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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아파 잠 깬다?…디스크 아니었다, 젊은 허리 노리는 이 병 [건강한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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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까지 3년 강직 척추염 
 척추가 한창 튼튼할 나이인 2040 남성에게 별다른 이유 없이 엉덩이·허리 통증이 나타났다면 강직 척추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강직 척추염은 면역 체계 이상으로 척추와 천장관절(엉치뼈와 엉덩이뼈가 만나는 부위)에 만성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치료하지 않으면 허리뼈가 굳으면서 10~20년에 걸쳐 강직이 진행한다. 근골격계 질환 중 젊은 층 비율이 높고, 남성 환자 수가 여성의 약 2.5배다.

 건국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상헌 교수는 “강직 척추염은 과거 희귀 난치성 질환이었지만 최근엔 진단 기법과 치료제의 개발로, 진단되면 치료는 그리 어렵지 않다”며 “하지만 초기 증상이 애매해 간과하기 쉽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대한류마티스학회에 따르면 강직 척추염 환자는 정확하게 진단받지 못하고 진료과를 전전하는 ‘진단 난민’ 기간이 평균 3.4년인 것으로 조사됐다.

발목·무릎 붓거나 눈에 염증

강직 척추염의 초기 증상은 주로 엉덩이 쪽에 통증이 새벽에 심했다가 활동을 하는 오후쯤에는 저절로 좋아지는 것이다. 이 교수는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므로 피곤해서 그렇다고 넘어가기 쉽다”고 말했다.

 이후에는 통증이 서서히 위쪽으로 옮겨가며 요통이 생긴다. 디스크 같은 근골격계 질환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통증 양상에서 디스크와 차이가 있다. 이 교수는 “강직 척추염일 땐 움직이면 통증이 나아지고, 가만히 있으면 다시 뻣뻣해진다. 또 소염진통제를 먹으면 통증이 나아진다”고 설명했다. 새벽에 증상이 심해지므로 허리가 아파 깨는 경우가 흔하다. 반면에 디스크로 인한 요통일 땐 낮에 움직일 때 아프고, 쉬면 나아진다. 또 소염진통제에 반응이 별로 없다.

 강직 척추염은 전신 염증 질환이라서 염증 부위에 따라 엉덩이·허리 통증 외에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진단이 늦어지는 이유 중 하나다. 대한류마티스학회에 따르면 염증이 눈을 침범하는 포도막염을 동반한 환자의 경우 강직 척추염 진단을 받기까지 평균 5년 정도 소요됐다. 강직 척추염의 진단과 치료 시기가 늦어질수록 척추 외 다른 신체 부위에까지 침범 위험이 더 커질 수 있음을 뜻한다.

 강직 척추염의 다양한 증상으로 이유 없이 무릎·발목이 붓는 경우도 있다. 이 교수는 “특히 10~20대 환자에게서는 요통보다 원인 미상의 관절염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며 “이 밖에 갈비뼈와 척추가 연결된 관절에 염증이 생기면 숨 쉴 때 가슴 통증을 느낀다”고 말했다. 장 염증으로 복통·설사가 있거나, 피부에 건선이 나타나기도 한다.

면역·위생 관리로 재발 예방

강직 척추염은 예방이 어렵지만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를 시작하면 척추의 변형·강직을 막을 수 있다. 강직 척추염은 유전적 소인이 강하다. 환자 90%가 HLA-B27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HLA-B27 유전자 양성인 사람 중 5% 미만에서 강직 척추염이 발병한다. 가족 중 강직 척추염 환자가 있고 본인이 HLA-B27 유전자 양성이면 발병 확률은 10~20%로 높아진다. 흡연은 척추가 굳는 증상을 악화하는 위험인자다.

 별다른 움직임이나 무리한 신체 활동이 없었고, 쉬었는데도 허리와 골반 주변이 자주 뻣뻣하고 아프면 강직 척추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 특히 ▶40세 이전에 엉덩이·허리 통증이 3개월 이상 지속하고 ▶새벽녘·밤중에 통증이 심하며 ▶가족력이 있고 ▶발목·무릎이 자주 붓는 관절염이 지속하면 류머티즘내과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강직 척추염을 방치할 경우 척추의 상부로 증상이 점차 진행돼 척추 변형과 강직 현상이 나타난다. 몸을 구부리거나 젖히는 동작이 어려워진다.

 강직 척추염의 치료에서는 기본적으로 비스테로이드 소염진통제와 운동 요법을 우선 시행한다. 말초관절염을 동반한 경우에는 항류머티즘제를 사용한다.

 이런 치료에 반응이 없어 증상 조절에 어려움이 있으면 염증 매개 물질을 차단하는 항TNF(종양괴사인자)-알파 억제제와 같은 생물학적 제제 주사를 사용한다. 병의 원인이 되는 TNF-알파의 작용을 차단해 염증을 치료하므로 대부분은 이 단계에서 치료가 잘 된다. 척추 변형과 강직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강직 척추염 치료에서 약물만큼 중요한 것이 운동이다. 운동은 통증·강직을 감소시키고 올바른 자세와 관절 가동 범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관절의 운동 범위 내에서 전신 스트레칭과 수영, 자전거 타기, 조깅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운동을 하루 20~30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치료 효과를 높인다.

 이상헌 교수는 “강직 척추염은 질병 초기에 약물 선택을 잘하면 수년 내 완치되는 경우도 많다”며 “평소 운동으로 면역 기능을 높이고 위생에 신경 쓰면 재발 없이 잘 치료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시 재발할 때는 스트레스·감염(세균성 장염, 요도염) 등이 원인이 된다. 금연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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