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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 연주자는 훌륭한 팀 플레이어" 첼로 중심의 음악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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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야외 음악회. 서울의 윤보선 고택에서 열린다. [사진 SSF 사무국]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야외 음악회. 서울의 윤보선 고택에서 열린다. [사진 SSF 사무국]

‘첼리스트가 바이올리니스트보다 사교적인가.’ 영국의 음악 잡지 스트라드의 편집장 아리안 토드가 2012년 쓴 칼럼이다. 그는 첼로 연주자들이 모여 만든 미국의 피아티고르스키 음악제를 지켜본 후 논쟁적 제목을 골랐고, ‘그렇다’고 답을 내렸다. 낮은음으로 다른 악기를 받쳐주는 연주자들답게 함께 무언가를 하는 데에 익숙하다는 내용이었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22일 개막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첼로' 중심으로 22일 개막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68)도 여기에 동의한다. 서울 스프링 실내악 페스티벌(SSF)의 예술감독인 그는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첼리스트들은 협동을 잘하는 훌륭한 팀 플레이어들”이라고 했다. 우선 첼로 연주자들만 모여서 만든 음악 학교와 축제를 예로 들었다. “독일의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와 페스티벌도 지금은 다른 악기들까지 포함하지만 처음에는 첼리스트들이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잘 알려진 또 다른 예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첼리스트 12명이 만든 ‘12 첼리스트’다. 1972년 베를린필에 단원 사이에서 처음 생긴 앙상블 유닛이며, 현재 베를린필 내에는 33개의 앙상블이 생겼다. 강동석 감독은 “첼리스트 8명, 12명이 함께하는 공연은 자주 열린다”며 “바이올리니스트, 피아니스트의 합동 무대는 거의 없는 걸 보면 생각 자체가 좀 다른 것 같다”며 웃었다.

강 감독은 이달 22일 개막하는 제 17회 SSF의 주인공을 첼로로 잡았다. ‘첼로’에 강조의 뜻으로 ‘시모(-ssimo)’를 붙인 ‘첼리시모’가 제목이다. 다음 달 1일엔 첼리스트 두 명부터 네 명까지 한꺼번에 연주하는 무대를 선보인다. 이날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공연은 바리에르의 첼로 2중주로 시작해 포퍼의 첼로 3중주를 거쳐 퓌츠ㆍ슈트라우스ㆍ피젠하겐ㆍ할덴베르크ㆍ포퍼의 첼로 4중주까지 첼로 앙상블로만 채워진다.

'밑이 무거운' 공연 등 위트있는 주제 

1회인 2006년부터 예술감독을 맡은 강 감독은 매년 위트있는 주제와 선곡으로 음악제를 이끌었다. 바이올리니스트로서 다른 악기와 함께 연주한 오랜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올해도 프로그램에 그의 안목이 반영됐다. 26일엔 ‘바텀 헤비(Bottom Heavy)’라는 제목으로 첼로를 비롯한 저음 악기들이 주축이 되는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주로 첼로, 관악기 중에서도 베이스 클라리넷이 중심을 잡아 ‘밑이 무겁다’는 뜻의 제목에 맞는 음악을 들려준다”고 했다. 이 밖에도 여러 나라를 오가며 활동한 작곡가들의 작품을 모은 ‘국경 없는 음악가들’(29일), 유럽의 북쪽과 남쪽의 작곡가를 대비하는 ‘노스 vs. 사우스(North vs. South, 30일)’ 공연이 눈에 띈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예술감독인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사진 SSF 사무국]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예술감독인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사진 SSF 사무국]

SSF는 동일한 예술감독이 처음부터 17년 동안 이끌어온 축제다. 예술감독의 교체 없이 오랜 기간 진행된 음악제는 한국에서 드물다. 강 감독은 “2006년에는 한국에 실내악 축제가 거의 없었다. 외국에는 어딜 가나 있는 실내악 축제를 한국에도 정착시키려는 사명감이 있었다”고 했다. 또  “그동안 재정 문제 등 힘든 점도 많았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실내악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오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다”면서 “앞으로는 전체 페스티벌이 몇달 전에 매진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음악제에는 첼리스트 9인(강승민ㆍ김민지ㆍ박진영ㆍ심준호ㆍ이강호ㆍ이상은ㆍ이정란ㆍ조영창ㆍ주연선)을 중심으로 피아니스트 김영호ㆍ김규연ㆍ이진상, 플루티스트 윤혜리,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등이 출연한다. 개막 공연은 22일 오후 7시 30분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 다음 달 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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