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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측근 한동훈 발탁, 윤 당선인의 적폐수사 의지 담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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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차기 정부 첫 법무부 장관으로 한동훈(49·사법연수원 27기)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발탁한 것은 검찰 수사권이 폐지될 경우까지 고려한 인선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은 ‘4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을 당론으로 이미 확정한 상태다. 김오수(59·사법연수원 20기) 검찰총장의 일곱 기수 후배 법무장관 지명으로 기수 파괴에 의한 검찰 물갈이도 예상된다.

인수위 안팎에선 윤 당선인이 그간 한 후보자를 서울중앙지검장이나 수원지검장으로 기용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민주당이 지난 12일 4월 국회 ‘검수완박’ 법안 강행처리를 당론으로 채택하자 검찰 수사권 폐지가 현실화할 것으로 판단하고 특별수사청 설치 등 대안 추진을 고려해 한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으로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 출범 전 검찰 수사권이 사라지면 한 후보자의 중앙지검장 기용은 의미가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또 민주당이 형사소송법상 검사의 수사 조항을 폐지하는 법률안 외에도 대안 법률들을 발의해 놨는데, 여기에 법무부 장관의 권한이 막강하다는 점도 한 후보자의 발탁 배경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이 독립수사청 설치 등 대안 추진마저 막을 경우 기존 법무부 장관 권한인 상설특검법을 발동해 대장동 특검 등의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 후보자는 이날 대장동 특검 발동을 묻는 질문에 “상설특검은 (장관으로서) 어떻게 권한을 행사할 건가의 문제인데, 아직 구체적 사안을 알지 못하는 내용에 대해 말씀드리는 건 경솔하다”며 일단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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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검수완박은 모든 상식적인 법조인과 언론인, 학계, 시민단체가 전례 없이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국민을 위해 반드시 저지돼야 한다”란 입장을 밝히면서도 “(당선인과) 최근에 그런 얘기를 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40대 법무장관 기수파괴 … 사표대란 예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2차 내각 발표가 끝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강정현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2차 내각 발표가 끝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강정현 기자

1973년생으로 올해 만 49세인 한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하면 세대교체에 따라 법무·검찰 내 연쇄적으로 ‘사표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 검찰 인사에선 통상 후배가 상급자에 오르면 선배 검사들이 옷을 벗는 관례가 있어서다. 현 법무부 장관인 박범계 장관은 한 후보자보다 네 기수 앞선 사법연수원 23기다. 전국 지방검찰청장들의 기수가 대부분 연수원 25기에서 27기에 분포해 있고, 한 검사장보다 후배는 28기의 문성인 전주지검장과 고경순 춘천지검장뿐일 정도다. 이미 사표를 제출한 조남관 법무연수원장(24기)을 포함해 전국 고검장급도 거의 모두 옷을 벗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내부에서도 파격 발탁은 의외라는 반응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일부 나온다.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검수완박 저지를 위해 검찰이 김오수 총장을 중심으로 집단 대응하는 상황에서 “한 후보자 지명이 검수완박을 추진하는 민주당에 기름을 부어준 격”(일선 검사장)이란 지적이다. 실제 민주당에선 한 후보자 지명을 두고 “검찰개혁의 정당성을 입증했다”는 비판적 반응이 나온다.

한 후보자는 윤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한 후보자는 윤 당선인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근무한 2017년엔 중앙지검 제3차장검사를,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에 오른 2019년엔 권력 수사를 지휘하는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을 맡아 당선인 곁을 지켰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일가 수사로 이른바 ‘윤석열 사단’이 정권과 마찰을 빚으면서 한 검사장도 2020년 1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 의해 부산고검 차장으로 좌천됐다. 이후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법무연수원 진천본원, 사법연수원 부원장까지 총 네 번의 보복 인사를 당했다.

한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영전이 윤 당선인의 ‘적폐 수사 예고’로 읽히는 것은 그래서다. 윤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2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후보자를 “이 정권의 피해를 보고 거의 독립운동처럼 (수사를) 해온 사람”이라고 평가하며, 한 후보자의 중용을 반대하는 목소리에 대해 “일제 독립운동가가 정부 중요 직책을 가면 일본이 싫어하기 때문에 안 된다는 논리랑 똑같은 것”이라고 직접 반박한 적도 있다.

한동훈 “검찰은 나쁜 놈 잘 잡으면 된다”

한 후보자 본인도 적폐 수사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한 후보자는 지명 직후 기자들에게 “검찰은 나쁜 놈을 잘 잡으면 된다”며 “효율적으로 실력 있게, 법과 상식에 맞게 진영을 가리지 않고 나쁜 놈들 잘 잡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께서 네 편 내 편 가리지 않고 오직 법과 상식에 따라 정의가 바로 서는 법치국가를 바라고 있다는 걸 제가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자신이 법무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데 대해선 “제가 검찰·법무부에서 근무하는 동안 상식과 정의에 맞게 일하려고 노력했다고 자부한다”면서 “그 과정에서 개인적인 인연이나 진영론에 기대지 않았다. 서로 맹종하고 끌어주는 관계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한 후보자는 장관으로서 수사지휘권 행사를 하지 않을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박범계·추미애 장관 시절 수사지휘권 남용이 얼마나 국민에게 해악이 큰지 실감했다”면서 “제가 장관에 취임하더라도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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