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소정당 불러 한편 먹었다…'탈당' 꼼수전쟁에 짓밟힌 국회

중앙일보

입력 2022.04.24 06:00

업데이트 2022.04.24 09:27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오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형배 의원의 민주당 탈당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를 하면서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오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형배 의원의 민주당 탈당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를 하면서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단독 처리는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으로 일단 멈춰섰지만, 국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국민의힘의 반대를 무력화하기 위한 ‘민형배 의원 탈당’ 등 민주당의 꼼수들이 총동원되며 합리적 의사진행이라는 취지로 마련된 국회 선진화법이 유명무실해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민주당이 편법과 꼼수로 국회를 파행시켰다”고 비판했다.

2012년 5월 18대 국회 개원 이후 시행된 국회 선진화법은 다수당에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270일 후 본회의 부의)이라는 ‘창’을, 소수당에는 안건조정위원회(최장 90일 법안 논의)와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으로 의사진행 지연)라는 ‘방패’를 쥐여줬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이를 회피하기 위한 치열한 두뇌 싸움이 진행됐다.

새누리당이 시작한 ‘입법절차 건너뛰기’

국회 선진화법 시행 초기인 18·19대 국회에서의 편법은 비교적 단순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11월 여당인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은 ‘담뱃세 인상안’(개별소비세법 개정안 등)을 처리하기 위해 해당법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했다. ‘예산안·예산부수법안은 11월 30일까지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다음 본회의(12월 1일)에서 자동 부의’된다는 국회법 85조의3을 활용한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이 개정안에 반대하며 심사를 ‘보이콧’하자 이를 건너뛰기 위해서였다. “꼼수”라는 야당 비판에도 개정안은 12월 1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돼 처리됐다.

2016년 2월 국회 선진화법 개정을 추진하던 새누리당의 원유철 원내대표(왼쪽)와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 중앙포토

2016년 2월 국회 선진화법 개정을 추진하던 새누리당의 원유철 원내대표(왼쪽)와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 중앙포토

2016년 1월에도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부 입법과제인 기업활력특별법 등을 상정·단독처리하기 위해 편법을 썼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완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먼저 추진하면서다. 새누리당은 ‘상임위가 부결한 법안은 본회의에 보고 7일 이내에 의원 30명 이상의 요구로 본회의 부의할 수 있다’는 국회법 87조를 활용했다. 새누리당은 단독으로 운영위를 열어 개정안을 ‘셀프 부결’한 뒤 30명 이상 동의서로 개정안 본회의 부의를 요청했다.

상임위 부결 법안이라도 본회의에 부쳐 찬반의견을 구하자는 ‘법안 부활’ 조항인데 이를 정반대로 악용한 것이다. 다만, 정의화 국회의장이 “잘못된 법을 고치려고 또 다른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며 상정을 거부하면서 입법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민주당이 꺼낸 ‘꼼수’

본격적인 꼼수는 2019년 4~12월 연동형 비례대표제(공직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공수처법), 검·경 수사권조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4개 법안의 패스트트랙 처리 국면에서 나왔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의 반대에 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 등 4당은 우회로를 찾는데 열중했다.

 2019년 4월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자유한국당의 입구 봉쇄로 회의 장소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로 변경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회의장 입구에 모여 문을 열어달라며 항의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2019년 4월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자유한국당의 입구 봉쇄로 회의 장소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로 변경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회의장 입구에 모여 문을 열어달라며 항의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대표적 사례가 ‘사·보임’ 논란이다. 국회 사법개혁특위 소속 오신환·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하자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요청해 두 사람을 차례로 사임시켰다. 대신 그 자리에 찬성파인 채이배·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을 보임했다. 특위 위원 18명 중 패스트트랙 지정에 필요한 11명(5분의 3)의 의결정족수를 맞추기 위한 편법이었다. 임시회기에는 회기 중 위원을 사보임할 수 없지만 ‘예외적으로 의장의 허가가 있으면 가능하다’는 국회법 48조 6항을 활용한 것이었다.

2019년 12월 해당 법안의 본회의 처리 국면에서 자유한국당이 무제한토론으로 응수하자 민주당은 임시국회 회기를 2~3일로 짧게 쪼개는 ‘살라미’ 방식으로 대응했다. ‘무제한토론 실시 중 회기가 끝나면 무제한 토론은 종결되고 바로 다음 회기에서 지체 없이 표결한다’는 국회법 106조의2 8항을 활용한 것이다.

180석 거여되자 무소불위된 민주

20대 국회에선 과반 의석을 갖지 못해 군소정당의 힘을 빌려야했던 민주당은 21대 총선에서 180석을 확보한 뒤로는 거리낌이 없었다. 2020년 12월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해 공수처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을 때가 대표적이다. 야당이 최장 90일의 숙고기간을 갖는 안건조정위에 해당 법안을 회부하자 민주당은 친여 성향인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을 동원해 민주당 3명, 열린민주당 1명 등 총 4명의 찬성으로 조정위를 조기 종결했다. 지난해 8월에는 같은 방식으로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언론중재법 개정안(문화체육관광위)을,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탄소중립법(환경노동위)을,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이 사립학교법(교육위)을 처리하는 데 동조하며 조정위를 무력화했다.

2020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공수처법 개정안 등 법률안을 처리하는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 앞에서 피켓을 들고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종택 기자

2020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공수처법 개정안 등 법률안을 처리하는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 앞에서 피켓을 들고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한국정당학회장)는 “민주당은 19대 국회에선 야당이자 원내 2당으로 테러방지법 무제한토론에 나서는 등 합법적 절차로 표결을 막은 적이 있는데 현재 정반대 행보를 보이는 것은 자가당착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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