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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 맞선 '1세대 인권변호사' 한승헌 전 감사원장 별세...향년 88세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9월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한승헌 전 감사원장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여하고 있다.   한 전 감사원장은 권위주의 정부 시절 인권변호사로서 수많은 시국사건 변호를 맡는 등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헌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9월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한승헌 전 감사원장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여하고 있다. 한 전 감사원장은 권위주의 정부 시절 인권변호사로서 수많은 시국사건 변호를 맡는 등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헌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합뉴스

서슬 퍼런 군사정권 시절 수많은 양심수와 시국 사범을 변호해 ‘1세대 인권변호사’로 불리는 한승헌 변호사가 20일 별세했다. 향년 88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관계자는 이날 “민변의 원로회원인 한 변호사가 작고했다”고 밝혔다.

1934년 태어난 고인은 전주고, 전북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1957년 고등고시 사법과(8회)에 합격했다. 법무관을 거쳐 1960년 법무부ㆍ서울지검 검사로 법조계에 입문했다.

1965년부터는 검찰을 떠나 군사정권 시절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다. 박정희 정권시절 ‘동백림 간첩단’ 사건과 김지하 시인의 ‘오적’ 필화사건, ‘민청학련’ 사건, 통일혁명당 사건 등을 변론해 ‘시국사건 1호 변호사’로 꼽힌다.

1975년 ‘유럽 간첩단 사건’으로 사형당한 김규남 의원(1929∼1972)의 죽음을 애도하는 글을 썼다는 이유로 구속됐다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지만, 재심 끝에 2017년 무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고인은 또 198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내란음모 사건 당시 공범으로 몰려 투옥되기도 했으며 1988년 민변 창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후 김대중 정부 때인 1998∼1999년 감사원장을 지낸 뒤 노무현 정부 때는 사법제도 개혁추진위원장을 맡았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대리인단으로 나서 변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시절에는 선거 캠프 통합정부 자문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이 밖에 한국기자협회 법률고문과 한겨레신문 창간위원장, 헌법재판소 자문위원, 관훈클럽 고문변호사 등을 역임했다.

고인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헌신하고 사법개혁과 사법부의 탈권위화를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8년 사법부 70주년 기념행사에서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상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에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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