원기술원의 파일럿플랜트.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해 가정 간편식(HMR)을 시험 생산할 수 있는 소규모 공정시설이다. 풀무원

풀무원기술원의 파일럿플랜트.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해 가정 간편식(HMR)을 시험 생산할 수 있는 소규모 공정시설이다. 풀무원

이어서 제조 과정에서의 불량이나 유통기한 경과 등 식품 쓰레기 처리는 어떻게 되는지 질문했습니다. “음식물 폐기는 식품기업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부분이죠. 생산계획부터 운송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식품 손실과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요. AI기반 수요예측으로 판매계획을 세우고, 철저한 계획 생산을 통해 식품 폐기물을 줄이죠. 또 두부·면 제조 시 비지 같은 부산물이 나오는데, 이를 순환자원으로 인정받아 가축 사료 등의 원료로 재사용합니다. 유통과정에서는 관련 법규보다 강화된 5℃를 규정 온도로 신선도·품질을 유지하고, 최근 물류센터로는 국내 최초로 식품냉동·냉장업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을 획득했어요.”

미국 그린빌딩위원회(USGBC)가 제정한 세계 3대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인 LEED 인증서. 풀무원기술원은 LEED 골드 등급을 받았다.

미국 그린빌딩위원회(USGBC)가 제정한 세계 3대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인 LEED 인증서. 풀무원기술원은 LEED 골드 등급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오 담당은 다시 한번 지속가능 식품을 강조했습니다. “환경보호 실천에는 재활용,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등 많지만 매 끼니 지속가능 식품을 먹는 것도 환경적 가치를 지켜나가는 길이에요. 공장식 축산에서 비롯한 육류 섭취를 줄이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 고기 없는 날도 해보고, 식물성 단백질 식품을 많이 찾고 하는 게 환경보호에 굉장히 효과적이란 걸 알려주고 싶어요. 이런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내 건강도 함께 지키고요.” 소비자들의 이러한 행동이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거라고 덧붙인 오 담당은 “맛있으면서도 사회적·환경적 가치를 추구하는 합리적인 제품을 계속 개발해서 선보이는 기업의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글로벌 ESG 우수 기업을 찾아서, 파타고니아

세계로 눈을 돌리면 ESG 이야기에 빠지지 않는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파타고니아예요. 파타고니아는 1973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등반가이자 서퍼인 이본 쉬나드가 설립한 친환경 글로벌 아웃도어 스포츠 브랜드죠.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We’re in business to save our home planet)”란 사명 선언을 바탕으로 환경보호에 힘쓰고 있어요. 서울 강남구 파타고니아 코리아를 찾은 김제현 학생기자·이래나 학생모델·이준우 학생기자가 김광현 환경팀장을 만났습니다.

환경보호를 위해 사업을 하는 파타고니아를 찾은 소중 학생기자단. ESG 경영으로 기업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아봤다.

환경보호를 위해 사업을 하는 파타고니아를 찾은 소중 학생기자단. ESG 경영으로 기업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아봤다.

제현: 파타고니아가 적극적으로 ESG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표적인 활동도 궁금해요.

내부에서는 ESG라고 말하진 않아요. 사명에 나타나듯 환경보호를 위해 사업을 하죠. 창업자인 이본은 등반가로서 등반장비로 사업을 시작했고, 자신이 만든 장비가 산을 파괴한다는 걸 알고 피해를 주지 않는 제품으로 바꿨어요. 1972년 시작한 의류 사업도 마찬가지였죠. 옷을 만들려면 먼저 실을 만들어 원단을 짜고 디자인해서 봉제한 뒤 유통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요. 이때 유기농 재료로 실을 만들고, 이를 위해 재생 유기 농업에 나서고, 재생 소재를 쓰며, 원단 낭비를 최소화하고, 공정무역 인증 시스템을 도입하고, 유통 시 필요한 에너지를 친환경으로 바꾸는 등 여러 활동을 합니다. 또 사람들에게 시급한 환경문제를 알리는 캠페인도 하고, 비영리 환경단체를 지원하기도 하죠.

