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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없애자는 것" 주먹 쥔 김오수, 국회서 작심발언 쏟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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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수 검찰총장이 14일 국회 의장단과 법제사법위원장을 만나 더불어민주당의 검찰 수사권 폐지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 총장은 이날 국회 항의 방문에서 민주당의 ‘검수완박’ 강행 기조를 의식한 듯 시종일관 결연한 모습을 보였다. 왼쪽 가슴엔 대검찰청 공무원증을 달았고, 국회 청사에서 기자들과 질의 응답 때는 5분 간 주먹을 꽉 쥐고 말에 힘을 주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박광온 법제사법위원장을 만나선 “준비한 편지입니다”라며 상의 안쪽에서 편지 봉투를 꺼내 서한을 직접 전달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14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와 전체회의를 앞두고 박광온 위원장과 면담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김성룡 기자

김오수 검찰총장이 14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와 전체회의를 앞두고 박광온 위원장과 면담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김성룡 기자

김오수, "제도 개선 얼마든지 따르겠다…폐지는 교각살우"

김 총장은 이날 오전 9시 국회 본청에 들어선 뒤 먼저 국민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김 총장은 “검찰 수사기능 전면폐지 법안과 관련해 갈등, 분란이 벌어지고 있다”며 “검찰총장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허리를 접어 인사했다.

이후 민주당 소속 박광온 위원장과 면담에 앞서 취재진과 문답에선 주먹을 쥔 상태로 “헌법에 검사 수사권이 규정돼 있다”, “범죄자가 행복하게 될 것이다” 등의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김 총장은 “검사 수사기능 전면 폐지 법안의 핵심은 검찰을 없애자는 것”이라며 “제도 개선은 얼마든지 따르겠지만 검찰을 전부 폐지하는 쪽으로 가는 것 같아 제발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호소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 총장이 ‘교각살우’를 거론한 건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검찰을 무력화하려는 민주당을 우회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면담은 약 20분 만에 마무리됐다. 박 위원장은 “충분히 검찰 의견을 들었다. 제가 직접적으로 답하진 않았다”며 “헌법과 국회법대로 책임 있게 (검수완박 법안) 심의할 것이라 했다”고 비공개 대화 요지를 전했다.

김 총장의 편지에 대해선 “검찰 의견을 서한 형태로 정리한 내용이었다”고 했다. 이후 김 총장은 국회 본회의 처리의 키를 쥔 박병석 의장과는 일정이 맞지 않아 만나지 못했고, 정진석, 김상희 부의장을 방문해 검수완박 반대 의사를 밝혔다.

김 총장은 “법사위에 직접 참석해 의견을 밝히겠다”고도 했다. 국회 방문 후 대검찰청에 돌아온 김 총장은 “법사위 회의가 열리면 검찰을 이끄는 제가 출석해 답변할 기회를 주십사 요청 드렸다”면서 “검찰 수사의 공정성, 합리성이 문제가 된다면 그 부분만 시정하는 특별법을 만들거나, 국회가 논의하면 저희도 열심히 참석하겠다고 말씀드렸고, 검찰 내부적으로 자체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날 오전 김수현(연수원 30기) 통영지청장이 사표를 제출하며 “책임 있는 분들의 결단을 촉구”한 것과 관련해 김 총장은 “검찰 구성원들이 사직은 쉽고 쉬운데, 마지막까지 잘못된 제도 도입 안 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자신의 거취를 압박하는 내부 분위기를 반영해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검수완박 반대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동훈 장관 발탁…'검수완박' 대안 중수청은 한동훈 직속 된다

이러한 검찰의 반발에도 민주당은 검수완박을 강행 처리하겠다는 기조가 분명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윤석열 당선인의 ‘한동훈 법무부 장관’ 카드는 검수완박 시대를 염두에 둔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검찰의 수사권이 없어지면, 한동훈 검사장이 당초 거론됐던 서울중앙지검장 등은 큰 의미가 없게 된다. 수사권이 없는 상태로 일선에 두기보다 장관직에 앉혀 체계적인 검수완박 대응을 지시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법무부 장관은 또 상설특검을 직권으로 개시할 권한이 있어 국회 여소야대 구도와 무관하게 특정 사건에 대한 특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 물론 특별검사 추천을 두고 여야가 협의가 필요하지만, 중대범죄수사청 등 민주당이 대안으로 내놓은 수사기관은 법안 처리에서 신설까지 상당 시일이 소요될 수 있어 그 사이 중대범죄 수사의 공백을 상설특검에 맡길 수 있다는 판단이다. 윤 당선인이 현 정부에 대한 적폐수사를 공언한 상황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부임 이후 상설특검 카드를 쥐고 있는 것 자체로 민주당에겐 큰 압박이 될 수 있다.

이후 민주당이 한국판 연방수사국(FBI)로 신설을 추진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나 특별수사청(특수청)도 법무부 장관 소속이 될 가능성이 크다. 황운하 의원이 발의한 중수청 법안은 청장 후보추천위에 법무부 장관이 포함하고, 이수진 의원이 발의한 특수청은 아예 법무부 산하로 편제가 잡혀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 지도부가 새로 발의할 검수완박 법안에선 편제를 바꿔 법무부 장관의 개입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민주당이 검수완박의 취지로 내세우는 ‘검찰권력 분산’은 핑계일 뿐 정치적 유불리만 따진다는 비판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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