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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롤러코스터 역전드라마 DB손해보험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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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사진 KPGA]

박상현. [사진 KPGA]

박상현(39)이 17일 강원 춘천에 있는 라비에벨 골프장 올드 코스에서 벌어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2022시즌 개막전 DB 손해보험 프로미 오픈에서 우승했다. 최종라운드 4언더파 67타, 합계 10언더파로 이형준, 조성민, 이준석을 한 타 차로 제쳤다.

골프장 이름 라비에벨(La Vie est Belle)은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뜻이다. 최종라운드, 참가 선수들의 하루는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선두로 출발한 이상엽은 첫 홀 숲으로 간 티샷을 파로 잘 막아내더니 2, 3번 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3타 차 선두가 됐다. 도망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5번 홀과 6번 홀에서 연속으로 세컨드샷 OB를 내면서 더블보기와 트리플보기로 5타를 잃었다. 이상엽은 이어진 세 홀에서 보기 두 개를 더해 일곱 타가 날아갔다.

21세의 김민규가 파죽지세였다. 5번 홀까지 모두 버디를 잡아 선두로 올라섰다. 그러나 쉬운 10번 홀에서 그린을 넘겨 보기를 한 후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11번 홀 티샷 OB에 이어 러프에 들어가 더블파가 됐다. 첫 다섯 홀에서 줄인 5타가 두 홀에 사라졌다.

경기는 롤러코스터였다. 김민규의 연속 버디나 박상현의 샷이글 같은 묘기도 나왔고 선두권에서 더블 보기, 트리플 보기, 쿼드러플 보기 등이 나오면서 순위가 빠르게 바뀌었다.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농구 경기 같았다.

라비에벨 골프장에서는 두 차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가 열렸다. 이렇게 짜릿하지는 않았다. 남자대회에서는 코스가 발톱을 드러냈다. 선수들의 힘과 용기, 그리고 때론 무모함이 코스의 괴물을 깨웠다.

특히 평소 파 5홀로 쓰다 대회 때 파 4로 바꾼 11번 홀(오르막 498야드)에서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반드시 파를 잡아야 한다는 욕심에 힘이 들어갔다. OB라인 옆에 핀을 꽂아 놓은 파 5인 15번 홀에서도 대형 사고가 거푸 터졌다.

코스 설계자인 안문환 씨는 “페어웨이가 넓은 편이지만 참으라고 만든 곳에서 자제하지 못하면 힘들게 만들었다. 여성선수들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으로 경기하지만, 남성 선수들은 샷이 긴데다 공격적으로 경기해 함정에 빠지기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형준. [사진 KPGA]

이형준. [사진 KPGA]

그린도 빨랐다. 라비에벨은 신흥 명문 골프장이다. 한국오픈을 고정 개최하는 우정힐스 골프장을 운영하는 코오롱 그룹 소유다. 한국오픈은 코스를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코스 난도를 높이는 노하우가 있다.

전날까지 선두가 11언더파라 자존심이 상해 이날 그린을 짧게 깎고 눌렀다고 한다. 핀 위치도 유달리 어려웠다. 골프장 관계자는 “스팀프미터 수치는 3.6이지만 그보다 더 나올 것”이라고 했다. 바람도 불었다.

14번 홀까지 선두를 달리던 이형준은 샷이 가장 좋았다. 드라이버도 멀리 쳤고 딱딱한 그린에 공을 세우고 백스핀까지 걸었다. 그러나 15번 홀에서 2온을 시도하다 OB가 났다. 이형준은 마지막 홀 벙커샷이 홀을 비켜가 연장전에 가지 못했다.

혼전 중 선두와 5타 차로 출발한 박상현이 마지막 홀에서 7m 버디를 잡아내며 우승했다. 통산 11승을 거둔 박상현은 마치 타이거 우즈처럼 환호했다. 박상현에겐 가장 아름다운 날이었다. 팬들도 공격적인 남자 골프의 재미를 느낀, 괜찮은 날이었다.

한편 경기 여주 페럼 골프장에서 벌어진 KLPGA 투어 메디힐 한국일보 챔피언십에서 박지영이 합계 18언더파로 이채은을 6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이다연이 10언더파 3위, 유해란이 4위(9언더파), 박현경이 5위(8언더파)다.

춘천=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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