파타고니아는 공정무역 인증 제품을 300개 이상으로 늘려 각 지역 노동자들의 임금과 작업 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다. 파타고니아

파타고니아는 공정무역 인증 제품을 300개 이상으로 늘려 각 지역 노동자들의 임금과 작업 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다. 파타고니아

래나: 환경·사회·노동자를 포함해 여러 부분에서 투명한 기업을 만드는 것이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환경보호가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파타고니아가 50년 가까이 일관되게 사업한 결과를 보면 기업 운영에 긍정적 영향을 줍니다. 특히 지난 10년간 매출이 크게 올랐죠. 소중 학생기자단 여러분이 취재 온 것처럼 관심도 많이 받고 브랜드 인지도·가치 모두 높아졌고요. 여러 고민하며 제품을 만드니 개발 역량도 커지고, 제품 경쟁력도 높아지고, 파타고니아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도 많아졌죠. 또 직원들은 궁극적으로 환경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이 있고요.

준우: 파타고니아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 사업하나요.

파타고니아의 사업은 환경보호를 위한 도구·수단이에요. 사업을 이용해 환경보호를 하려면 성공해야 합니다. 그래서 환경보호를 위해 매출을 신경 쓰는 등 해야 할 일을 하는 거죠. 피상적으로 말만 앞세운 마케팅을 하는 게 아니라 진짜 ESG를, 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영 체계를 만드는 거예요. 파타고니아답게 해나가면서 가능하면 다른 기업도 좋은 영향을 받길 바랍니다.

1970년 시작된 ‘원웨어(Worn Wear) 캠페인’은 수선뿐 아니라 중고 제품 보상 판매 및 재활용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파타고니아

1970년 시작된 ‘원웨어(Worn Wear) 캠페인’은 수선뿐 아니라 중고 제품 보상 판매 및 재활용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파타고니아

래나: 재사용을 위해 제품 수선도 무료로 한다고 알고 있어요. 국내에서도 많이 이용하나요.

망가진 옷의 수선을 보장하는 ‘원웨어(Worn Wear) 캠페인’ 역시 새로 사기보다 고쳐서 오래 입는 게 탄소·쓰레기 발생을 줄여 환경에 훨씬 도움된다는 철학에서 나온 겁니다. 다만 전부 무료는 아니고요. 부품비가 발생할 경우 해당 비용을 받아요. 국내엔 2015년 7월 도입됐는데 통계를 내긴 어렵지만 많은 분이 이용하고, 오래 입을수록 좋아하는 분도 많죠. 고쳐 입거나 중고품을 사는 것은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지구를 되살리는 가장 쉬운 방법일 수 있어요.

2011년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에 벌인 ‘이 재킷을 사지 마라(Don't buy this jacket)’ 캠페인 관련 뉴욕타임스 광고. 파타고니아

2011년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에 벌인 ‘이 재킷을 사지 마라(Don't buy this jacket)’ 캠페인 관련 뉴욕타임스 광고. 파타고니아

제현: ‘이 재킷을 사지 마라(Don't buy this jacket)’는 캠페인을 했는데 의류기업에서 옷을 많이 파는 대신 이러한 캠페인을 하게 된 이유와 성과가 궁금해요.

2011년 미국의 뉴욕타임스에 캠페인 전면 광고를 했어요. 당시 블랙 프라이데이라고 미국 최대 쇼핑 기간이었는데, 인기 제품인 R2 재킷을 놓고 생산 시 발생하는 환경 피해를 조명했죠. 친환경 제품임에도 제작에 필요한 환경적인 대가가 재킷 가격보다 높다고 지적했어요. 그게 바로 캠페인을 한 이유죠. 제품 생산 자체가 환경에는 악영향입니다. 많이 사면 더 많이 만들고, 대량생산은 그만큼 많이 환경을 파괴하죠. 아이러니하게도 이 캠페인이 널리 알려지며 브랜드 인지도·판매량 모두 올라갔어요. 이를 통해 제작 과정에서 환경에 악영향을 줄이면서도 품질을 높이자는 고민이 커졌죠.

래나: 리사이클링·유기농 소재만 사용하는 등 제작비용이 많이 들어서인지 다른 아웃도어 브랜드보다 가격대가 높음에도 매출이 증가하는 이유를 꼽으신다면요.

