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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광역 후보 확정됐지만…앙금으로 남은 ‘尹心’ 논란

중앙일보

입력

국민의힘 17개 시·도 광역단체장 후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국민의힘 17개 시·도 광역단체장 후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국민의힘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나설 17명의 광역단체장 후보를 모두 결정했다.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윤심(尹心)’ 논란은 향후 당내 ‘친윤’(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가까운 인사) 대 ‘비윤’(윤 당선인과 먼 인사)의 갈등 가능성을 남겼다.

광역단체장 공천 논의 초기만 해도 국민의힘의 지방선거는 윤 당선인의 의중대로 치러지는 것처럼 보였다. 지난 14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강원지사 후보로 황상무 전 KBS 앵커를 단수공천하고, 김진태 전 의원을 컷오프(공천 배제)하기로 결정한 게 시작이었다. 황 전 앵커는 윤 당선인 대선 캠프에서 언론전략기획단장을 맡아 대선후보 TV토론 대응 전략을 조언해 ‘친윤’ 인사로 분류된다. 김 전 의원은 대표적인 ‘친박’(친 박근혜) 인사다.

충북지사 출마를 선언했던 이혜훈 전 의원의 컷오프를 두고도 ‘윤심’ 논란이 일었다. 인지도가 높은 이 전 의원이 컷오프된 것은 충북지사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김영환 전 의원을 우회 지원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 때문이다. 김 전 의원은 윤 당선인의 특별고문을 맡았었다.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었던 박맹우 전 울산시장의 컷오프도 같은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박 전 시장은 “신권력층의 박맹우 죽이기”라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김진태 전 국민의힘 의원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농성장에서 5·18과 불교 관련 문제 발언에 대해 사과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김 전 의원이 과거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강원지사 후보 심사에서 컷오프(공천배제) 시켰다. 김 전 의원은 이에 반발, 지난 15일부터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이다. 뉴스1

김진태 전 국민의힘 의원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농성장에서 5·18과 불교 관련 문제 발언에 대해 사과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김 전 의원이 과거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강원지사 후보 심사에서 컷오프(공천배제) 시켰다. 김 전 의원은 이에 반발, 지난 15일부터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이다. 뉴스1

지난 22일까지 발표된 경선 결과를 보면 ‘친윤’ 인사가 핵심 지역에 포진했다. 뒤늦게 출마를 선언한 김은혜 의원은 먼저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전 의원을 꺾고 경기지사 후보로 확정됐다. 김 의원은 책임당원 선거인단 투표에서 유 전 의원을 크게 앞섰는데, 당선인 대변인 경력이 당원들에게 ‘윤심’으로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윤 당선인이 직접 출마를 권유한 김태흠 의원이 충남지사 후보로, 김영환 전 의원은 충북지사 후보로 결정됐다. 당내에선 “‘윤석열 당’으로 빠르게 전환 중”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경기지사 후보에서 탈락한 유 전 의원은 경선 결과 발표 뒤 페이스북에 “권력의 뒤끝이 대단하다. 공정도, 상식도 아닌 경선이었다. 윤석열 당선자와의 대결에서 졌다”고 주장했다. 경선이 사실상 ‘친윤’ 대 ‘비윤’의 대결이었다는 것이다. 유 전 의원은 이어 “2016년 진박감별사들이 칼춤을 추던 때와 똑같다”고 비판했다. 2016년 총선 때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에선 ‘진박’(진짜 친박) 여부에 따라 공천이 좌지우지돼 논란이 됐다. 벌써부터 당내에선 ‘친윤’ 대 ‘비윤’의 계파 갈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선 직후 치러지는 당내 경선에선 당선인 또는 새 대통령과 얼마나 가까운지가 공천에 영향을 주곤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문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이 대거 광역단체장 후보로 공천됐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평가받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 문 대통령의 ‘30년 지기’ 송철호 울산시장 등이 후보로 나서 최종 당선됐다.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된 홍준표 의원이 23일 시장 후보 확정 뒤 첫 행보로 6·1 지방선거에서 대구 동구청장 재선에 도전하는 배기철 예비후보 선거사무소를 방문해 배 예비후보를 격려하고 있다. 홍 의원은 이 자리에서 "동구가 대구·경북 발전의 핵심"이라며 "함께 가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된 홍준표 의원이 23일 시장 후보 확정 뒤 첫 행보로 6·1 지방선거에서 대구 동구청장 재선에 도전하는 배기철 예비후보 선거사무소를 방문해 배 예비후보를 격려하고 있다. 홍 의원은 이 자리에서 "동구가 대구·경북 발전의 핵심"이라며 "함께 가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다만 23일 발표된 경선 결과에선 ‘비윤’ 인사들이 후보로 최종 결정됐다. 경선을 앞두고 “대구시장 경선이 정책대결이 아닌 박심(朴心), 윤심 팔이 선거가 되고 있어서 참으로 유감”이라고 밝혔던 홍준표 의원은 대구시장 후보로 결정됐다. 단수공천에서 경선으로 공관위의 결정이 번복된 끝에 김진태 전 의원은 강원지사 후보가 됐다. 당내에서 ‘윤심’의 영향력이 크기 하지만 아직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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