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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라면・피자까지 프리미엄 쏟아진다..."저출산 때문"

중앙일보

입력

트러플을 넣은 농심 '블랙 새우깡'. 프리미엄 제품으로 올해 4월까지 1100만개가 팔렸다. [사진 농심]

트러플을 넣은 농심 '블랙 새우깡'. 프리미엄 제품으로 올해 4월까지 1100만개가 팔렸다. [사진 농심]

1100만개.
지난해 10월 농심이 출시한 새우깡 블랙의 판매량이다. 새우깡 블랙은 새우 함량을 2배 높이고 트러플을 추가한 프리미엄 제품이다. 시중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새우깡 블랙 한 봉지(125g)의 가격은 1980원. 1100원인 기존 새우깡(90g)보다 880원이 비싸지만 꾸준히 팔리고 있다.

프리미엄이 최근 식품 업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식품 회사가 프리미엄 제품군을 늘리는 건 저출산 고령화에 따라 주 소비층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여기에 코로나 장기화로 집콕족이 늘어나면서 프리미엄 제품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닭고기 전문 기업 하림이 출시한 장인라면. 개당 가격이 2200원으로 프리미엄 제품이다. [사진 하림]

닭고기 전문 기업 하림이 출시한 장인라면. 개당 가격이 2200원으로 프리미엄 제품이다. [사진 하림]

프리미엄 제품은 식품 업계 전반으로 확장하는 중이다. 손이 자주 가는 과자와 라면을 시작으로 만두와 냉동 피자 분야에서도 프리미엄 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프리미엄 경쟁이 치열한 곳은 라면이다. 전통 강호 농심을 시작으로 하림, 오뚜기가 뛰어들었다. 프리미엄 라면은 700원 수준의 기존 라면 가격의 2배 이상이다. 하림이 지난해 연말 내놓은 장인라면은 대형마트에서 4개들이 한 팩에 8800원에 팔리고 있다. 개당 2200원 수준으로 봉지 라면의 심리적 가격 저항선을 과감하게 깼다는 평가다. 오뚜기도 최근 라면비책을 출시하면서 프리미엄 라면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대형마트 기준으로 3개 묶은 한 팩에 5480원에 팔리고 있어 봉지당 가격은 1827원 수준이다. 이와 비교해 농심 신라면 블랙은 4개들이 한 팩에 5480원에 판매되고 있다.

냉동 피자도 프리미엄 경쟁이 치열하다. 치즈와 토핑을 더해 고급화한 냉동 피자 가격은 한 판에 1만원을 바라보고 있다. 프리미엄 냉동 피자는 시장 판도를 바꿀 정도로 인기다. 냉동 피자 시장에서 절대 강자였던 오뚜기는 한때 시장 점유율 60%를 넘겼으나 2020년부터 프리미엄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현재는 40% 수준으로 점유율이 하락했다. 반면 프리미엄 피자를 앞세운 CJ제일제당과 풀무원은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고메 프리미엄 피자로 풀무원은 노엣지 피자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는 중이다.

해태제과가 지난해 선보인 프리미엄 교자 '명가 고향만두'. [사진 해태제과]

해태제과가 지난해 선보인 프리미엄 교자 '명가 고향만두'. [사진 해태제과]

만두는 프리미엄 제품군이 일찌감치 시장을 점령했다. 고향만두를 앞세워 시장을 주름잡던 해태제과는 프리미엄 점유율이 하락하자 지난해 고기량을 2배 늘린 명가 고향만두를 출시하면서 반격에 나섰다. 해태제과는 “냉동만두 시장을 개척한 만두종가 해태제과만의 34년 노하우를 총동원해 만든 최고급 제품으로 고급 재료만을 사용한 프리미엄 교자만두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인구 줄자 수익성 악화…대안으로 프리미엄

식품 기업이 프리미엄 제품 확장에 나서고 있는 건 인구 구조 변화 때문이다. 주요 식품 소비층인 10~30대 인구가 빠르게 줄면서 수익성을 고민하는 처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6만500명으로 2001년(55만9934명)과 비교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출생아 수는 2020년 30만명 선이 무너진 후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식품은 주 소비층이 중요한데 인구가 빠르게 줄면서 식품기업도 수익성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프리미엄 제품은 수익성과 다양성 만족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 최근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여기에 코로나 집콕과 심리적 만족도를 중시하는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의 소비성향이 더해지면서 프리미엄 제품군은 늘어날 전망이다. 이계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건강에 대한 관심 구매력이 있는 노인층이 증가하면서 프리미엄 식품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코로나 상황이 끝나도 프리미엄 간편식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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