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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사위-이상직 의혹 풀 '박석호 파일'...檢서 잠자고 있다 [탐사추적-타이이스타젯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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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타이이스타젯

타이이스타젯

2022년 3월 8일 늦은 밤, 기자를 태운 아시아나 항공기는 태국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관광 대국 태국’의 옛 모습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공항은 한적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을 짐작게 했다. 공항에 대기하고 있던 승합차에 실려 호텔로 직행한 뒤 PCR검사를 받고 음성 판정이 나올 때까지 격리에 들어갔다. 위험하고 불편한 코로나 시기에 태국을 찾은 이유가 있다. ‘타이이스타젯(Thai EASTARJET) 의혹’의 숨겨진 진실을 추적하는 일이다.

타이이스타젯 의혹은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으로 불리던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59·수감 중) 국회의원이 태국에서 차명으로 운영한 것으로 의심되는 저비용 항공사 타이이스타젯에 문 대통령의 사위(42)가 느닷없이 취업한 미스터리로 압축된다. 이 의심쩍은 과정에서 수상한 대가와 특혜가 오갔을 가능성이 논란이 돼왔다. 이 미스터리를 좇아 6개월 전부터 한국에서 이스타항공과 타이이스타젯 관계자들을 접촉했지만 다들 입을 굳게 다물었다. 검찰 수사마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중단된 상태다.

방콕은 의혹의 현장이자 한국에서 막힌 취재의 돌파구였다. 타이이스타젯 대표(이하 존칭 생략) 박석호(56)는 열쇠를 쥔 핵심 인물이다. 그의 입을 여는 게 관건이었다. 그는 대통령 사위를 고용했고, 타이이스타젯 자본금(71억원)의 유입 경위와 이상직의 역할을 꿰뚫고 있다. 방콕 교민 사회를 수소문한 끝에 박석호와 가까운 교민 A씨(54)를 현지에서 어렵사리 만났다.

‘박석호 파일’엔 이상직 측과 나눈 카톡·메일 담겨 … 검찰, 진술 받고 수사 중단

의문의 실마리를 풀어줄 중요한 증언을 들었다. “박 대표(박석호)가 지난해 전주지검에 출석해 조사받았다. 검찰에 다 얘기했으니 궁금하면 거기서 진술서를 보면 된다”고 전했다. “검찰에 2기가 바이트 분량의 자료를 제출했다”는 말도 했다. 이 자료에는 이스타항공·이상직 측과 나눈 카톡, e메일, 통화 내용 등도 담겼다고 했다. 박석호와 이상직은 지난해 5월 타이이스타젯 관련 배임·횡령 혐의로 함께 고발당했다.

한국에서 교차 확인에 들어갔다. 서울과 전주에서 접촉한 이상직 측 관계자는 “태국에서 갑자기 귀국한 박석호씨가 지난해 7월 말~8월 초 이상직 의원실 사람들에게 ‘(수감 중인) 이상직 의원님에게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는다는 사실을 전해 달라’고 말한 뒤 전주지검으로 출두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증언들은 “타이이스타젯 또는 대통령 사위의 취업과 무관하다”는 이상직의 주장과 정면 배치된다. 이상직이 타이이스타젯 대표로부터 ‘보고’를 주고받는 관계며, 문 대통령 사위의 취업에 개입했을 수 있다는 방증이다. 전주지검은 사건의 중심에 있는 피고발인이 제 발로 한국에 들어와 전모를 털어놨는데도 수사를 덮었다는 의심을 살 수 있다. 게다가 검찰은 피의자가 될 수 있는 박석호를 출국금지조차 하지 않아 방콕으로 사실상 도피를 방치했다. 문 대통령의 묵인 또는 인지 여부에 따라 사법적 파장이 불가피하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실현되면 진실은 영원히 미궁에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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