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시간제 손보려는 尹, 한국노총 찾아 "변함없는 친구 되겠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5일 한국노총을 방문,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5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지도부를 만나 “변함없는 친구로 남겠다”며 노동계에 손을 내밀었다. 근로시간 유연화 등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공약 실행을 앞두고 노동계와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데 힘 쓰는 모습이다.

이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복지문화분과 위원들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사무실을 찾은 윤 당선인은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국가, 사회, 기업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할 발전을 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국노총이 추구하는 더 나은 사회,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저 역시도 꾸준히 우의를 다져나가고, 현실적인 난제는 솔직히 털어놓고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이 말한 ‘현실적인 난제’는 노동계가 반대 의사를 밝혔던 윤 당선인의 각종 노동 공약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그동안 획일적인 주 52시간 제도를 보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왔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 스타트업 청년들의 말을 인용하며 “일주일에 120시간 바짝 일하고 이후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한 발언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윤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건 ▶선택근로제정산기간 확대 ▶직무·성과형 임금체계 도입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 ▶최저임금 지역·업종별 차등제 도입도 노동계가 크게 반발하는 사안이다.

이러한 노동계 여론을 의식한 듯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인 지난해 12월 한국노총 지도부를 만나 한국노총의 숙원 과제였던 공무원·교원 타임오프제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등에 찬성하는 의견을 내면서 관계의 물꼬를 텄다. 그러나 한국노총 지도부가 대선 직전인 지난 2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어색한 기류가 흐르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노총은 지난달 30일 인수위를 찾아 정책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윤 당선인과의 만남을 제안하며 다시 소통 채널을 가동했다. 이에 윤 당선인은 한국노총 출신의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을 인수위원으로 위촉한 데 이어, 한국노총 사무처장을 역임한 이정식 전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목하면서 관계개선의 시그널을 보냈다.

양측의 입장 차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는 이번 간담회가 정부와 노동계가 여러 현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번 한국노총과의 면담을 계기로 노동계의 또다른 축인 민주노총과 윤 당선인의 만남이 성사될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보수 정권에 대해 상대적으로 유연한 자세인 한국노총과 달리 민주노총은 진보 정권조차도 애를 먹을 정도로 강경·장외투쟁에 주력해왔다. 지난 13일엔 서울 종묘공원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를 상대로 투쟁에 나설 것을 결의하기도 했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민주노총과의 회동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일정을 미리 확인해줄 수는 없다”면서도 “노동계 어느 분야든 모든 목소리를 경청할 계획으로 (특정 단체에 대해)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