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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타도서전 찾은 '며느라기' 작가 "포털에서 연재 못한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2022보고타국제도서전에서 북토크를 가진 웹툰 '며느라기'의 수신지 작가. 그동안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작가의 뜻을 존중해 '며느라기' 민사린이 그려진 책 표지를 든 포즈를 청했다. [사진 이후남 기자]

2022보고타국제도서전에서 북토크를 가진 웹툰 '며느라기'의 수신지 작가. 그동안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작가의 뜻을 존중해 '며느라기' 민사린이 그려진 책 표지를 든 포즈를 청했다. [사진 이후남 기자]

 "콜롬비아에는 제사라는 게 딱히 없다고 들었는데요, 한국에선 부모님이나 조상들이 돌아가신 그날 가족들이 모여서 음식을 차립니다. 그림에서 보시다시피 저 큰 상을 가득 채울 만큼 많은 음식을 만들어야 합니다."
 보고타국제도서전의 주빈국 한국관에서 20일(현지시간) '며느라기'의 수신지 작가가 북토크를 열었다. 한국에서는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큰 인기를 누린 웹툰이지만, 콜롬비아에 소개되거나 스페인어로 번역된 적은 없다.
그런데도 적잖은 관람객이 북토크를 찾아와 귀를 기울였다. 수신지 작가는 대형 화면에 웹툰의 장면들을 띄워놓고 작품의 성격과 연재 전후를 소개했다.
 "한국에는 만화를 연재할 수 있는 큰 회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도 그런 플랫폼에서 하고 싶었는데, 그 회사에서는 이 이야기가 너무 소소하다고 했습니다. 혹시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조금 강하게 싸우는 걸로 수정할 수 있냐고, 며느리가 시어머니 뒤에서 욕을 하는 장면도 있었으면 더 좋겠다고 했습니다."
작가는 "그건 제가 얘기하고 싶은 내용과 정확히 반대되는 방향이었다"며 "가정 내 갈등에 대한 콘텐트는 이전전에도 굉장히 많았고, 시어머니 며느리 시누이 등 여성들 간의 싸움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을 이었다. "그런 콘텐트는 너무 자극적으로 꾸며져 있기 때문에 '나의 이야기'로 공감하면서 볼 수는 없거든요. 저는 실제로 2020년을 살아가는 여성들이 겪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고,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부장제도의 문제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2022 보고타국제도서전에서 북토크를 가진 '며느라기' 수신지 작가. 그동안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작가의 뜻을 존중해 '며느라기' 민사린이 그려진 책 표지를 든 포즈를 청했다. [사진 이후남 기자]

2022 보고타국제도서전에서 북토크를 가진 '며느라기' 수신지 작가. 그동안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작가의 뜻을 존중해 '며느라기' 민사린이 그려진 책 표지를 든 포즈를 청했다. [사진 이후남 기자]

 '며느라기'로 독자들의 공감과 지지만 아니라 "정말 많은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고 했다. "남성뿐 아니라 여성들에게도 부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았는데, 이거 보고 여자들이 결혼 안 하면 네가 책임질 거냐는 식의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어느 날 한 여성 작가의 연락을 받고 여성 작가들이 모여 댓글 등 각자 받은 나쁜 피드백을 토로했던 경험도 들려줬다. "가부장제, 낙태, 데이트 폭력 등 그 여성 작가들이 다루는 주제는 다양했지만, 부정적인 피드백은 거의 내용이 비슷했다"며 "한 달에 한 번씩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런 피드백이 별 게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또 낙태가 소재인 후속 작품 '곤'은 한국의 산아 제한 정책이 출산 장려 정책으로 바뀐 과정에 대한 설명을 곁들여 작품을 소개했다.
 이어진 문답 시간에는 대개의 현지 관람객들이 '안녕하세요' 같은 간단한 한국어 인사로 질문을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한국에서 페미니즘이 굉장히 좋지 못한 인식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신지 작가와 북토크 진행자 정인경 작가에게 각각 한국사회에 대해 묻는 질문도 나왔다. 수신지 작가는 21일에는 보고타국제도서전의 공식 대담프로그램으로 현지 언론학 교수와 '이야기하기의 새로운 방식'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2022 보고타국제도서전 한국관. 한글 캘리그래피로 이름을 써주는 체험형 프로그램 모습이다. [사진 문화체육관광부]

2022 보고타국제도서전 한국관. 한글 캘리그래피로 이름을 써주는 체험형 프로그램 모습이다. [사진 문화체육관광부]

 한편 이날 한국관은 한복·한글·한지공예·한국놀이 등 체험형 프로그램에 관람객들 줄이 늘어서는 등 인기를 누렸다. 저녁에는 대한출판문화협회와 주콜롬비아 대사관의 주최로 주빈국관 리셉션이 힐튼 코르페리아 호텔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마리아 마욜로 오브레곤 콜롬비아 문화부 장관은 "스페인어를 배우고 싶디"는 황희 문체부 장관의 말에 "언제든 말만 하라"며 대신 "제가 K팝에 맞춰 노래하고 춤을 출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란다"고 말해 참석자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콜롬비아 현지 관람객들과 북토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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