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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정호영 사적해명만 40건…뒤치다꺼리 동원된 공무원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보건복지부는 24일 오후 9시 2분 ‘장관 후보자 아들 논문 관련’이라는 제목의 보도설명자료를 냈다. 정호영 장관 후보자 아들의 논문 참여율이 10~20%라는 보도를 반박했다. 지난 10일 후보자 지명 이후 40번째 나온 보도설명자료이다. 이날 오후 적십자 회비 관련 설명자료를 냈고, 토요일인 23일 오후 10시 2분 아들의 연구원 관련 보도를 반박하는 자료를 냈다.

담당 부서는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준비단이다. 준비단에는 복지부 인사과·감사관실·기획조정실·대변인실 공무원이 대거 참여한다. 이들은 세종시 청사를 떠나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의 청문준비 사무실에 나와 있다. 국무총리실도 이달 3일 한덕수 후보자 지명 이후 33개의 보도설명자료를 쏟아냈다. 여기에도 적지 않은 총리실 공무원이 매달려 있다.

정 후보자는 주로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학이나 아들의 병역 관련 보도를, 한 후보자는 재산이나 로펌(김앤장) 고액 연봉, 아내의 전시회 등의 보도를 반박했다. 정책에 관한 부분은 없었다. 후보자 개인 문제였다.

인사청문회가 도덕적 흠결을 캐는 식으로 흘러가는 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을 고려해도 고유 업무 대신 후보자 뒤치다꺼리에 지나치게 매달린다. 복지부는 10~24일 69건(사진 제외)의 보도자료를 냈는데, 이 중 정 후보자 관련 자료 40건으로 58%를 차지한다. 일주일에 두세 번 코로나19 브리핑을 하던 손영래 복지부 대변인도 장관 후보자 변호 업무로 돌아섰다. 후보자 아들의 병역 판정 관련 재검증 담당 의료기관을 구하는 일도 공무원 몫이다.

인사청문회법 제15조의2(공직 후보자에 대한 지원)에는 ‘국가기관은 이 법에 따른 공직 후보자에게 인사청문에 필요한 최소한의 행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최소한 지원’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최대한으로, 어떨 때는 과도할 정도로 지원하고 있다.

청문회준비단은 직업 공무원이다.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다. 후보자의 미흡한 정책 분야를 보완하고,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을 주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자녀 입시나 병역 문제 뒤치다꺼리가 ‘최소한의 지원’에 해당할까.

윤석열 당선인은 지난 10일 정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외과 전문의로 37년간 암 수술과 의료행정에 몸담았다”면서 “2020년 초 대구 코로나 창궐 시 생활치료센터를 운영하며, 진료 공백이 없도록 의료체계의 틀을 잡은 분”이라고 말했다. 의료 행정, 특히 정 후보자의 대학병원 행정은 의료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건강보험·의료체계·질병예방·1차의료·지역사회돌봄 등등 보건의료 영역은 한없이 넓다. 정 후보자는 기초생보제나 긴급생활지원 등의 전통적인 복지 정책, 연금개혁, 저출산·고령화, 인구 등과 더 거리가 멀다.

물론 보건과 복지가 뒤섞인 보건복지부 장관 자리에 모든 걸 아는 사람이 앉을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정 후보자의 이력을 보면 그의 전문성이 일부분에 국한돼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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