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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면접, 블라인드 아니었다…정호영 자녀 얼굴·이름 다 노출

중앙일보

입력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해 승강기에 올라 있다. 뉴스1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해 승강기에 올라 있다. 뉴스1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자녀들의 경북대 의대 편입학 구술·면접 당시 “블라인드 전형이 이뤄졌다”는 설명과는 달리 자녀들은 얼굴과 이름, 수험번호를 모두 노출한 상태로 시험을 치른 것으로 확인됐다.

심사위원, 뽑기 후 특정학생 만날 확률도 33%

경북대 관계자는 18일 “2017학년과 2018학년 의대 편입학 구술·면접 당시엔 응시자의 이름과 수험번호가 서류를 통해 심사위원들에게 노출된 상태에서 시험이 치러졌다”며 “당시 구술·면접에는 커튼이나 마스크 같은 가림도구도 없었다”고 밝혔다. 경북대 출신인 정 후보자 동문 등으로 인연이 있는 심사위원들이 이를 보고 자녀들에게 점수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 후보자의 아들과 딸은 2017학년도에 모두 일반전형으로 의대 편입학 시험을 치른 결과 딸이 합격했다. 당시 불합격한 아들은 이듬해인 2018학년도 첫 신설된 지역인재특별전형에 응시해 합격했다. 경북대 관계자는 “응시자의 이름과 수험번호 등을 심사 서류를 통해 기재해오다 2019학년도부터 응시자의 이름을 가리는 식으로 방식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당시 의대 편입학 구술·면접 당시 누가 심사하는 지 알 수 없었다”는 정 후보자의 해명을 놓고도 의문이 나온다. 앞서 정 후보자는 지난 17일 "50여 명이 참여하는 심사위원은 임의배정돼 누가 심사를 하는지 알 수 없고, 심사위원은 추첨으로 배정해 들어가기 때문에 특정 학생과 특정 교수가 만날 확률은 천문학적인 통계에 가깝다"고도 했다.

그러나 중앙일보가 18일 경북대 의대 편입학 구술·면접 시험 방식을 분석해본 결과 완전히 부정이 개입 못할 시스템은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시험 당시 특정 학생과 특정 교수가 만날 가능성도 정 후보자가 주장한 ‘천문학적인 확률’과는 거리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북대에 따르면 의대 편입학 구술·면접 응시자는 3개 조로 나눠 치른다. 각각 조는 구술시험방 3개와 면접방 1개로 구성된다. 심사위원은 각 조별로 12명씩 배정된다.

이후 구술시험방 3개와 면접방 1개엔 각각 3명씩의 심사위원이 들어가 학생들을 평가한다. 즉, 36명의 심사위원이 12명씩 3개 조로 나뉘고, 다시 3명씩 조별 4개의 방으로 흩어져 순차적으로 편입학 구술·면접 시험 평가를 진행한다.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전경. 대구=백경서 기자

대구 중구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전경. 대구=백경서 기자

그러나 여기서도 심사위원들이 의도만 가진다면 서로 특정 학생이 누구인지는 알 수 있지 않느냐는의문이 나온다. 실제 심사위원이 참석하는 조는 3개여서 특정 심사위원이 특정 학생을 만날 가능성이 33.3%에 달해서다.

경북대의 경우 2017학년도 의대 편입학 일반전형 당시 정 후보자 딸의 구술·면접 시험에 참여한 심사위원 2명이 이듬해인 2018학년도 아들의 지역 인재 특별전형 구술·면접 시험에 또 심사위원으로 마주했다.

경북대 관계자는 "당시 응시자들은 학교에서 시험 당일 추첨을 통해 정한 조에 따라 구술시험방 3개와 면접방 1개를 순서에 맞게 옮겨 다니면서 시험을 치르고, 점수를 받는다"며 "예를 들어 A 학생이 1조로 정해졌으면 2조와 3조 심사위원은 마주할 일이 없지만, 1조의 방 4곳을 돌며 1조에 배정된 12명의 심사위원은 다 만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학 측에 따르면 시험 당일 구술·면접 담당 심사위원 36명은 한곳에 모여 시험 설명을 듣고, 조와 시험방 배정을 한다. 안이 안 보이는 상자에 한 명씩 손을 넣어 본인이 심사위원으로 들어갈 조와 시험 방 번호가 쓰인 종이를 뽑는 방식이다.

한편, 정 후보자의 딸이 시험을 치른 2017학년도에는 서류평가 위원과 문제출제 위원을 합쳐 52명(구술·면접 담당 36명), 아들이 시험을 친 2018학년도엔 55명(구술·면접 담당 36명)의 심사(면접)위원이 참여했다.

경북대 측은 "정교한 시험 시스템이어서 특혜 배점은 있을 수 없지만, 교육부 감사 등을 통해 언론 등에서 제기한 특혜 의혹의 전후 과정을 정교하게 살펴 진실을 밝힐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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