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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입김설부터 신속 합당까지…국민의힘 뒤흔드는 ‘尹心’

중앙일보

입력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대본부 해단식에 참석해 국민의힘 인사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대본부 해단식에 참석해 국민의힘 인사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요즘 국민의힘에서 주요 현안을 추진할 때 가장 많이 거론되는 말이 ‘윤심’(尹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의중이 어떤지, 또 윤 당선인과 가까운 인사들이 어떤 행보를 걷는지에 당내 관심이 집중된다.

최근 6·1 지방선거 공천 과정을 두고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윤심이 곳곳에 작용했다”는 추측이 흘러나왔다. 유승민 전 의원과 김은혜 의원이 맞붙는 경기지사 경선이 대표적이다. 김 의원이 윤 당선인 대변인직에서 물러나 유 전 의원에게 도전장을 내밀자 “윤 당선인의 뜻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대선 경선 당시 TV토론 등에서 설전을 벌이며 대립각을 세웠던 윤 당선인과 유 전 의원의 미묘한 관계가 이런 해석을 부채질했다.

강원지사 공천에서 황상무 전 KBS 앵커가 단수 공천됐을 때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황 전 앵커는 대선 기간 윤 당선인의 토론 준비를 돕는 등 ‘과외 교사’ 역할을 한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당 공천관리위원회는 결국 황 전 앵커의 경쟁자인 김진태 전 의원이 5·18과 불교 관련 문제 발언을 공개 사과하자 재심 신청을 받아들여 강원에서 경선을 치르기로 18일 결정했다.

이외에도 대전시장 공천에서 박성효 전 시장이 3회 이상 낙선자의 공천 배제를 이유로 컷오프되고, 울산시장 공천에서 박맹우 전 의원이 배제된 것을 두고 당 일각에서 “여론조사에서 경쟁력을 보인 두 사람이 컷오프된 것은 윤심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박맹우 전 의원은 “신 권력층에 가까운 일부 정치인들의 소행”이라고 노골적으로 반발하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윤 당선인 측은 “공천은 공관위가 결정할 사안으로 윤 당선인이 영향력을 행사한 일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양 당 간 합당을 공식 선언했다. 이 대표와 안 대표가 합당 선언문에 서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양 당 간 합당을 공식 선언했다. 이 대표와 안 대표가 합당 선언문에 서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국면에서도 “빠른 합당의 1등 공신은 다름 아닌 윤심”(국민의당 관계자)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지난해 4월부터 1년 넘게 공전을 거듭하던 합당이 윤 당선인의 개입 뒤 일사천리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국민의당 대표인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과 14일 저녁 회동에서 “신속한 합당을 추진하자”고 합의했고, 곧바로 총괄보좌역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을 국회로 급파했다. 이 의원은 합당을 가로막던 국민의당 당직자 고용승계 문제 등을 조율했고, 3일 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안 위원장이 합당을 선언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심’ 대리인이라는 명찰을 단 이 의원이 사실상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안 위원장 사이에서 꽉 막혀 있던 합당판을 풀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됐을 때도 정치권에서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관계자)의 약진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권 원내대표는 총리 및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후보자들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불거지자 18일 최고위 회의에서 “청문회에서 결격 사유가 밝혀지면 그때 가서 잘못을 지적해도 늦지 않다”며 “비판보다 검증이 우선”이라고 방어막을 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9일 서울 강북구 우이동 국립 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2주년 4.19혁명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9일 서울 강북구 우이동 국립 4.19민주묘지에서 열린 제62주년 4.19혁명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정권 출범 뒤 윤심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당 관계자)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과거 친이·친박계로 대변됐던 당의 계파색이 옅어진 상황에서 신주류인 ‘친윤’ 인사들의 당내 입지가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3선 의원은 통화에서 “의정 경험이 없는 ‘정치 신인’ 윤 당선인이 이른바 측근 대리인을 내세워 당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특징”이라며 “이미 당내는 친윤 인사와 그렇지 않은 비(非)윤 인사로 나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커지는 윤심이 민심에 어떻게 작용할지는 지방선거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학과 교수는 “국민의힘 후보들이 선전한다면 윤심의 대중 영향력이 입증되고, 윤 당선인도 국정 동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반대 상황에서는 윤 당선인과 당이 동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야권 관계자는 “윤심 논란이 부각된 상황에서 치르는 지방선거 성적이 부진하면 당과 윤 정부 모두 여소야대 국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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