냉정하게 말해서 환경보호를 이유로 구매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어떤 물건을 살 때 품질·기능성·디자인 등을 먼저 보게 되잖아요. 다만 이러한 제품 경쟁력을 갖추고, 여기에 환경적 가치가 더해지며 좋은 옷이라고 인식되는 게 아닐까요.

모든 면제품에 유기농·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는 파타고니아는 토양 건강, 동물복지, 농부의 경제적 안정성을 보장하는 재생 유기농 인증을 만들었다. 파타고니아

모든 면제품에 유기농·재활용 소재를 사용하는 파타고니아는 토양 건강, 동물복지, 농부의 경제적 안정성을 보장하는 재생 유기농 인증을 만들었다. 파타고니아

준우: 팀장님을 포함해 파타고니아의 모든 직원이 환경오염을 막고 자연을 지키는 것에 자부심을 갖나요? 직원들이 ESG 관련 어떤 행동을 하는지도 궁금해요.

2019년 9월 기후위기 비상행동이라고 전국 곳곳에서 환경단체와 많은 시민이 참여한 시위가 열렸어요. 서울 대학로에서 모여 시위하고 광화문까지 행진했는데, 파타고니아 코리아의 전 직원이 참여했죠. 이와 더불어 ‘멸종을 마주하다(Facing Extinction)’라고 기후위기는 인류의 위기며 이 상태로는 멸종이 가깝다는 메시지를 알리는 글로벌 캠페인을 했어요. 현재 급박한 환경 이슈가 있으면 1인 시위를 하기도 하고 환경단체 활동에도 참여해요. 회사는 이를 업무로 인정하고 적극 장려하죠. 또 제가 있는 환경팀에서도 기획·참여 활동을 만들고 있습니다. 자연스레 환경보호를 위한 사업이란 걸 알게 되고 자부심도 생기죠.

김광현(맨 오른쪽) 파타고니아 코리아 환경팀장을 인터뷰한 소중 학생기자단이 다양한 환경보호 활동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김광현(맨 오른쪽) 파타고니아 코리아 환경팀장을 인터뷰한 소중 학생기자단이 다양한 환경보호 활동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제현: 국내에서 가장 호응이 좋은 캠페인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 강하천에는 시멘트로 만든 보가 있어요. 물을 가두는 관개 시설로 전국에 3만3914개나 설치됐죠. 예전에는 농사를 많이 지어서 보가 많이 필요했지만, 현재는 그 기능을 잃고 버려진 경우가 많아요. 방치된 보 철거를 위해 2020년부터 ‘푸른 심장’이라는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보에 막혀 썩어가던 것이 보를 철거해 물이 막힘없이 흐르면 자연정화 능력이 향상되고 많은 생물이 자유롭게 오가며 생태계를 개선할 수 있거든요. 홍수 위험도 줄이고요. 지난 2월엔 성남환경운동연합과 함께 경기도에서 한강으로 흐르는 탄천의 백궁보를 철거했습니다.

파타고니아 코리아는 자연적·역사적 가치가 큰 제주 송악산 보존을 위해 ‘송악산, 그냥 이대로 놔둡서’ 캠페인을 하고 있다.

파타고니아 코리아는 자연적·역사적 가치가 큰 제주 송악산 보존을 위해 ‘송악산, 그냥 이대로 놔둡서’ 캠페인을 하고 있다.

래나: 현재 오프라인 매장이 많지 않아요. 원웨어의 경우 2곳에서만 하던데요. 각종 캠페인을 하기 위해 매장을 늘릴 계획이 있나요.

직영점 4곳을 포함해 50개 정도 되는데 대부분 백화점에 입점했어요. 백화점은 자체 수선실이 있어 원웨어를 하기 힘들고, 현재 2개 직영점에서 수선 서비스를 합니다. 파타고니아는 매출의 급격한 성장보다는 건강한 성장을 원해요. 좋은 매장을 늘리긴 하겠지만 급속하게 늘릴 계획은 없습니다.

준우: 매년 매출의 1%를 기부하는데, 어느 단체를 골라 기부하나요.

