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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은해 도주 시점 출소한 '계곡 살인' 공범도 불구속, 왜

중앙일보

입력

공개 수배된 '가평계곡 남편 살인사건' 용의자 2명. 이은해 씨(왼쪽)와 조현수 씨는 2019년 6월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이씨의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 인천지검

공개 수배된 '가평계곡 남편 살인사건' 용의자 2명. 이은해 씨(왼쪽)와 조현수 씨는 2019년 6월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이씨의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 인천지검

보험금을 노리고 살인을 저지른 혐의로 공개 지명수배된 이은해(31)씨와 조현수(30)씨와 함께 수사 대상에 오른 A씨(30)에겐 의문 부호가 달려있다. 달아난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살인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선 이례적으로 불구속 수사를 받고 있어서다. 이 사건의 ‘키맨’으로 꼽히는 그는 수사기관에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다양한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은해 도주 시점에 출소한 키맨

14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계곡 살인사건’ 관련해 수사기관에 입건된 3명 중 현시점에서 유일하게 조사가 가능한 인물이다. 4개월째 행방이 묘연한 이씨 등과 달리 그는 수사기관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고 한다. 앞서 경기일산서부서는 2020년 12월 A씨를 살인 및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미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2019년 6월 30일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이씨의 남편 윤모(당시 39세)씨가 살해된 사건에 A씨가 가담했다고 봤다. 최근 한 방송사가 공개한 영상엔 당시 A씨가 용소계곡에서 물놀이하며 윤씨를 조롱하고 괴롭히는 듯한 모습이 담겼다. A씨는 조씨와 친구 사이이며 이씨와도 알고 지낸 것으로 전해진다.

법원 등에 따르면 A씨는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지난해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인들과 공모해 2019년 9월부터 12월까지 6000만원 상당의 프로포폴을 판매한 사실이 수사기관에 적발되면서다. 그는 이 사건으로 2020년 12월 구속기소 돼 이듬해 5월 징역 1년형을 받았다. 인천지검이 계곡 살인사건을 재수사하던 시기와 맞물린다. 사법 당국에 따르면 당시 재감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그는 지난해 말 형기를 마쳤다고 한다. 이씨 등이 2차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도주한 시점과 시간상 근접해 있다.

‘계곡 살인’ 사건 개요 ‘계곡 살인’ 사건 개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계곡 살인’ 사건 개요 ‘계곡 살인’ 사건 개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혐의 부인하는데도 불구속

그러나 수사기관은 이씨와 조씨가 잠적한 이후에도 ‘계곡 살인사건’ 관련해 A씨에 대한 불구속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A씨가 수사기관에서 자신의 혐의를 줄곧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의 신병 처리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도 혐의를 부인하며 변호인을 대동해 성실하게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익명을 요청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A씨가 받는 혐의가 사실이라면 구속수사 대상에 가깝다”며 “검찰이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설령 자신의 범행을 자백했더라도 자백보강법칙에 따라 보강증거가 없다면 유죄를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A씨가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수사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A씨가 자신의 공범 혐의는 부인하면서도 달아난 이·조씨와 관련해서는 모종의 구체적인 진술을 한 게 아니냐는 추론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수사기관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검·경이 합동해 이씨 등을 검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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