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석 더불어민주당의 새 사령탑 박홍근 원내대표는 두 가지 과제를 강조한다. 원내대표 선출 과정에서부터 “두 바퀴로 가겠다”며 ‘민생’과 ‘개혁’ 이슈를 강하게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런 그가 먼저 몰두하는 건 인화성이 강한 소위 '개혁' 이슈다. 민주당은 지난 12일 의원총회를 통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며 4월 내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국민의힘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헌법 파괴 행위”라고 반발하면서 정국은 급격히 얼어붙었다.
박 원내대표는 1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선진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이른바 권력기관 개혁·개편은 불가피하다”며 “그런데 이게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권력기관 개편의 마지막 작업까지 끝내는 게 172석 민주당의 역할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역사적으로 이 시점에 해야 할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고민해 온 결과”라고도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검·경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게 지난해였다. 1년 만에 왜 검수완박인가.
- “엄밀히 말해 ‘완박(완전 박탈)’이 아니다. 민주당 안(案)에도 경찰의 직무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권은 검찰에 남아 있다. 오히려 큰 틀에선 대한민국 권력기관 2차 개편이다.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고 국가수사본부·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만든 게 1단계였다면, 이번이 2단계다.”
-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을 지키겠다는 의도라는 비판도 있다.
- “문 대통령은 원칙주의자 아닌가. 그런 법이라면 대통령이 수용을 안 할 거다. 이 고문을 지키기 위한 것이란 주장도 말이 안 된다. 그런 법이라면 가장 핵심 측근이라고 하는 김영진·김병욱 의원이 의원총회에서 반대 발언을 했겠는가.”
- 지난번엔 2단계까지 왜 못갔나.
- “단박에 풀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경찰의 반부패 수사역량이나 여야의 합의, 이해관계자인 검찰·경찰의 합의가 조율이 안 되면서 부분적으로 1단계만 한 거다. 저희는 당연히 2단계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 강성 당원들에 떠밀린 건 아닌가.
-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의원들도) 다음번 총선만 생각하면 이로 인해 검찰과 척지고 수사 타깃이 될 수도 있다. 오히려 민주당 의원들은 ‘다음 국회의원을 못 하더라도, 지금 역사적으로 할 일을 하는 것이 책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게 처음부터 끝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 문제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책임론도 언급했다. 그는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탄생했고, 본인이 선거 기간과 그 이후 과정에서 오히려 검찰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야기했다”며 “수사·기소 분리를 중단하거나 퇴행시키겠다는 뜻으로 읽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보면서 그걸 심각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 개혁 깃발만 앞세우면 6·1 지방선거에 역풍이 불 수 있다.
- “국민의힘에선 속으로 만세를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역사는 정도 (正道)를 걷는 사람의 편이다. 뚜벅뚜벅 옳은 길로 걸어가면 결국 거기에 해답이 있을 거다.”
- 정권교체 후 첫 선거다. 객관적으로 여건이 쉽지 않다.
- “어렵다. 우리는 정권 5년에 대한 평가가 있는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는 청와대 개방 등 취임 초 이벤트가 있을 거다.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미룬 이유도 취임 후 현금성 지원으로 자영업자 마음을 얻자고 생각한 것 아니겠냐.”
- 윤 당선인의 지역 일정도 화제다.
- “저쪽의 모든 관심이 지방선거에 꽂혀 있다. 지방순회에서 국민의힘 출마자가 배석하고, 지방 관련 공약을 환기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나. 지방선거에 승리해서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초지일관이다. 정당으로서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당선인까지 저래야 하나…. 솔직히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우려는 크다.”
- 이에 대한 대응책은?
- “대선 때 만큼의 표를 얻을 순 없다. 다만, 지난 대선 때 민주당에게 마음을 모아줬던 분들께 진정성을 보이고 할 일을 다 함으로써 ‘그래도 윤석열 정부의 독선과 독주를 견제할 힘을 주십시오’ 호소를 해야 명분이 있다. ‘지난번에 의석수를 몰아줬는데 너희들 뭐 했냐’에 대한 답은 갖고 있어야 한다.”
-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기로 했다. 정의당도 검수완박 반대다. 어떻게 뚫을 건가.
- “정의당의 반대는 당론이 아니다. 조금 전에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하여튼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당론을 모은 만큼, 4월 중 처리를 해야 하는 책무가 원내지도부에 주어졌다. 꼼꼼히 살펴 우리 당 의원들뿐만 아니라, 그에 동의하는 개별의원들이나 정의당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백방으로 할 것이다. 여야가 합의한 절차·규정인 국회법에 따라 풀어나갈 것이다.”
- 언론 관계법도 4월에 처리하나.
-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이나 1인 미디어 등 가짜뉴스 관련법 등 법안마다 논의 속도와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추진 의지는 분명하게 밝히되 시점·방식에 대해서는 여러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3선인 박 원내대표는 오랫동안 당내 비주류로 분류됐다. 처음 국회에 입성하던 2012년 총선 지역구(서울 중랑을) 경선 상대가 친노·친문의 핵심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기 때문이다. 그는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당 원내수석부대표를 1년간 지낸 걸 제외하곤, 대체로 서민들의 민생 이슈를 다루는 ‘을(乙)지로위원회’에서 활동했다.
그런 그가 원내대표 자리에 오른 건 지난 대선에서의 역할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5월 이재명 상임고문을 측근 그룹 밖에서는 처음으로 공개 지지했고, 이 고문의 첫 비서실장을 지냈다. 대선 패배 보름 만에 열린 원내대표 선거에선 “박홍근을 원내대표로 찍으라”는 문자 폭탄이 의원들의 휴대전화에 쏟아졌고, 새로 민주당에 가입한 2030 여성당원은 그를 ‘홍근당근’이란 애칭으로 부르며 응원했다.
- 강정 지지층의 전폭적인 지지가 화제였다.
- “결국 원내대표 선거 직전 정견발표에서 ‘불편함을 끼친 것 송구하다’고 사과부터 했다. 저는 저분들이 왜 그랬을까를 먼저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대선에서 패배해서 상심을 겪었던 분들의 깊은 상처를 우리가 헤아려줘야 하고, 더 중요한 건 그분들의 의사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어주는 문제다. 그런 소통 채널이 우리의 숙제다.”
- 이 고문과는 연락을 주고받나.
- “간혹 통화는 하는데, 주로 안부를 묻는 통화만 많이 한다. 저는 이 고문이 이미 당과 국민의 소중한 정치적 자산이라고 평가한다. 당의 수습과 쇄신, 혁신도 이 고문을 뽑아줬던 국민의 마음을 기반으로 해결해 나가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장 이 고문이 정치 일선으로 복귀하는 문제는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 일각에선 이 고문의 국회의원 출마나 당 대표 출마 가능성도 거론된다.
- “결국 이 고문이 여러 번 얘기한 것처럼 모든 것은 국민이 결정하고, 정치란 실제 국민이 하는 것이다. 달리 말씀드리면, 국민이나 당원이 호출했을 때 역할을 하시는 게 옳지 않겠냐 보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