1985년부터 글로벌 전체 매출의 1%를 전 세계 환경단체에 기부해왔고, 2018년 기준 총 1144억원 정도 돼요. 기부할 땐 지역성·긴급성·전략성을 큰 기준으로 삼죠. 각 지역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 해결에 나서는 환경단체를 우선하며, 다른 곳 지원을 받지 못한 단체도 지원해요. 또 환경보호가 우선이기 때문에 정부 계획에 반대하는 환경단체도 현실적·긴급한 문제를 다루면 대상이 되죠. 제품 제공, 캠페인에 필요한 물건 제작 등 필요한 부분을 다양하게 지원합니다.

파타고니아는 글로벌 전체 매출의 1%를 전 세계 환경단체에 기부해왔다. 김광현 환경팀장이 소중 학생기자단에 국내 환경단체와 함께한 캠페인을 소개했다.

파타고니아는 글로벌 전체 매출의 1%를 전 세계 환경단체에 기부해왔다. 김광현 환경팀장이 소중 학생기자단에 국내 환경단체와 함께한 캠페인을 소개했다.

제현: 환경보호를 우선시하는 기업 철학이 확실히 느껴집니다. ESG 경영으로 기업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친다고 보시나요.

ESG가 확산되며 조직 내부에서부터 지속가능경영 분위기가 퍼지고 이를 토대로 기업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기업이 변화하는 데는 소비자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여러분 같은 학생부터 일반 시민들이 계속 의견 내고 환경에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좋은 제품을 구매하는 식이죠. 기업은 그런 경향을 읽고 맞춰서 대처하거든요. 그렇게 함께 변화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소중 학생기자단 첫 취재여서 너무 떨렸어요. 먼저 파타고니아 코리아 김광현 환경팀장님을 인터뷰했죠. 파타고니아의 미션은 '환경보호'예요. 수선 서비스도 새 옷을 구매하기보다 기존 옷을 더 오래 입자는 메시지가 담겨있다는 사실을 알고, 생산·소비·제품 폐기까지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많은 걸 고려해야 한다는 말씀을 들었을 때 이 기업의 가치와 ESG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었죠. 『한 권으로 끝내는 ESG 수업』 저자 신지현 웰로 CSO도 화상으로 만났는데요. 요즘 기업들이 ESG 경영을 많이 하는 이유를 크게 세 가지(투자·거래·규제)로 나눠 자세히 알려주셔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죠. ESG에 대해 조사하고 취재하다 보니 ESG 경영을 하는 기업이 지속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환경에 좋고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치고 투명한 기업이 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뜻깊었습니다.
-김제현(세종 새롬중 2) 학생기자

파타고니아 코리아 본사를 방문해 환경팀 김광현 팀장님을 인터뷰하며 궁금했던 것들을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ESG가 낯선 우리들에게 특별히 쉬운 단어를 사용해 파타고니아의 환경보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셔서 쉽게 이해할 수 있었죠. 취재가 끝난 후 가족에게 그대로 설명할 수 있었어요. 또 『한 권으로 끝내는 ESG 수업』 저자 신지현님을 화상으로 만나 ESG에 대해 더 많은 것들을 배우며, 취재를 준비하면서 궁금했던 것들을 해소했죠. 이 기사를 통해 소년중앙 독자들이 ESG에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저도 환경과 우리 사회를 위해 큰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래나(서울 창도초 6) 학생모델

파타고니아에 취재를 갈 때 파타고니아 플리스를 입고 갔더니 다들 절 보고 흐뭇해 하셔서 입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본격적으로 취재가 시작되자 상당히 긴장됐는데요. 평소 관심 있는 분야인데도 긴장이 풀리지 않아 조금 힘들었지만 시간은 금방 지나갔습니다. 제주 제2공항 백지화 활동을 지원하고, 매출의 1%를 지구를 살리기 위해 기부하고, ESG를 잘 지키는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정말로 멋졌죠. ESG 전문가 신지현님과 화상 인터뷰도 했습니다. 앞으로 취재를 잘하기 위해서는 평소 상식을 많이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기업이 ESG에 동참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준우(서울 상명사대부초 6)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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