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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9개월 새 1%P 올라…“대출 이자 월 95만→137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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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주상영 금융통화위원회 의장 직무대행(왼쪽)이 1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금통위는 이날 현재 연 1.25%인 기준금리를 1.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주상영 금융통화위원회 의장 직무대행(왼쪽)이 1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금통위는 이날 현재 연 1.25%인 기준금리를 1.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맞벌이 직장인 박모(33)씨는 2020년 말 서울 종로구의 10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구매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로 4억2000만원을 마련하고 부족한 자금은 신용대출과 부모에게 빌린 돈으로 메웠다. 부부가 저축한 3억원을 제외하면 집값의 70%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마련한 셈이다.

문제는 늘어나는 이자다. 처음엔 매달 95만원 수준이던 주담대 이자가 지난달엔 137만원으로 늘었다. 변동금리를 선택한 탓이다. 여기에 신용대출과 부모에게 빌린 돈의 이자까지 더하면 부담은 더 늘어난다.

박씨는 “당시에는 뛰는 집값을 보며 전세로 살다가는 벼락거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에 무리해서 집을 샀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기준금리가 또 올랐다는 뉴스에 아내와 지출을 더 줄이자는 얘기를 했다”며 “저녁 식사는 가급적 집에서 하고 다음 달 돌아오는 헬스장 재등록은 미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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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의 시대가 열리며 영끌족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2020~2021년 낮은 금리로 빚내서 집을 산 이들은 요즘 늘어나는 이자 부담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14일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혼합형, 연 4.44~5.82%) 상단은 6% 선 코앞까지 올랐다. 최고 금리가 이미 6% 선을 넘어선 은행도 등장했다. 지난해 8월 말(연 2.92~4.42%)과 비교하면 최고·최저 금리가 평균 1.4%포인트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2.62~4.19%에서 3.63~4.89%로 뛰었다. 신용대출(1등급·1년 만기) 금리(연 3.71~4.46%)도 8개월 만에 0.29~0.69%포인트 상승했다. 대출 시장에서 2%대 금리는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은행권에선 연내 주택담보대출의 최고 금리가 7% 선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8월부터 9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1%포인트 올린 데다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나오면서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권 대출금리 기준이 되는 금융채(5년물) 등 지표금리가 오르고 자금 조달 비용이 비싸진다.

영끌족의 이자 상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한은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경우 가계의 이자 부담(60조9000억원)은 2020년 말보다 3조2000억원 늘 것으로 추산했다. 대출자 1인당 연 이자 부담(305만8000원)은 16만1000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 추산대로라면 최근 9개월 동안 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에 따른 1인당 이자 부담 증가액은 64만4000원 정도다.

더욱이 대출자 10명 중 7명은 금리를 고정금리보다 금리 변화에 영향을 받는 변동금리를 택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2월 은행권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잔액 기준)은 76.5%로 2014년 3월(78.6%) 이후 가장 높았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50% 안팎이었다가 이후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변동금리 비중이 급증한 것이다.

영끌족뿐이 아니다. 빚을 내서 가게를 유지해온 자영업자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이들은 사업용으로 돈을 빌리는(개인사업자 대출) 동시에 집을 살 때 대출(가계대출)을 받기 때문에 금리 오름세에 더 취약할 수 있다.

14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909조6000억원(개인사업자 대출+가계대출 잔액)에 이른다. 코로나19 유행 직전인 2019년 말(684조9000억원)과 비교하면 2년 만에 32.8% 급증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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